지난번 여행기가 잘 생각이 안나지만.. 그래도 오늘은 네번째 여행기를 올려봅니다. 오스트리아에서 그림 본 이야기가 되겠군요. 이번 편에서 오스트리아 마치고.. 체코에서의 난감했던 기억들을 다음에 이어보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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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전에 미술사박물관의 입장료를 먼저 짚고 넘어가야겠습니다. 성인의 입장료가 12유로인데 반해 연간 회원권은 29유로입니다. 제가 만약 빈에 사는 성인이라면 당연히 연간 회원권을 끊겠다 싶습니다. 3번 이상만 오면 본전은 뽑은 것이고 미술관내의 카페도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에 정말 훌륭한 곳인데다가 걸려있는 그림만 찬찬히 바라봐도 그만입니다. 떨떠름하니 매력이 없어 보였던 빈이 갑자기 살고싶은 도시가 되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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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여기서 퀴즈 하나. 간단한 거니까 너무 긴장하지 마시구요. ^^

 

이 조금은 야한 그림은 누구를 모델로 어떤 사건을 그린 것일까요??

 

 

그림을 찬찬히 보면 중심에 주인공이라고 여겨지는 왠 아가씨?라기 보다는 아줌마에 가까운 사람이 웃통을 까고 자는건지 기절한건지.. 죽은 건지 모를 묘한 자세로 앉아있고 주위에서는 우는 여인, 바라보며 놀라는 여인, 비탄에 젖은 여인이 보입니다. 이 그림을 처음 봤을때는 일단 주인공의 야한 차림에 눈이 갔습니다만 다음 순간에는 상황이 궁금하더군요. 미술을 전공하신 분이라면 아마도 쉽게 맞추실 이 그림의 정체...

 

이 그림은 바로 클레오파트라의 자살을 다룬 그림입니다. 오른손에 있는 뱀이 사건의 전모를 설명하지요. 시저와 연애하다가 그가 죽자 친구인 안토니우스를 사로잡아 자신의 왕국을 번영시키고자 노력하던 클레오파트라, 결국 안토니우스가 세력 쟁탈전에서 패하자 자살을 선택하게 됩니다. 역사에 따르면 독이있는 뱀에게 자신을 물게해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이 그림은 그 순간을 포착하고 있는거죠. 역사상 최고의 미인이라는 클레오파트라의 모습이 생각과 비슷하신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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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두번째 퀴즈, 이 그림의 주인공은 누구이고 어떤 상황을 나타내고 있는걸까요??

 

 

미술사박물관의 수많은 명작들중에서도 눈에 뜨인 이 그림은 어떤 여인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제 막 20대에 접어들었거나 10대 후반인듯한 풍만한 여인이 눈물을 흘리고 있네요. 그리고 그 앞에는 왠 단지가 놓여있습니다. 연인을 생각하며 사랑에 눈물을 흘리는 걸까요?? 아니면 이루지 못할 사랑에 가슴이 아픈걸까요?? 저도 처음 접했을 때는 클레오파트라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이 여인이 누군지가 궁금했습니다. 작품의 설명을 보니 제 생각과는 너무도 달라서 굉장히 인상 깊었지요.

 

 

이 여인의 이름은 막달라 마리아입니다. 예수님의 발을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씻어주신 분이시고 귀하디 귀한 향유를 그 발위에 부어 눈물로 씻었다는 분이기도 하죠. 다빈치 코드같은 소설에 보면 예수님과 막달라 마리아 사이의 자손이 있고 그 혈통을 지키기 위한 비밀조직도 있는걸로 나옵니다. 중세의 사람들이 생각한 막달라 마리아는 이런 모습인가 보네요. 어딘가 에로틱하면서 섹슈얼한 느낌도 들고 비탄에 젖은 저 모습에서는 사랑에 빠진 한 여인의 슬픔이랄까 애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앞에 놓인 저 단지는 향유를 담는 단지로 막달라 마리아를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중세의 그림들은 작품속에 그 작품을 해독하는 저런 장치가 꼭 있다고 하네요. 클레오파트라의 뱀, 막달라 마리아의 향유단지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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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을 보면 그림도 그림이지만 액자도 작품의 일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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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에 살면 매일은 몰라도 일주일에 한번쯤은 꼭 와보고 싶은 미술사박물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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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다보니 배가고파서 구내 카페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좌로부터 간으로 만든 덤플링을 띄운 콘소메, 애플 슈트르델, 그리고 더블 에스프레소 입니다. 저 콘소메는 따뜻하면서도 맛이 투명하고 진한 제대로된 스프였습니다. 쌀쌀한 느낌을 한번에 날려준 고마운 맛이었지요. 간을 갈아서 경단처럼 만든 저것도 호불호가 갈릴만한 음식이지만 먹고나니 든든하고 좋더군요. 애플스튜르델 역시 빈을 대표하는 디저트중에 하나입니다. 듬뿍 얹은 커스타드 소스를 얹어서 먹으니 새콤 달콤하면서도 입안에 오래 남는 풍미가  정말 훌륭했습니다. 본고장의 맛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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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에로틱한 모양으로 디스플레이된 빵이군요. (아이, 민망하게스리..) 공짜냐고 물어보니 아니랍니다. ㅎㅎㅎ 먹었다가는 돈을 물어야 할뻔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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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명화들을 보다가 다른 전시실로 들어가봅니다. 화폐를 전시한 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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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으로 만들었을법한 이런 장신구부터 역사적인 모든 화폐가 전시되어있는 공간입니다. 화폐 수집이 취미인 분이라면 여기서 못나간다는데 오백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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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 바라본 구내 카페. 제가 밥먹은 자리에 왠 노부부가 앉아 계시네요. 정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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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밖으로 나오니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나무로 만든 각종 장식용 동물들. 고슴도치 귀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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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벌써부터 웅성 웅성 모여있습니다. 뱅쇼 한잔씩 들고 이런 저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이런 광경을 보면 혼자 여행하는 여행자는 좀 슬퍼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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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길로 나섭니다. 그라벤 거리에선가 역시 빈을 대표하는 디저트카페 데멜을 만납니다. 가이드북에 실린 유명한 가게지만 좀전에 애플 스튜르델을 먹어준 관계로 패스합니다. 다음에 왔을때 들릴 곳도 남겨둬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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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달래줄 뱅쇼 한잔, 오스트리아와 체코의 길에서 파는 뱅쇼는 회수가 어려운 머그잔보다 이렇게 일회용잔에 주는 경우가 많더군요. 크리스마스 마켓에나 가야 머그잔에 주는 뱅쇼를 맛볼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글뤼바인을 먹어본 적이 있지만 본고장의 맛은 역시 좀 다릅니다. 뭐랄까 좀 더 마시기 쉽고 부드럽다고 할까요. 그 차이를 말로 설명하기가 좀 미묘합니다. 국내에서 파는 건 좀 더 진한 느낌이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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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스클럽에서 돈벌려고 연 매장인가 봅니다. 할아버지들이 뱅쇼를 팔고 계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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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어간 조그만 골목에도 크리스마스는 벌써 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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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저기 골목마다 관광객들이 참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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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을 상대로한 마차들도 제법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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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추월하시는건가요?? ㅎㅎㅎ 이 말들이 옆을 지나가면 마른 풀냄새와 오줌냄새가 진동을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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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워치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습니다. 한국에서 거래되는 중고 시계에 비해 가격이 좀 셉니다. 메리트가 거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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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만 열심히 카메라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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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부양이란 이런거야..  라고 보여주시는 거리의 예술가. 이거 분명히 숨겨진 비밀이 있을겁니다. 날도 추운데 저러고 앉아서 몇시간이고 있는거 같아요. 신기하죠?? 제가 생각해 본 이 트릭의 비밀은 저 지팡이와 바닥에 깔린 깔개에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바닥의 깔개밑에 엄청난 무게의 무게추가 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그래도 저렇게 얇은 깔개라니.. 그건 좀 신기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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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대성당안에 들어가 잠깐 무릎을 꿇고 안하던 기도를 해봅니다. 성당안에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들어온 빛들이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네요.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도 이렇게 거대한 성당들이 있는데 대부분 관광객들에게 자유롭게 개방이 되어 있어서 사진을 찍거나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크게 제재를 받지 않습니다. 신성의 상징물이 어느덧 관광 수입원이 되어버렸군요. 그래도 그 안의 분위기만큼은 굉장히 성스러움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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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 운송업 종사 근로자들. 임금은 제대로 받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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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을 대표하는 음식중에 하나는 슈니첼입니다. 얇게 편 소고기를 튀김옷 입혀 튀겨낸 음식. 여기까지 와서 안먹고 갈수가 없죠. (나중에 슈니첼이 일본에 건너가 포크커틀렛, 돈까스의 원형이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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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이거 하나 줍니다. 가격이 4유로 언저리였던 것 같아요. 맛은 옛날돈까스와 98프로 흡사한 맛입니다. 소스가 없다 뿐이지.. 목이 메어 콜라나 맥주와 함께 먹어야할 그런 음식이네요. 모든 음식의 맥주 안주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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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맡겨둔 짐을 챙기러 왔습니다. 빈 마이들링 역으로 가야합니다. 동유럽으로 가는 기차들이 출발하는 곳이 마이들링 역입니다. 체코, 폴란드등지로 떠나는 기차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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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하고도 빈 서역의 교통 요충지에 위치한 태극기 민박 1층에는 섹스샵이 있습니다. 참 민망한 위치죠. 스트립쇼나 랩댄스.. 등등을 해주는 곳이지 싶습니다. 독오체 3국의 일반인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독일에서는 매춘이 합법이랍니다. 오스트리아와 체코에서도 섹스 산업이 꽤나 활발한데다 음성적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네요. 선진국이 아니라 성진국이라는 인상도 살짝 받습니다.

 

  

마이들링역에서 체코의 프라하로 가는 기차를 기다립니다. 역시 4시간정도가 걸리는 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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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사람들로 가득한 플랫폼은 왠지 늘 쓸쓸한 느낌이 들어요. 오스트리아, 짧지만 인상적인 곳이었습니다. 물론 수박 겉핥기로 돌아서 반의 반도 못봤겠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충분하다는 만족감도 듭니다. 이제 기대해 마지않던 체코로 가는 저때의 기분은 살짝 들떠있었던 것 같습니다. 체코에서는 프라하를 돌고 근교의 도시인 쿠트나 호라, 또는 카를로 비바리를 갈 계획이었습니다. 체코에서 찍은 사진도 많고 풀어놓을 이야기 보따리도 제법 많으니 5편을 기대해 주셔도 좋겠네요. ^^

 

아, 5편 시작하기전에 혹시 그림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계시면 빈에서 본 그림들 몇개 더 올리고 이어나가겠습니다. 사실 미술사 박물관을 대표하는 화가는 브뤼겔인데.. 그 그림이 또 흥미진진하더라구요. 좋은 저녁 시간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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