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 백과에서는 제주도 전통 음식으로 소개되고 있지만, 여기서 전통이라는 단어는 빼야죠. 제주도는 하고 친하지 않죠. 제주도 귀양다리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제주생활의 괴로움은 좁쌀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

 

고기국수는 값싼 밀가루의 도입 이후, 제주 고유의 돼지고기 선호 문화가, - 일본 제외 오키나와 등 범태평양 문화권과 공유하는... - 만들어낸 작품이죠.

 

제주도 고기국수는 손님이 주문을 하면, 그 때부터 면을 삶기 시작해서, 돼지뼈 육수에, 두툼한 삶은 돼지고기를 올려 완성해낸 음식입니다. 여기서 포인트 하나는 면을 중면을 쓴다는 점이죠.

 

왜 중면을 쓰냐면 고기국수는 정준하가 짜장면을 먹듯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막걸리 한 병 놓고 안주삼아 먹을 수도 있는 음식이죠. 그래서 먹는 시간 동안 쉽게 퍼져버리면 안돼죠.

 

그리고 고기국수의 알파요 오메가는 두툼한 삶은 돼지고기에 있죠. 제대로인 집은 제주산 오겹살을 쓰고 그나마 원가절약 하는 집은 전지를 섞어 쓰고, 더 원가절약하는 집은 수입산을 쓰고, 엉망인 국수집은 삶은 지 4시간이 지난 고기를 쓰는데도 모자라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다음날에 또 쓰는 만행을 저지르죠.

 

여러 고기국수 맛집들의 우열은 사실상 이 삶은 돼지고기로 평가해야 하는데, 국물맛이라는 것은 너무나 속이기 쉽기 때문이죠. 스프 한 봉지만 타면 사골육수 완성인데요 뭘.

 

인터넷 상에는 돼지 육수 때문에 일본 라멘과 비교하는 분들도 많고, 국물로 이런저런 평을 내리는 분들이 많지만, 차를 우리고서 찻물은 버리고 차잎만 먹는 격이죠. 고기 국수 원가에 가장 크게 차지하는 부분이 삶은 돼지고기인데, 만일 라멘의 챠슈처럼 얇게 썬 고기를 고기국수에다 내놓았다면 제주도민에게 욕을 먹죠. 제주산 삼겹살의 포인트도 두툼하게 썬 고기에 있는 것이고 만일 제주산 삼겹살을 대패 삼겹살로 먹는다면......

 

몇 년전만 해도 삼성혈 국수거리의 국수집들은 맛집이라는 인식이 없었는데, 그래서 현지인에게 맛집을 추천하라해도 국수집을 추천하는 사람들이 드물었죠. 육지인들 취향에 맞을 거라고 생각하기 힘든 고기국수는 현지인의 한끼거리 불과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이상하게 육지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생겼죠. 제주도 고기국수들은 짜장면처럼 공무원들의 가격감시 대상 품목입니다. 지금도 고기국수 가격은 함부로 올리기 힘들죠. 올리면 바로 동장부터 시작해서 공무원이 출동해서 심하면 협박까지 들어갑니다. 도로앞 주차단속만해도 고기국수집들은 장사하기 힘들어 지거든요. 삼성혈 거리가 국수거리가 뜬 배경은 도로앞 주차가 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사실은, 점차 현지인들은 좋은 고기국수를 먹기 힘들어진다는 점입니다.


삼성혈 국수거리에서 유일하게 줄서서 기다리면 먹는 국수집이라는 자매국수는 올해부터는 손님 태반이 관광객이라 현지인들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줄서서 기다리면서까지 밥을 먹지 않죠. 게다가 6000원짜리 고기 국수가 특별한 음식도 아니고.

 

다시 말하지만, 삶은 돼지고기를 맛있게 먹으려면, 삶은 지 3시간 이내에 먹어야합니다. 이 말은 손님이 없는, 그래서 고기 회전이 안되는 고기국수집들은 지속적인 고기 맛을 보장못한다는 것입니다. 유명고기 국수집들이 24시간 영업이나 21시간 영업을 하는 까닭은 삶고서 남은 고기들이 처치곤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영업 종료시간 전이라도 고기가 떨어졌다며 더 이상 고기국수를 판매하지 않는 가게들은 그래도 양심적이라는 것이죠. 냉장고에다 재겨 두며 장사하지 않는 뜻이니.

 

고기국수 가게들의 이런저런 부침도 이런 식자재를 속이는 일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죠. 고기국수의 맛이 변했다 라는 것은 국수에 얹어진 삶은 돼지고기를 질이 떨어지는 고기로 바꾸었다는 말과 동의어고요. 국수가게에 납품하는 식자재 업자들도 다 제주사람들인데, 속이면 소문이 안 날 수가 없죠.

 

삼성혈 국수거리를 지나다보면, 자매국수 앞에 줄서서 기다리는 관광객들과 주차되어 있는 자 자동차들을 보게되는데, 그때마다 한 여름철에 저렇게 땀내가며 기다리다가 먹을만큼 고기국수가 맛난 음식인가 하고 갸우뚱 하게 되네요. 전날에 삼겹살이라도 먹으면 그 맛이 확 떨어지는 것이 고기국수이거든요. 제대로 선택한다면 분명 가격대 성능비가 탁월한 고기국수이지만, 굳이 관광객들이 고생해가며 먹을 필요는 없는, 애시당초 기대치가 높은 음식이 아니죠.  


고기국수 가게는 그저 무릎나온 츄리링 바지에 슬리퍼 끌고서 한끼 해결하고 오는 곳일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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