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한가한 와중에 낯선 전화 번호와 함께 친숙한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핸드폰으로 또랑또랑 들려옵니다.

 

"안녕하세요. 호갱님  저는 XX카드입니다. 저희 카드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보통은 이 정도만 듣고 첫글자가 대출의 대...자라던가 보험의 보...자라던가  들려오면 괜찮습니다라고 끊어 버려요.

 

그래서 습관적으로 괜찮습니다라고 끊으려고 하는데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호갱님 끊지 마시고요. 호갱님에게 감사의 의미로 치킨쿠폰을 드릴려고 전화했어요."

 

치킨이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서 더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합니다.

 

"전화를 끊고 나면 문자로 KFC 치킨 쿠폰을 보내드릴 테고요. 그냥 XX 화재.."

 

화재라는 말에 단호하게 "바쁜데요" 라고 말했는데.

 

"아뇨. 오늘은 바쁘실 것 같아서 치킨 쿠폰만 보내드리고요. 담번에 여유 되실 때 XX 화재의 전화만 받으시면 되요. 괜찮죠? "

 

 

아~!! 세상의 진리라는 치킨이라는 단어!!

 

치킨을 부모에게 대접하면 효부란 소리를 듣고 친구와 함께 하면 절친이란 소리를 듣고 이성에게 한 턱 쏘면 꺅~! 이라는 환호를 받을 지언데!!

 

 

세상의 치킨의 맛을 아는 자를 위해 제 개인 정보를 희생하여 십자가를 짊어지기로 마음 먹고  XX 화재의 전화를 받기로 동의를 합니다.

 

 

그러면서 어제 하루 종일 오매불망 치킨 쿠폰을 기다렸건만 치킨은 오지 않고 기다림에 지쳐 결국 회사 사람들과 치맥을 먹으러 갔지요.

 

그리고 오늘 지금 이 순간!!

 

전 기다리던 감사선물이 도착했습니다. 해당 주소를 터치하세요.라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전 연모하던 여인에게 온 문자마냥 기쁨을 주체 못하고 해당 주소를 클릭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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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치킨 1조각!!!!!

 

아이폰의 조그만 액정 화면도 황량하게 느껴지는 쭉정이 같은 다리 튀김 사진만 달랑 하나 있는!!!!!

 

그것도 유통기한이 달랑 24일까지만!!!!!

 

심지어 사이다 음료권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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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요즘 세상에 치킨이라 함은 모름지기 한마리 혹은 반반으로 통칭하지 누가 한조각을 생각하냐고요!!!

 

결국 제 귀중한 개인 정보는 제 콧구멍에 들어가도 널널할 것 같은 치킨 한조각에 넘어간 셈이 되었네요.

 

 

지금 전 허탈함과 분노가 공존하는 마음으로 " 하늘은 오늘 따라 왜 이리 화창한 것일까?" 원망만을 할 따름입니다.

 

 

XX 화재에서 전화오면

 

 막 화를 내야 할지,

 

그냥 듣자 마자 끊어야 할지,

 

그래도 신의를 지켜 끝까지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할지.

 

 

이 초라해 보이기만 하는 치킨 쿠폰은

 

써야 하는 건지

 

남에게 주어야 하는 건지

 

아니면 미사용으로 방치해야 하는 건지

 

 

날지 못하는 치킨이 한 없이 푸덕거리는 듯한 제 마음의 혼란을 주체하기 어렵네요.

 

전 치사교 사람이지만 치맥교 장로 여러분들의 교리라도 필요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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