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편 심판의 날

제가 터미네이터 2를 처음 본 건 영화광이던 아부지께서 비디오를 빌려 오셨던 날이었습니다.

잔인한 장면은 엄마가 손으로 가려 주셨고...ㅎㅎ 밤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관람했었어요. 제 기억으론 빌려오셨던 비디오가 2편으로 나뉘어져 있었던 것 같은데,

러닝타임이 그렇게 긴 영화가 아닌데도 왜 그렇게 출시되었을까요?

하여튼 그 영화는 압도적으로 국딩이던 저를 완전히 사로잡았습니다. 몇년 후 추석 특선으로, KBS에서 T-800의 목소리는 이정구가 더빙하고 사라 코너는 손정아가 더빙한 버전을 방영해 주었을 때, 뭉텅뭉텅 가위질 당하긴 했으나 저와 동생은 공테잎으로 그 버전을 녹화해서 말 그대로 테잎이 늘어지도록 보고 또 봤었어요.



2. 1편

이것도 국민학교 때 비디오로 봤었어요. 나중에 중학교 때 로드쇼를 즐겨 읽던 방송반 친구들이 삼삼오오 모여 주말마다 방송실에서 비디오를 빌려다 보는 건전한 영화 모임을 조직했었는데, 그때 다시 봤던 기억도 납니다. 그리고 그때를 마지막으로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기억만으로 소환되는 영화네요.

중학교 때 1편을 다시 보면서(그 즈음 트루 라이즈가 개봉하고 아놀드 슈워제네거 전성기 때였어요) 아놀드 진짜 못생..-_- 연기도 못하네 언제까지 액션배우 할텐가 늙으면 뭐할라고? 막 이랬었는데 몇년 후 그는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되었다가 70 가까운 나이까지 액션 배우를 하게 됩니다...


3. 3편 라이즈 오브 더 머신(부제도 기억이 안 나서 검색해보고 왔네요)

제가 클레어 데인즈 팬이었던데다가 간만에 부활한 시리즈여서 극장에 쫒아가서 봤었습니다.

다른 시리즈 팬들 처럼 경악 까지는 아니었지만 저도 존 코너의 역변에 실망했던 1인이었죠...

T-X 역을 맡았던 크리스티나 로켄이 말끔하게 빗어넘긴 머리에 빨간 가죽 수트를 입고 나와서 상당히 인상깊었는데, 그냥 잊혀진 배우가 되어버렸네요.

개인적으로는 (다른 팬들처럼)시리즈 중에서 제일 안 좋아합니다.


4. 4편 Salvation

미래전쟁의 시작 보다는 구원 쪽이 당연히 더 어울리죠. 2009년에는 저와 비슷하게 만화, 로봇, 히어로, 픽사 애니메이션 덕후인 남자(이런 남자들 되게 많긴 합니다만 네...;;)와 데이트를 하고 있었는데 같이 당연하게 개봉날 가서 봤었습니다.

크리스찬 베일 목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진짜 적응 안 되네...를 시작으로, 저는 그럭저럭 그 영화를 재미있게 봤었어요. 카일 리스의 등장도 좋았구요. 자기 아버지를 만난 아들의 심정이랄까 그런 것도 덕후의 심정을 자극했었지요. 액션도 그럭저럭 괜찮았고요. 다만 4편에서 저는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이제 모래알처럼 흩어지는구나. 분위기가 너무 다름' 이런건 느꼈었어요. 일단 1편부터 4편까지, 이야기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존 코너를 연기한 배우가 다 달랐던데다가, 4편에서는 존 코너와 T-800은 조연으로 밀려나고 새로운 캐릭터가 주인공이 되었으니까요.

하여튼 좋아하는 배우가 많이 나와서 지금도 가끔 디비디 돌리곤 합니다.


5. 제니시스

그리고 이번 편에 이르러 진짜로 존 코너를 연기한 배우는 5편 통틀어 5명이 되고 맙니다...

지금은 저와 비슷하게 만화, 로봇, 히어로, 픽사 애니메이션 덕후인 남자와 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게 함께 개봉날 가서 봤었습니다.

남편은 관람 후 분통을 터트리며 '임성한이 각본을 써서 나온 영화'라고 혹평했습니다. 진짜로 화를 내면서 막 집에 오자마자 2편을 다시 꺼내 보며 심신의 안정을 취하더군요..

저는 뭐 그정도까진 아니었거든요. 어차피 원래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2편이 나온 순간, 전편을 비틀어서 이야기를 짜낸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3편 4편 모두 전편을 비틀고 쥐어 짜서 나온 영화들이죠.

남편은 4편까지는 1984년-1997년의 세계관이 공통적이었는데, 이번 편에서 갑자기 2017년으로 확 튀었던 게 거부감이 들었나 봐요.

시리즈를 계속 끌어가기 위해서는 올드한 연도를 조정하는 방법이 불가피했겠지만요. 그리고 모 캐릭터의 흑화도 임성한 운운하는데 한몫했겠죠.

그래도, 삼룡애미가 제 머리색으로 나와서 오동통한 팔뚝으로 레밍턴을 쏴대는데 어째서 이 영화를 그렇게까지 싫어하는거죠 남편형...



총평: 2>>>>>>4>5>>3 (1편은 잘 생각 안나서 제외)

그리고 2편의 마지막에, T-800이 용광로에 서서히 잠기며 사라 코너와 존 코너를 향해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일 때, 어렸을 때는 '우리가 해냈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였는데,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아임 오케이. 슬퍼하지 마라'로 다가오더군요. 감정의 차이랄까요.

하여튼 다시 봐도 T-1000의 경악스러운 모습과 핵폭발 장면 등 정말 대단히 잘 만든 영화였습니다. 한창때의 아놀드 슈워제네거도 다시 보니 멀끔하게 잘 생겼더라구요. 변성기가 온 에드워드 펄롱과 기억보다 엄청 마른 린다 해밀턴, 그리고... 제임스 카메론 짱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4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3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51
327 박찬욱 감독님의 수상을 축하드리며 박 감독님과의 조그만 인연을 밝혀볼까 합니다. ^^ (송강호 배우님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12] crumley 2022.05.29 1111
326 <태조 이방원> 김형일 심재현 PD, 말 뒷다리 묶고 달리게 한 담 잡아당겨 살해 [2] tom_of 2022.01.21 937
325 ‘홍수피해’와 ‘4대강 사업’ 이 뭔 상관? [2] ssoboo 2020.08.10 797
324 천관율의 시사인 기사, '중국 봉쇄 카드는 애초부터 답이 아니었다' [12] 타락씨 2020.03.05 1430
323 김실밥, 투표 거부와 무임승차 [3] 타락씨 2020.01.17 912
322 몽실언니 [10] 왜냐하면 2018.06.20 1633
321 (바낭) 마들렌은 왜 비싼가 [17] 푸른나무 2017.03.30 3914
320 데님 드레스 & 언니옷 뺏어입기 (물론 아가씨 사진) [6] 샌드맨 2015.12.07 1005
319 자발적 가난 실험 "도시 습관 버리면 월 120만 원도 충분" [17] 아니...난 그냥... 2015.10.05 3786
318 야호!! 저 지금 너무 신나요!! 222222 [21] 여름숲 2015.09.10 3252
317 가을방학 '사랑에 빠진 나' [1] 아니...난 그냥... 2015.09.04 1518
» 터미네이터2: 심판의 날 마지막 장면과, 다른 시리즈들 이야기 [13] 계란과자 2015.07.08 1722
315 콩나물 무침. 어떻게 하십니까? [20] drlinus 2015.06.17 1840
314 [바낭] 네임드? 유저들에 대한 간단한 생각 [48] 異人 2015.06.15 3201
313 치안한류산업? 세계시장에 도전하는 물대포? [3] chobo 2015.05.18 1130
312 듀게 여러분 중에 영화를 보고 제가 경험하는 이상 흥분 상태와 유사한 증상을 겪는 분이 혹시 계신가요? [12] crumley 2015.01.23 2990
311 1인당 국민소득 3만불 시대(내 돈은 누가 갖고 갔길래~) [8] 왜냐하면 2015.01.01 2143
310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밀러 행성은 과연 어느 정도의 중력을 받을까? [13] 데메킨 2014.11.10 3799
309 긴급한 질문입니다! [1] chobo 2014.11.08 928
308 '나를 찾아줘'의 앤디 [1] 닥터슬럼프 2014.10.27 351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