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선택의 어려움

2011.11.14 15:58

miho 조회 수:1204

원래 주관이 뚜렷하고 주변의 눈치 안보고 추진하는 그런 유형의 인간이었습니다만

 

여러 가지 자잘한 일을 겪다 보니

 

변해가더라구요.

 

그 일의 강도가 클 수록 여파가 심해서 심하게 눈치를 보거나 주저하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어, 내가 왜 이러지? 나 원래 안 그랬었는데?' 하면서 혼란을 경험하게 되는 경우가 올해 들어 몇 번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단짝처럼 지내던 친구랑 군것질 거리를 사기 위해 매점으로 향할 때

 

친구가 제게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나는 위로는 언니, 밑으론 동생이 있는 샌드위치 둘째라서 물려입거나 양보해주곤 했기 때문에 선택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선택하는 것이 어려워."

 

그래서 매점가면 저는 이 친구에게 과자나 음료수를 골라주곤 했습니다.

 

 

사회인이 되어 퇴근 후 저녁을 먹기 위해 만나면 언제나 메뉴도 제가 선택하곤 했는데....

 

그러던 제가 이제는 선택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단 말이지요.

 

소심해졌다고 해야 하나,

 

 

지난 8월, 이 친구의 생일날에 점심시간에 밖에서 만나, 점심을 함께 먹었었는데요. 이 친구의 직장이 바로 제가 다니던 직장 맞은 편에 위치하고 있어서

 

중간 지점에서 만나서 냉면을 먹으러 갔었어요.

 

저는 원래 비냉파였지만 물냉을 시켰고

 

친구는 제가 물냉을 주문하니 비냉을 시키더라구요.

 

물만두를 시켜야 균형이 맞을 것 같아 "만두 시킬까?" 하고 물어보니 친구는 이 것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를 꺼라며 시키지말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물만두를 안 시키고 함께 냉면을 먹었는데,

 

야외에서 먹었어요. 실내에는 이미 예약 손님들+점심먹기 위해 나온 직장인들로 만원 사태라 야외에서 둘이 먹었는데

 

저는 겉으론 털털해 보이고 수더분해 보이지만 ㅋㅋ

 

자꾸 지나가는 행인들이 신경 쓰여서 솔직히 냉면이 코로 들어가는 지, 입으로 들어가는 지 몰랐습니다. 그래도 맞은 편에 앉은 친구에게 웃어보이며 맛있게 먹었어요.

 

후식은 그 근처의 찻집에서 차를 마시고 저는 친구에게 생일선물을 전달해주었고 더 수다를 나누고 싶었지만

 

친구는 점심시간 끝나는 시간에 딱 맞춰 들어가는 것은 지양하는 스타일이라 미리 들어가야 한다며 일찍 일어나자 하며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저는 친구를 회사 문 앞까지 데려다 주고, 회사로 돌아오며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어요.

 

 

저 : "00야, 사실 나... 야외에서 먹는 거 싫었어. 그런데 네가 야외에서 먹자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먹은거야. "

 

친구 : " 정말? 그럼 말하지 그랬어! 나는 네가 오케이 해서 전혀 몰랐지! 그럼 그 옆 가게에 가서 먹을걸 그랬네. 에궁"

 

저 :  "그르게. 다음엔 미리 예약해서 꼭 실내에서 먹자!"

 

친구 : "그래^^"

 

 

결론은

 

역시 표현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을 하는 습관을 들여야지 자꾸 선택해주길 바라다가 주관이 없어져서 홀로 되었을 때 난감해지는 부작용이 있다는..

 

뭐 그런 횡설수설 잡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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