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아아아아아아주 약소한 스포일러라도 굳이 찾아보면 아예 없진 않겠습니다만. 플레이하는 데 방해가 될만한 내용은 없을 거라 보장합니다.



애써 아니라고 주장해보고픈 맘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게임 쪽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은 영화나 드라마의 그것에 비해 과소 평가를 받는 편입니다.

뭐 대표적인 예로는 납치 당하는 게 취미인 변태 공주님을 구하러 다니는 배관공 이야기를 플레이하면서 스토리에 신경쓰는 사람 따위가 어딨답니까. <-

간혹 플레인스케잎: 토먼트 같은 전설적인 예외들도 있고, 또 그 외에도 스토리에 신경 쓴 작품들을 꼽아보자면 충분히 많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쏟아져 나오는 게임들의 물량들 속에서 그런 게임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뭐. 아주 약소하죠.


암튼 그래서 간혹 이렇게 스토리에 신경을 써 준 작품들을 만나면 참 감사한 기분(좀 오번가;)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굳이 잡담글로 끄적거려 봅니다.



오리지널 '바이오 쇼크'도 그러했듯이 이번작 '인피니트'도 꽤나 거창한 얘기를 하고 싶어하는 작품입니다.

뭐 그냥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긴 한데, 그러면서도 미국의 역사와 꽤 깊은 관련을 맺으면서 전개된다는 특징이 있죠.


애초에 오프닝만 봐도



이러던 화면이



이렇게 되면서 시작하니 참으로 노골적이라고 하겠습니다. ^^;


그리 길지도 않은 미국 역사 중 대표적인 흑역사 중 하나인 운디드 니 전투(라기보단 학살)가 스토리상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으로 언급되기도 하구요.

게임의 무대가 되는 공중 도시 '컬럼비아'의 가상 역사 이야기들을 보다 보면 고립주의vs개입주의 같은 이제 잘 기억도 안 나는 미국 정치 떡밥도 생각나고.

또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정신나간 광신도들인 콜롬비아 주민들의 모습이나, 인종 차별과 빈부 격차로 인해 도시가 박살나도록 패를 갈라 싸움을 벌이는 모습이라든가...

암튼 뭐 많습니다. 미국 역사 쪽으로 박식한 분들이라면 저 같은 문외한보다 훨씬 많은 떡밥을 찾으며 즐길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뭣보다도 이 게임에서 좋았던 점은, 그런 복잡 미묘하고 아름다운 싸이코 같은 분위기를 이렇게



시각 디자인으로 잘 표현했다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냥 딱 봐도 막 환상적이고, 밝으면서도 가운데 떡하니 서 있는 아저씨에게서 뭔가 음침한 포스가 풍기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 장면은 나중에



이런 식으로 게임 내에서 비틀어 변주가 되구요. 또



초반엔 이런 장면을 보여주며 평화롭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하다가



이렇게 대구를 이루는 장면을 넣어서 게임 속 현실의 아이러니를 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냥 스토리만 빡세게 짜 놓고 떡밥 던져 놓고 끝내는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자잘한 디테일들을 넣어 주는 게 참 맘에 들었어요.


그 외에도 뭐 스포일러라 설명은 덧붙이지 못 하겠지만 시작부의




이 장면도 게임 끝을 보고 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 그런 의미였구나... 싶은 부분이고, 이런 장면과 대사들이 게임 내에 꽤 많습니다.

영화라면 좀 단순하고 노골적인 기법들로 생각될 수 있겠지만 플레잉 타임이 10시간 언저리에 육박하는 게임 속에 박혀 있기 때문에 눈치 채기가 아주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이미 엔딩은 보았지만 처음 플레이하면서 이해 못 하고 놓친 부분들이 있을까 궁금해서 한 번 더 플레이해 볼 생각이 들기도 하구요.


그런데...

뭐 이런저런 사회, 정치, 역사적 떡밥들을 제외하고 그냥 스토리에만 집중해서 얘길 해도 꽤 괜찮습니다.


요렇게




대놓고 작정한 느와르 분위기도 좋고. 또 그게 정체 불명의 여인네를 찾아내서 데려와야 하는 임무를 맡은 염세적인 탐정 아자씨가 예상 못 했던 큰 비밀에 부딪힌다... 라는 스토리와 잘 맞구요.

지긋지긋하도록 많은 대사들, 문서들의 내용도 생동감 있으면서 디테일하게 잘 짜여져 있어서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막판에 대단히 놀라운 반전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뭔지 대충 짐작은 가는데 정말 그게 그건지 궁금해 죽겠어'라는 식으로 호기심을 끊임없이 유발해줘요.

딱히 특별하거나 기발할 건 없지만 빈 틈 없이 탄탄한 스토리. 딱 그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뭣보다도, 이 게임의 가장 큰 무기는 게임의 시종을 함께하게 되는 캐릭터 엘리자베스지요.







살짝 디즈니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은 느낌의 생김새인데, 아마도 그런 쪽 비주얼을 의도한 것 같기도 하고.

암튼 이 캐릭터의 표현과 활용이 정말 좋습니다.

재치 있으면서 예민하고, 겁 없이 강하면서도 여린 듯한 복잡한 캐릭터를 적절한 대사와 성우 연기로 잘 살려주고요.

또 게임 내내 주인공의 곁에서 함께 하며 플레이에 도움을 주도록 디자인이 되어 있어서 플레이어의 몰입에 큰 도움을 줍니다.

첨엔 그냥 귀엽네. 예쁘네. 이러다가 어느샌가 빠져들... (쿨럭;)

스토리상 중요한 아주 애틋한 느낌의 몇몇 장면들이 있는데, 이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별로 그런 느낌 받지 못 했을 거에요. 참 사랑스러우십니다(...)


(특히, 도둑질 전문입니다. 17년 동안 탑에만 갖혀 살던 아가씨가 별 걸 다 배워서-_-;)


(에네르기...)


(파!!!!!!!!!!!!!!! 는 재미 없는 농담;;;)



뭐 암튼 대략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특별히 참신하고 새로울 게 없는 소재를 채택하고 있고 결말도 대략 예상이 가능합니다. 뭐 엄청 강렬한 감정적 체험, 이런 건 좀 아니구요.

하지만 스토리 자체가 탄탄하고 결말까지 가는 과정도 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빈틈이 없어서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현대 미국 사회의 문제들이나 역사에 대한 떡밥들은 보너스구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그런 이야기들, 떡밥들을 게임 내의 '세계관'으로 자연스럽게 녹여 넣어서 게임 따로, 감상 따로 하는 삽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


좋았습니다.

안 해보신 분들에게 마구마구 추천드려요. 특히나 한글화의 완성도가 아주 높거든요. 어지간한 극장 영화 자막보다 낫습니다.



그리...고 또 덧붙여서.


스토리를 빼고 그냥 액션 게임으로서 평가한다면...

그래도 좋습니다. 재밌어요. 하지만 정말 순수하게 '액션'만 놓고 평가한다면 1편이 좀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어마어마한 명작은 기대하지 마세요.^^;

트레일러에서 기대를 모았던 스카이 후크 액션이


(대략 이런 느낌)

실제 플레이에선 그다지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는 것도 아쉬웠구요.

뭐 전작과 대단한 차별점 같은 건 없는 플레이라고 좀 짜게 평가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도 재밌지만. <-


그리고 이건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제 문제입니다만. 

어디선가 '노멀 모드는 너무 쉬우니 하드 이상으로 플레이해야 진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글을 읽고 하드로 플레이했더니 이게 난이도가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더군다나 그냥 총질보단 초능력 활용이 주가 되는, 그래야 하는 게임인데 그것도 모르고 또 무식하게 총질 위주로만 진행하느라 필요 없는 삽질도 엄청나게 했구요.

(20분 동안 총질해서 간신히 잡은 중간 보스를 간단한 스킬 조합으로 10초만에 제거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고 깊은 반성을 하였습니다. orz)


어쨌거나 이랬거나 저쨌거나 결론은.


재밌습니다.

지르십시오.


라는 겁니다. 네. 질러주세요. 재밌다구요. <-



보세요. 노래도 괜찮잖아요. 그러니 질러주세요. 네? <<---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적어 놓고 다시 읽어보니 도대체 뭔소린지도 모르겠고 참 난잡하고 심란합니다만.

여기까지 적느라 버린 시간이 아까워서 과감하게 그냥 게시판에 투척(죄송합니다;;)합니다. 용서해주세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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