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부모님댁에 갔습니다.
부모님이 아주아주 오랫동안 살고 계시며 제 고향이기도 한 동네는 지역주의와 그닥 상관없는 충청권의 어떤 광역시.  
라고 하면 뻔하게 연상되는 바로 그 도시랍니다. 

저는 박정희 대통령 장례식 생중계를 봤던 사람입니다.  연식 드러나게 말이죠.
당시 엄마는 그 방송을 보며 초큼 눈물을 보이셨던 것으로 기억해요.
저리 죽을 것을 뭘 그렇게 집착을 하며..  쯧쯧쯧.
망자에게 일종의 측은지심을 보이신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 기억이 있는 지라 혹시나 하는 생각에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설마 이번 대선에 박근혜 찍는건 아니겠죠?"

참고로 저희 엄마는 한명숙씨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드라마틱하게 패배한 다음날 오전 제게 전화하셔서 너는 한명숙 캠프에 가서 뭐라도 좀 돕지!
서울 시민들 대체 뭐냐!

가카가 사고칠 때마다 제게 전화하셔서 명박이 그 인간은 버럭버럭!
하셨던 분입니다.  -_-;;

"내가 새누리당을 왜 찍어!"

제 질문에 대해 일갈 아닌 일갈이 있으셨습니다.
올해 칠순이시니 엄마도 노인네라면 노인네인데 다른 노인네들 얘기를 하시며 심히 안타까워 하시고 화를 내시더군요.
아니 나이들 먹었으면 젊은 사람들이 좀더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만들어줘야지.
조금이라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지지해줘야지 노인네들이 죄다 빨갱이 타령이나 하며 무조건 박근혜더라.

얼마 전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분이 문재인은 빨갱이라서 안된다고 하더라고.  -_-;;
그래서 엄마가 말했답니다.
정말 빨갱이라면 잡아가야죠.
그럼 국가가 일을 제대로 안한거 아닙니까?
라고 했더니 기사분 왈.
빨갱이나 간첩이 너무나도 많아서 죄다 잡아들일 수가 없다고..
흑흑흑.

지금 사시는 곳이 아닌 이전에 꽤 오랫동안 사셨던 동네분들과도 얘기를 나눠봤는데 그분들도 오로지 박근혜라고.
그래서 제가 물었어요.
그분들 모두 부자예요?
그랬더니 엄마가 기막혀 하시며 아니야~ 모두들 가난해~
오히려 잘사는 누구누구네만 문재인 지지하더라고~

엄마 고향은 박근혜 후보 어머님 고향과 같습니다.
고향분들은 그런 이유로 박근혜! 박근혜! 를 한다고.  흑흑.
엄마.  그래도 충북은 인구수가 적어서 그나마 다행이예요.  -_-;;

아빠는 소위 월남 파병 용사입니다.
다행이라면 다행인 것은 수송부대 배차계로 계셨기에 전선에 투입된 적 없이 무사히 귀국하셨지만 말입니다.
예전에 아빠가 잠깐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전쟁을 직접 경험한 세대들이 반전을 주장하고 평화를 얘기해야지 무슨 전쟁 못해 안달난 사람들 마냥 왜들 그러냐고.

부모님께 감사한 것들이 참으로 많지만 나이에 비해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신 것이 저는 어릴 때부터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엄마의 마무리라면 마무리 얘기는 투표 얘기였습니다.
노인네들은 새벽같이 일어나서 다들 투표한다!

@ drl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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