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4 16:09
이 글은 지극히 개인적인 잡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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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겨울이 다가옵니다. 얼어죽기 좋은 계절이죠.
날은 추워가고 전 기억력 테스트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신기한 건 외웠다고 생각되는 이름도 도로 까먹기도 하고 생각이 나다가도 안 날 때도 있다는 거죠.
얼굴이야 자주 보는 사람인데, 하고 생각해도 얼굴에 이름이 따라오지 않으면 참 답답한 노릇이죠.
카운터에 앉아 있으면 여러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양복 차림으로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반팔로 들어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아직도 내 이름 못 외웠냐고 타박을 주고, 어떤 사람은 그게 어디 하루 아침에 외워지겠냐고 말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항상 환한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있어 정말 예쁘다(실제로 예쁘지만 미모보다 미소 덕분에 미모가 100% 업그레이드 되는 느낌)는 느낌을 주고,
어떤 사람은 항상 어딘가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어(본인이 의식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늘 저렇게 지쳤을까 하며 절 그 사람을 지친 얼굴로 기억하게 만듭니다.
2.
스포일러, 미리니름 좋아하십니까.
스포일러라고 하면 어감 자체가 별로 안 좋아서 아무도 안 좋아할 것 같지만 말이지요...
저는 어떤 종류의 스포일러든 뭐든 좋아합니다. 오히려 스포일러를 찾아보기도 하는 편이죠.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의 주관이 들어가있어서 재미있을 때도 많고, 내용이 궁금한데 내가 볼 수 없을 때면 더더욱이죠.
그리고 내가 볼 거라고 해도 스포일러와 내가 봤을 때의 느낌은 또 다르거든요. 누군가는 이렇게 보는 것을 나는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요즘 본 중드 후궁견환전과 보보경심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필연적으로 스포일러가 나오겠기에, 스포일러에 대한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써 봅니다.
내가 아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즐겁죠. 여러 사람이 그 얘기를 하면 더더더 즐겁고요.
그런데 스포일러가 되면 과연 어떨지...
3.
아무도 안 궁금하겠지만 근황이나 써봅니다.
요즘 몸이 상당히 피곤합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걸어가는 거라 그런가봐요.
엊그제는 너무 졸려서 졸면서 걸어갔어요. 꼭 술마신 사람처럼 갈지자로 걸어갔죠. 그러다 도저히 못 가겠어서 반 정도 남은 거리를 택시를 타고 갔어요.
뭔가를 한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제게 기력이 없는 탓인지 뭔가를 한다는 게 왜 이리 힘이 드는지 모르겠네요. 그리 대단히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오늘 급료를 계산해봤더니 한 시간당 4166.6원을 받아요. 이게 최저임금에 위배되는 건가 싶긴 한데...
왠지 웃기기도 하네요. 일하는 것에 그냥 고마워하고 달게 받아야하나 싶기도 하네요. 지금 내 입장, 내 처지에 이거라도 어디인가 하고 고마워해야 하는지.
4.
우울해지고 나서부터 느낀 여러 가지 감정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감정이었지만, 한 가지 좋은 감정은 있어요.
그건 바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나에게 주어지는 사소한 일이나 호의에도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래서 항상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애썼죠. 어쩄든 내가 답할 수 있는 것은 고맙다는 말밖에 없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남들에게는 자신감 없음의 표현으로 보이나봐요.
넌 뭐 때문에 그렇게 고맙다 고맙다녜요.
우울함이란 자신감 없음의 발로일까요.
자기 자신을 작게 보기 때문에, 작게 보게 되어서 아프고 또 슬프게 되는 것일까요.
단지 누군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는 것도 어렵군요.
이렇게 시간을 보낼 때면 불안에 휩싸이지요.
이 길고 고통스런 시간이 대체 언제까지일지, 기나긴 인고와 슬픔의 시간은 대체 내게 무엇을 가르쳐주려는지.
혹은 그 시간 끝에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이대로 사라져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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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이쿠, 영양제라도 좀 챙겨드셔요.
4. 이것도 저랑 비슷... 저도 뭐 너는 그렇게 비굴하냐 이런 얘기 종종 듣는데 그러면 비굴한게 내 라이프스타일이다 어쩔테냐-_-이렇게 대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