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0 14:09
사정없는 사람이란 없습니다. 겉보기엔 순탄해보여도 괴로운 사정을 짊어지고 있는 힘겨운 사람들도 많구요.
예전에 온라인에서 알게된 지인들과 한달에 한두번 같이 밥을 먹으면서 즐겁게 지낸 적이 있습니다.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모임의 이름을 붙이길 막장클럽이라고 그 뒤로 자살클럽으로 바뀌더군요.;;;
그런데 그 모임이 참 삶의 위안이 되더군요.
매번 밥 먹고 하는 이야기는 똑같았습니다. 힘겨운 현실 이야기 - 어처구니 없는 로또 당첨 - 풋에 몰빵 - 자살..
일종의 자학개그였죠. 그런데 그게 참 즐겁더란 말입니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현실이고 개선할 여지는 없지만 그럼에도 비슷한 지인들끼리 모여서 수다떠는 게 스트레스 해소가 될 줄이야.
그 모임이 6년째가 되어 갑니다. 그동안 누군가는 애증의 대상이었던 가족을 잃고, 누구는 시험에 합격하고, 저는 결혼을 했습니다.
결혼을 통해 평생동안 얻을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변화를 얻었지만 여전히 저는 제자신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낮은 자존감을 살려주는 건 남편이죠. 하지만 어둡고 찌질하고 참혹한 내면을 남편에게 보이진 않습니다. 이해를 못하니까요.
남편은 제가 보기엔 아주 이상적인 가정에서 자랐거든요.
며칠동안 적고 있었던 글인데 쓰다가 말다가 쓰다가 말다가 해서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내 자신이 혐오스럽고 개선 방법이 없어도 내 유머감각까지 대책없는 건 아니죠. 시니컬함으로 매력을 삼...(이건 아니겠죠.)
때로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을 통해 나는 살아있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저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 굉장히 좋았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만화책이 나왔을 때도 좋았구요.
사치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다이어트를 걱정하면서 케익도 먹고 떡볶이도 먹고 미드도 보고....음...
주변에 사람들이 없다 보니까 혼자서라도 즐기지 않으면 삶을 살아갈 수가 없더라구요.
오늘은 울어도 내일은 또 하루가 시작되고, 죽기 전에 벗어날 수 없는 회사를 가야 하고, 가족에 대해서 고민해야 합니다.
나에게도 똑같은 시간이 남들에게도 똑같이 흐르겠죠. 이왕 태어난 거 맛나는 거 먹고 즐겁게 살려고 노력이라도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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