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 개랑 살면서 바뀐 것 .

2010.12.12 01:54

그냥저냥 조회 수:3286


8년 전, 이웃집 아저씨가 개가 새끼를 낳았다고 자랑을 하셨습니다. 지나가는 말로 귀엽겠다고 한 마리만 달라고 했는데.... 

말이 끝나자마자 강아지 전부를 데리고 와서 한 마리 고르라고 하시더군요. 


그 때부터 참... 많은 게 바꼈습니다. 

강아지가 성견이 되는 그 몇 달 동안, 두 시간에 한 번씩 자다 깨서 깜깜하다고 우는 녀석을 달래고,  밥 먹이고 화장실 보내고 다시 토닥여서 재우고를 반복했지요.

중강아지가 되는 시점에서 집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깨우치더니,

제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서 자기 시작했습니다.

8년이 지난 지금,  "어허어허어허어어엉.. 이녀석  저리 쫌 가라고! 왜 내 이불을 다 차지하고 안 비켜"라고 주인인 제가 자면서 웁니다. 

오늘도 아침에 일어나니 맨 바닥에서 뒹굴고 있었어요. 제가! 개는 이불 속에서 자고! 


가족들이 다 이쁘다 이쁘다만 연발하며 키웠더니..

녀석의 엄살+떼쓰기+울기+칭얼거리기+눈빛공격+내면연기 신공은 어디 내놔도 모자르지 않습니다. 

그 중 칭얼거리기는 정말 국가대표급입니다. 우리 개는 바라는 것이 있으면 짖지를 않고, 칭얼거립니다. 주인이 들어줄 때까지 지치지 않고 칭얼거리지요.

그 소리에 단련이 되어 아주 작은 칭얼거림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냅니다. 

게다가 개의 요구도 단번에 파악해서 화장실도 보내주고(주인이 옆에서 지키고 있지 않으면 볼일을 안 볼려고 합니다.ㅠ.ㅠ)

개가 놀다가 잃어버린 장난감도 찾아줍니다. 개가 좋아하는 군고구마도 안 떨어지게 만들어 놓구요.


... 8년간 제가 개를 훈련시킨게 아니라 개가 저를 훈련시켰습니다. 하아..


우리 개도 8년을 살면서 몇가지 포기한 게 있......을까요? 뜨뜻한 방바닥에 말랑해진 초콜릿처럼 몸을 지지는 녀석을 보면.. 이녀석은 저를 만난게 절대 행운입니다.

"뭐 어쩌라구?" or "어이 군고구마 셔틀"  --> 요런 눈빛을 쳐다보는 녀석한테 저도 사실 바라는 게 없어요. 녀석이 명견이 아닌 걸 주인인 저는 너무 잘 알거든요 

그래도 저한테는 사랑스러운 녀석입니다. :) 

살면서 개를 보고 "아이고 이쁜 내새끼"라고 할 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8년을 같이 사니 절로 나오네요.;;;


그냥 바라는 게 있다면, 앞으로 10년만 더 지금 처럼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


그나저나 궁금한 것이 하나 있어요. 고양이들도 산책을 하나요? 

고양이는 키워본 적이 없고,  여태까지 목줄메고 산책나온 고양이는 한 번도 못봤거든요. 도도한 성격이라 지저분한 산책따윈 필요없어!...이런가요?^^

날이 쌀쌀해져서 개가 산책을 못나가니 두 볼이 불만으로 빵빵합니다. 하루 종일 옆에서 나가자고 찡찡거리는 통에...(노견 주제에 감기라도 들면 어쩌려고.)

이럴 때 산책 안 나가도 되는 고양이들은 편하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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