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런거야

2016.08.22 13:16

푸른나무 조회 수:1754

김수현 작가의 '그래 그런거야'가 끝났네요. 80억 손해봤다는 기사도 봤는데 저는 즐겨 봤던 드라마라서 아쉽습니다.

김수현의 가족극을 좋아하는 편인데도 이번 드라마는 초반 보기가 사실 쉽지 않더군요. 밥 먹고 치우고 사는 일상사야 어느 집이 안 그렇냐만은

삼대가 복작거리며 사는 것도 그렇고. 홀시아버지 모시고 사는 남편 잃은 젊은 며느리도 그랬고.

김수현 드라마의 단점이 초반에 너무 부각되는 면이 있었어요. 중반부터 나아져서 마지막이 좋았다고 생각되는데

아무래도 작가 나이가 있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연애하는 걸 보면 뭔가 어색하더라고요.

그런데 또 놀랍게도 그 젊은 사람들이 결혼을 하면 안 어색해요.

결혼하고 나면 사는 풍경이 비슷해져서 그런건지.


김수현 드라마의 결혼은 집안 대 집안의 일이라는 걸 너무나 잘 보여주면서, 한편으로는 재산을 증식하는

수단인 것을 은연 중에 보여줍니다. 그 드라마에서 결혼으로 손해본 커플은 없는 것 같더라고요.

자존심 내세우는 의사 아들도 결국 부잣집 딸과 결혼, 막내 아들도 부잣집 딸과 결혼, 간호사 일 하는 둘째네의 외동딸도 부잣집 아들과 결혼........

물론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김수현 드라마에는 가부장적인 질서가 잘 잡힌 집안의 아들딸들이 유산 많은 딸아들과 결혼하는걸 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건 제인 오스틴의 소설과 같은 김수현 놀음이라고.


그래도 그 질서 안에서는 안전하고 보호받고 날마다 소소한 재미가 있거든요. 늘 일이 터지고 대체로 며느리들이 동동거리지만

사람 사는 소란스러움이 있죠. 심심할 일이 없는 풍경이에요. 마지막 회에서 같은 날 죽고 싶다며 노년의 부부가 대화하다가

할머니가 자기가 6년 손해 보는 거라고 하니, 할아버지가 당신하고 나 사이에 뭘 그런 걸 따지냐고 하던데. 진심으로 웃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김수현의 가족극을 볼 때마다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과 어떤 향수, 그러면서도 똑똑한 여자로서 쉽게 타협하거나

본인 성향을 죽이고 양보할 수 없었던 사람의 모순을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말 좋은 것은 나이 들어 나란한 인생의 동반자에게서 받는 위로와 위안이라서 똑똑하고 냉정한 딸들이 어리석게도 사랑에 빠져

지는 게임을 시작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셋째네 딸이 연애결혼했다 사기결혼이 된 것을 용서하고 가는 것도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리 납득이 안되더라고요. 첫째네의 나이차 많이 나는 부부의 결혼과정도 불편하기는 했습니다.

다 큰 자식과 부인을 한꺼번에 잃은 불행을 겪은 사람의 인생에 어떤 여자가 해줄 수 있는게 무엇인지
보여주기도 했지만요. 김수현 드라마의 여자들은 겉으로만 세지 속으로는 무르기만 해요ㅠㅠ


끝나서 서운하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71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233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763
37 지식 체널, 괴벨스 [1] 가끔영화 2011.03.05 1945
36 중구청, 폭력시위 단체에 용역 맡겼다" '특수임무수행자회'와 1년간 5억 원 용역계약... [6] chobo 2011.08.04 1944
35 전례없는 보수 대결집을 완성한 대선 [1] 마당 2012.12.05 1941
34 아이폰으로 찍은 영화 파란만장이 [6] 가끔영화 2011.04.06 1929
33 정치인 심형래 [2] chobo 2014.08.12 1924
32 수영 두번째 슬럼프, 자유형 all reset, 어느 화창한 봄날의 기억.. [4] 무도 2013.02.18 1916
31 [잡담] K본부 토요일 오후 예능 "백점만점"과 "명받았습니다"가 동시에 폐지 되는군요 [4] espiritu 2011.05.02 1889
30 [기사] 이동통신 요금 기본료 월 1000원 인하. ___ 나는 안내려줘도 됨. [3] 고인돌 2011.06.02 1877
29 ‘디아블로 3’한정판 패키지 구매 대기표, 30분만에 2천개 동났다 [3] chobo 2012.05.14 1872
28 전설적인 오프라윈프리 쇼 25일로 폐막 [2] 가끔영화 2011.05.18 1821
27 이 모든게 야권탓이다? 인터넷이란 우물 그리고 선거 결과 관련 잡담 몇가지 입니다. [10] chobo 2012.04.12 1804
26 층간 소음 아니라 건물간 소음? [4] 쏘맥 2012.07.04 1796
25 감성돋는 날짜 [5] 미나 2011.05.12 1765
» 그래 그런거야 [7] 푸른나무 2016.08.22 1754
23 사람이 성장한다는게 무엇입니까 [9] 가끔영화 2011.07.30 1737
22 위키드 - Defying Gravity (Tony Awards) / 디즈니 애니메이터가 그린 스토리보드 [3] 라곱순 2012.02.28 1700
21 마늘밭에 가고 싶다 [3] 가끔영화 2011.04.17 1693
20 좀 전부터 계속 듣고 있는 노래, Walking in the air (The Snowman) [3] mockingbird 2011.01.31 1685
19 각하의 대선공약 ‘완료+정상추진’ 98.5% [2] chobo 2011.06.29 1681
18 [스포일러] 화이트 크리스마스 [7] 로이배티 2011.03.14 167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