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서울법무부 검찰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본인은 법무부 검찰과 권수진 수사관이고 사건조사차 전화를 하였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OOO씨 (제 이름) 맞냐고 물어보길래 맞다고 했더니

며칠 전 서울 송파구에서 금융사기단을 검거하였는데

조사 과정에서 제 명의로 된 하나은행과 농협 통장이 나왔다고 합니다.

(우연인지 두 금융권 모두 제 명의로 통장 개설이 되어 있습니다.)

 

제가 단순 명의 도용으로 인한 피해자인지, 아니면 남에게 통장을

임대하거나 판매하여 사기에 가담을 했는지에 대해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여기까지 듣고...이걸 왜 전화로? 하는 생각이 들고

그 때부터 의심을 가지고 들으니 발음이 좀 이상하더군요.

 

그런데 예전에 보이스피싱 전화 받을 때의 발음과는 정말 천지차이더군요.

사실 예전에는 딱 듣자마자 조선족스러운 발음으로 실소부터 나왔었는데

어디 발음학원이라도 다니는지 그냥 좀 말투가 어눌하네..정도였습니다. 의심하기 전에는..

아무튼 제 핸드폰 번호와 제 주민번호와 이름을 가지고 있기에 확신하지 않는

이상 함부로 끊을 수는 없고 어떤 정보를 더 원하나 한 번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제가 마포지점에서 통장을 개설 한 적이 없다고 하니 OOO씨는

피해자로 판단이 된다며 팀장님께 전화를 넘기겠다고 하더군요.

전화를 끊지 말고 잠시 기다리라며 팀장님이 전화를 받으면

사건번호 '0130'을 말하고 권수진 수사관과 통화를 했다고 말을 하라고 하더군요.

여기까지 듣고.. 와 좀 디테일한데..하고 놀랬습니다.

팀장은 본인을 서울법무부 검찰과 고필형 검사라고 하더군요.

역시 팀장답게 한국말이 유창합니다. 정말 의심을 하고 듣지 않으면 네이티브 수준입니다.

아까 권수진 팀장과 한 얘기를 다시 반복하더니 제 신상정보를 다시 확인하더군요

이번에는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까주면서 제 신상정보가 공공재가 되었다는 것을 확실히 확인시켜주더군요

그러면서 다시 한 번 피해자인지 아니면 사기단에 가담을 하였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면서

조사에 협조치 않으면 마치 사기단에 가담을 하였다고 판단을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협박조로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진술에 앞서 앞으로 하게 될 진술은 녹취를 하게 될 것이며, 증거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 얘길 합니다.
'삐~' 소리도 내주며 녹취가 된 다는 것을 믿게끔 확인시켜 주더군요.

이어지는 진술..

통장을 개설했냐? 마포지점에서 개설한 적이 없냐? 등등 전에 한 얘기를 다시 반복하더니

그러면 '하나','농협' 이외에 다른 통장이 있냐? 있다고 했더니 그러면 가지고 있는 은행 통장을

전부 알려 달라고 하더군요. 이것들이 장난치나.. 그걸 신분 증명도 할 수 없는 전화로 왜 물어보느냐?

궁금하면 영장가지고 오던지 소환해라. 그랬더니 피해자인지 증명하지 못하면 제가 가지고 있는 통장을

전부 동결할 수 밖에 없다고 하더군요. 머 어차피 다음 시나리오는 빤히 보이길래 알겠다 소환장 보내시면

출두하겠다. 소환장 보내시라고 하고 끊긴 했는데 생각해 보니 좀 걱정이 됩니다.

제 이름, 핸드폰번호, 주민번호까지 알고 있으면 집주소도 같이 넘어갔을 경우가 클 거 같은데..

이거 앞으로 집으로 피자 10판 배달되는 거 아닌지 불안하네요.

 

근데 이런 디테일이면 좀 나이 드신 분들은 깜빡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 거 같긴 합니다.

좀 어리버리하면 젊은 분도 넘어갈 듯 도 싶고.

 

아무튼 확인사살차 서울법무부 검찰과에 전화해서 권수진 수사관 바꿔달라고 했더니

시나리오는 디테일하게 짜도 등장인물은 바꾸질 않는지 권수진 수사관 이름만 듣고도

보이시피싱이라고 쿨하게 답변해 주시는 군요..

 

요새 업무에 좀 나태해진 것 같은데

한국말 공부 이렇게 열심히 하고 머리싸매고 시나리오 썼을 요놈들을 보면서

좀 반성합니다. 그래 남의 돈 먹는게 쉽지 않지. 저도 열심히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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