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인간말종'이라 불리는 범죄자들의 사건들이 보도될 때마다 '사형시켜라~!!!' 하는 여론이 일어나곤 하죠.

저 개인적으로는 머리로는 사형제반대지만, 사건 보도를 접할 때마다 '아, 저 끔찍한 것들 세상에서 없어졌음 좋겠다'는 심정이 되곤 해요.

아무런 일도 없는 평상시에 사형제에 대한 논쟁을 접하면, 그것이 왜 잘못된 제도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납득이 가죠. 동의하구요.

근데 자꾸 발생하는 흉악범죄에 대해 접하게 되면, 그 순간 만큼은 제 감정을 어쩌질 못하겠어요.

그래서 되게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나는 사형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 걸까.

감정적으로는 동의하지 못하면서 머리로만 사형제 반대라고 말하는 것은 위선 아닐까.

나는 과연 내 가족이나 친구가 피해자가 되었을 때에도 사형제 반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다가 한 가지 새로 든 생각이, 바로 이 감정의 영역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는 거였어요.

이 감정들, 치 떨리고, 무섭고, 끔찍하고, 저 가해자들에게 복수하고픈 감정, 그걸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거죠.

우리가 사형제의 완전한 폐지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면 더더욱, 사형제 반대와는 별개로

이 감정의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해결 방법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사형제 논쟁을 들여다보면 이 부분을 다룬 이야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사형제 반대나 범죄자의 인권 얘기에 더 많이 반발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무시한다고 오해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고통에 대해, 그리고 그 소식을 듣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는 일반 대중들의 고통에 대해

우리가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하고 위로하고 해결할 수 있을지, 그런 논의가 더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접근하지 말라는 말만으로는 소용이 없다고 느껴져서요.

그건 마치, 인간이 필요하다면 자의로 손쉽게 자신의 감정을 제거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한 것처럼 들리거든요.

감정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 감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가 중요하지 않나 싶어요.

그저 이성적으로 생각해라 라든지 넌 인권을 잘 모르는 구나, 이런 식으로는 설득할 수 없을 것 같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 자신의 사형제와 관련한 입장에 대해 고민하다가

범죄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에 대한 사회적 지원과 범죄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들 중 사형제 반대 운동을 하시는 분들

에 대해 좀 공부해봐야 하겠다..........는 결론만 내린채로 아직 공부는 못 해봤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8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2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30
14 [추모] 친구가 떠나갔습니다. [16] 異人 2015.02.23 3183
13 스스로를 살린 승객들, 산 사람도 죽이는 해경과 정부 [36] soboo 2014.05.06 4874
12 브래드베리가 해리하우젠에게 walktall 2013.05.08 942
» 저는 사형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 감정적인 부분이 오히려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38] 13인의아해 2012.08.21 2834
10 [기사] 신촌 살인 사건, ‘사령카페’ 연관 배경이 밝혀지고 있네요... [9] 진로포도주 2012.05.02 5455
9 허밍어반스테레오의 허밍걸 이진화씨 사망 소식 [9] sweet-amnesia 2012.03.23 3949
8 오늘 구글, 故박완서 작가 탄생 80년 [11] mockingbird 2011.10.20 3272
7 [기사 펌] 中 어미곰, 새끼곰 살해 뒤 스스로 목숨 끊어... [26] shanti 2011.09.01 4058
6 [청승바낭] 또래 지인의 부고를 접한다는 것의 의미 [5] soboo 2011.08.02 2697
5 첨바왐바는 언제나 옳다 [9] lonegunman 2010.11.26 3721
4 (종료)음악방송합니다.(Children's) [2] JnK 2010.11.23 1219
3 자살한 분이 김혜상씨가 아니었군요... [5] S.S.S. 2010.11.15 3989
2 유명한 사람 키 알아보기 [3] 가끔영화 2010.10.03 2824
1 용광로 사고로 목숨을 잃은 20대 청년을 위한 추모시 [16] Shanti 2010.09.09 351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