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만두에 대한 원념

2014.07.10 19:48

구들늘보 조회 수:2903

시작은 며칠 전의 카톡 한 줄이었습니다.

비오는 날 원보에서 군만두를 먹고 있다!!! 는 여상스러운 자랑이었죠.

 

군만두... 좋죠.

한 쪽은 바삭하고 한 쪽은 야들야들하면 더욱 좋고

속이 꽉 차고 돼지고기와 부추가 주재료면 더더욱 좋고

거기에 맥주 한 잔이 곁들여지면...... 으아아.

 

하지만 인천 차이나타운은 너무 멀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인천시민인데도 멀었습니다!

 

흑흑.

 

주변인들을 다 꼬셔봐도 바쁘고 멀고 날이 덥고

제가 봐도 이 더위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차이나타운까지 가서 군만두를 먹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계속 생각나는 겁니다.

심지어 듀게의 어떤 분이 일전에 번개를 치려다 불발되었던 내용까지 막 떠오르면서...

그 분이 장수만두의 맛난 만두를 묘사하면서 원보와는 다르다고 하셨으니

원보는 또 얼마나 보증된 맛집일 것이며 미식가들 사이에 알음알음 소문난 집일 것이고

그런 미식의 세계에 발 담그고 사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낙인데 나는 왜 인생을 허비하는가

제기랄 돈도 안 되는 이 일 따위 때려치우고 나도 군만두 소고기 사먹을거야...

 

...가 아니라 저 햇빛을 봐!

 

이렇게 더워서 차이나타운 언덕길을 올라가자면 더 덥겠지

더운데 허름한 식당 문 열고 들어가면 또 덥고 군만두는 뜨겁겠지

그 뜨거운 군만두 입에 물면 육즙이 쫙 퍼질 거고

고양이혀인 나는 잘 씹지도 못하고 쩔쩔 맬 거고

그러다 삼키면 진한 만두소 맛이 날 거고

그러고는 혀가 얼얼해서 맥주 한 모금 넘길 거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저는 왜 여기서 의식의 흐름을 쓰면서 울고 있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4
33 참, 생각해보니 오늘이 그날이군요. [7] 샌드맨 2016.10.26 1846
» 군만두에 대한 원념 [19] 구들늘보 2014.07.10 2903
31 이 와중에 조선일보에 밉보인 검찰? [1] 데메킨 2013.09.06 1546
30 내일 브래드 피트 말춤 보는 날인가요? [7] 자본주의의돼지 2013.06.10 2433
29 이제는 인정할 수 있어요. [7] 닥호 2013.05.04 3106
28 쫄지마!! [14] 작은가방 2012.12.18 1972
27 문재인 선거운동에 '문재인'이 없네요. [5] soboo 2012.12.03 2731
26 빵횽도 이제 좀비 잡으러 다닌다는... [13] 자본주의의돼지 2012.11.09 2094
25 [잡담] 주차 위반 의견진술서 작성해드리기 [2] miho 2012.07.10 2975
24 [듀나무숲] 맹한거는 답이 안나와요.. [7] 여름숲 2012.03.27 2593
23 [잡생각] 여성에 대한 군사교육 [38] 구름이 2012.02.08 2889
22 홍대 리치몬드제과점이 문을 닫나 보네요. [13] 슈크림 2012.01.27 5321
21 Astor Piazzolla - Romance Del Diablo [2] calmaria 2011.12.13 875
20 [바낭] 타인이 보는 나의 진실 [15] 에아렌딜 2011.11.16 3530
19 [빵낭] 로즈마리님이시여 [14] 루이와 오귀스트 2011.10.08 3335
18 박대박 누가 될까 [1] 가끔영화 2011.10.03 1116
17 [빵낭] 로즈마리빵 먹고싶어요... [31] 야생동물 2011.09.13 3714
16 토스트 환영 종결자 [9] 텔레만 2011.08.04 3436
15 강원도 전방에서 군생활하는애한테 가장 절실한건 무엇일까요? [14] gomorrah 2011.06.27 1792
14 요즘 빵집들이 미친 거 같습니다. [12] 푸른새벽 2011.06.05 620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