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의 우울

2013.09.24 08:45

칼리토 조회 수:3516

추석 연휴에 티비에서 뽀로로 극장판을 봤습니다. 스토리야 애들 보는 그런 뻔한 이야기지만 그래도 썰매타는 액션씬이 그럴듯하더군요. 스타워즈 에피1을 매우 열심히 몹시 연구한 티가 난다랄까요. 아무튼.. 2등신 캐릭터중에 가장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을 뽀로로군.

 

뽀로로 주제가가 아이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노는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로 시작되는 가사가 애들한테 친구들 불러 놀기만 하도록 만든다고. 다분히 한국적인 반응이라는 생각을 했구요. 저게 농담이 아니라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등골이 오싹.

 

왜 놀면서 살면 안될까요? 유념유상님 글을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인생의 어떤 순간들은 축제같은 즐거움으로 기억되는데.. 그 짧은 순간을 지나고 나니 긴 터널.. 이건 마치 긴 터널을 지나자 설국이었다는 야스나리 선생의 글과는 반대 상황. 짧은 축제를 지나자 긴 터널이었다.. 죽을때까지..랄까요. 그런 생각에 인생의 중반을 통과하고 있는 어른 뽀로로는 좀 슬퍼집니다. 아직도 노는게 제일 좋고 재미있는 걸 아는데 이제는 같이 놀 친구도 딱히 그렇게 재미있을 일도 없으니까요.

 

슈퍼 썰매를 한대 사면 될까요? 용인에서 개업을 하고 있는 친구 하나는 포짜로 시작하는 슈퍼카 입문용 차를 하나 질렀는데 아직 그 차를 타보지는 못했습니다. 어쩌면 어른 뽀로로들은 그렇게 자기만의 슈퍼 썰매를 보며 우울한 나날에서 힘을 얻는지도 모르겠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노는게 제일 좋지만 당장의 밥벌이가 발목을 잡습니다. 뽀로로가 즐거운 건 책임질 무엇이 없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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