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안와서 어제 새벽엔 '귀를 기울이면'을 보고

어젯 저녁엔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를 봤습니다.

고맙게도 유튜브에 히사이시조 지브리 25주년 기념 음악회가 올라와 있더라구요.

좋은...조합이었어요. 미야자키 하야오도 그렇지만 히사이시 조는 뭐 명불허전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의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웬만한 디즈니 여주보다 괜찮네요

그 점에서 하야오 할배가 좀 맘에 듭니다. 

 스스로 '생의 동력'을 찾고 가지려 노력하거나, 이미 그걸 위해 달려가거나 해요.

뭔갈 아주 잘해서 이미 지도자 급으로 올라있는 여주도 있지만, 그걸 찾으려 고민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캐릭터도 매력있네요. 센과 치히로의 '치히로'의 경우 평소엔 그저 평범하다가 난관이 닥치면 

빛을 발하는 캐릭터죠. 멍 한듯 보여도 애가 심지가 참 굳어요. 상처로 가득한 모노노케 히메도

그자리에 멈춰 아프다고 앉아있진 않습니다. 

 

 이번 '바람 불다'같은 경우는 그래서 좀 '읭?'했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작품을 볼때 많이 아쉬웠던 

피해자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을 미야자키 하야오는 제대로 작품에서든 실제로든 이야기 하고 있고 

생명경시 풍조를 누구보다 배격했던 사람인데 왜 하필 제로센...?

 제로센을 사용한 작전들이 군사적으로 실패했던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인명경시'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비행을 할 줄 아는 사람의 가치, 기계보다는 사람이 가진 가능성을 살폈던 연합군 같은 경우는 그걸 잘 이용해 

성공했구요. 무엇보다 초기 빼고는 제로센 자체가 좋은 비행기는 아니었습니다. 덕심을 내세울 만큼의

스펙을 가진 기체도 아니라고 생각하구요. 


 물론 군국주의 만세를 부르짖는 작품은 아닐거 같아요.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모든 나라도 군용기를 만들고 

인명을 살상하긴 했으니까요. 일본의 경우가 생명경시분야에서는 '특출'했다고 하지만  제로센을 자살 폭격기로 변하게 만들었던 건 제국주의 일본의 지도부였죠. 

실무진들이 열심히 인명보호를 위한 의견을 내놓았는데도 자신의 입지를 위해 묵살. 결국 이국의 젊은이까지 태워서

쓸데없는 희생을 하게 만든 일이 초기 설계한 엔지니어가 의도한 건 아니었을거예요. 예고편 마지막에

그림에 피가 떨어지고 비행기가 찌그러지고 불태워진 것을 본 주인공 장면 삽입이 혹시 '내 비행기가 이렇게 사용되다니'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러나  좀 많이 순진하달까. 그런면이 어찌보면 독이 될 듯도 하네요

기본적으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을 믿습니다. 

나우시카와 붉은 돼지, 토토로와 모노노케 히메를 잇는 미야자키의 생각이 나이가 들었다고 확 변할리 없다고 믿으니까요.

 단지 통찰이 줄고 향수에 너무 젖어드신 것은 아닐까 그런 우려. 최선은 다했으나 저같이 피해자 국가의 후손이 보기엔

여러가지로 부족한 면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곱게 자란 부잣집 도련님의 한계일까요? 착하고 선이 곱고 심성바른거야 좋은데 아픈사람을 이해하는

가닥 자체가 부족한거죠. 그래서 작품을 보는 내내 표현은 좀 과격해도 '우리 일본은 미쳤어'라고 대놓고 작품에서

이야기 하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 영화 더 리더의 '한나'가 생각났습니다.  


 제가 본건 단지 예고편 뿐이니, 우선은 보고 이렇게 판단하든 저렇게 판단하든 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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