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4 17:06
이 글은 개인적인 의견과 독단에 근거한 바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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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기 자신만은 누구나 그렇겠지만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의 편입니다.
세상 모두에게 돌을 맞아도, 손가락질당해도, 욕을 먹어도 자기 자신은 버릴 수 없습니다.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누구나가 자기 자신이 옳다고 믿고 있는 자기 자신이 있을 테지요.
누구나 마음 속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당신이라고 속삭이고 있는 거울 하나쯤은 있을 테지요.
그런 환상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연약한 마음을, 자아를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그 환상이 엄격한 현실에 부딪혀서 있는 힘껏 부정당할 때,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은 걸까요?
전 바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으로는 자기 자신은 남과는 어딘가 다르다고 믿고 있었죠.
마음의 천칭은 한없이 자기 자신을 향해 기우는 것, 제 어리석음을 재는 저울 역시 제 어리석음의 무게만큼 저를 향해 기울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 점점 자신이 없어집니다.
현실은 있는 힘껏 그런 나를 부정하기 때문에요.
깨달은 현실은, 바닥에 가까울 정도로 멍청하고, 품성이 아름답지도 못한, 추하디 추한 자기 자신이었죠.
그리고 그 바닥에서 자신은 얼마나 오랫동안 자기 자신을 직시하지도 못하고 있었는지.
어리석음의 거울은 자기 자신을 일그러지게 해서,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보여주지도 못합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지요.
사람이 변하는 일은 정말로 어렵다고들 하는데, 그럼에도 사람들은 변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그 변화라는 것은 대체로 내면이 아니라 외면에 그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면, 체형 교정이라든지 치열 교정 같은 말은 익숙해도, 정신 교정이라든지 내면 교정이라는 말은 들어본 적도 없거든요.
사람의 내면은 변할 수 없어서일까요?
사람의 내면은 변할 필요가 없어서일까요?
어느 날 깨달은 자기 자신이 팥쥐만큼이나 우둔하고 추한 모습을 하고 있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그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인간의 품성을 고치기 위해서는 대체 무엇이 필요한 걸까요?
종교나 성현의 많은 가르침들에 의지해야 하는 것일까요?
솔직히 그런 가르침 류의 말씀들이 훌륭하다는 것은 인정하겠지만, 인간의 정신에 얼마나 작용하는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저는 제가 문제를 가진 인간이라는 것을 알아요.
지금껏 수많은 사람들을 알고 그들 모두를 떠나보냈죠.
아마 먹은 욕만으로도 아주 장수할 수 있을 정도일 겁니다.
그게 습관이 된 거겠죠, 전 이제 누군가와 소통하려는 것조차 주저합니다. 똑같은 반복일 뿐이니까요.
이 모든 문제가 내 품성의 탓이라면 품성은 과연 고칠 수 있는 것일까요?
악인이 개심했다는 이야기가 정말 드문 것처럼, 품성이란 게 과연 고친다고 고쳐지기는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수십년의 세월쯤은 써가며 천천히 세월과 함께 풍화되어 가는 게 품성일까요...?
2.
정신에 대해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정신과 약을 먹고 있지만, 이것도 어떤 의미로 상처를 봉합하는 것뿐 완전한 치료가 되는 것은 아닌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약으로는 정신의 방향성을 움직일 수가 없겠죠.
제 정신은 마이너스 사고로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남들이 좋아하는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보단 슬픈 이야기나 비극적인 결말을 선호하고, 타인과 사교하기보다는 집 안에서 혼자 지내고.... 뭐 요즘은 내향성 인간도 많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수가 많아도 주류라고 말하기는 힘들죠.
이런 식으로 마이너스 사고를 가진 저이기에 우울증을 앓는 건 필연적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사고의 방향성을 어떻게 하지 않으면 영원히 우울증이 호전되기는 힘들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다고 상담을 받거나 하면 조금이나마 정신성에 방향전환이 일어나는가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만... 적어도 제 경험상으로는 좋은 상담의를 본 적이 없네요.
서울로 가면 얘기가 달라질지는 몰라도 아직 지방에서 제대로 된 상담을 받기는 어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3.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군요.
겨울이 가버릴 때쯤에야 전 겨울을 그리워합니다.
이번 겨울은 그래도 다정한 편이었죠. 견디기 어려울만큼 춥지는 않았다 생각하면서... 투명하고 차가운 공기와 적막함을 새삼 아쉬워하곤 합니다.
머리가 자주 어지럽네요. 가만히 있는데도 왜 이리 어지러울까요...
4.
누구는 안 그렇겠냐마는... 전 요즘 세상에 대해 너무나 무지하다는 것을 새삼 자각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것에는 답이 주어져 있을까요?
제 의문에도 답이 준비되어 있을까요?
그 답은 누군가가 갖고 있을까요?
그 답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줄까요?
나타난다면 내 질문에 대답해줄 마음은 있을까요?
항상 질문에 답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팔로워나 친구가 많은 사람은 굉장한 것 같아요. 많은 사람에게 질문을 던지면 그 중 누군가는 답을 해줄지도 모르니까요...
2014.03.24 17:43
2014.03.24 17:52
그릇에 담긴 물처럼 육체가 정신을 담아낸다고 보는지라. 내면을 변화시키려면 일단 외면을 가꾸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외면의 변화에 사람들이 신경을 쓰는건 이렇기 때문이 아닐까요. 진짜 내면은 쉽사리 변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변화를 원하신다면 외면부터.
2014.03.24 18:12
날 따뜻하고 꽃이 피는 계절이 왔군요. 하루키 소설에서 나왔던 말처럼, 봄날의 새끼곰을 껴 안고 햇살 가득한 언덕에서 같이 뒹굴뒹굴 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것도 변하는 건 없어도 잠깐은 따뜻하니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2014.03.24 18:45
근처 세일하는 로드샵 들어가서 매니큐어라도 색깔별로 구입하고 매일 매일 기분 따라 바르고 지우고 해보세요.
립스틱, 귀걸이, 스카프 같이 사소한 걸로 변화를 주는 건 어떠세요?
지금껏 안해봤던 것들을 체크해두고 하나씩 실천해보세요~
2014.03.24 20:45
사람의 품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성격론에서는 환경적인 요인을 성격발달의 큰 축으로 보기도 하지만 저는 성격이라는건 99퍼센트 타고난 거라고 믿어요.
이미 유전자에 각인된 성격적 특성들을 바탕으로 사고하고, 느끼고, 정보를 받아들이기 때문에 기본 사고의 틀 자체가 자신의 성격에 맞게 만들어져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어떤 내면적 상황에서 남들은 E, F인데 항상 나는 A인거지요. 멀리 나아가보았자 B, C근처를 맴돌아요. 태어나 자라나면서 뇌가 항상 가던 길만 가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 지금껏 단단하게 쌓아온 틀을 부수고, 뇌에게 이제껏 가보지 않은 길을 가라고 명령하는 건 비범한 사람들에게도 무척 힘든 일이고, 보통 사람들은 새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할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워요. 시도는 해 볼 수 있겠죠. 어쩌다가 A가 아닌 E나 F로의 변화를 주었다고 해도 E,F는 내 머릿속의 견고한 틀 안에서 왔다 가는 손님이지 집주인은 될 수 없거든요. 약을 드신다면 우울감은 개선 하실 수 있겠지만, 정신의 기본적인 방향이 달라지는 일은 없을거예요.
그리고 근래에 책에서 본 건데, 자신의 내면에 무척 천착하고, 타인을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1인칭의 시점만 가지고 있고, 필요할 때 상황을 3인칭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없대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실은 타인 자체를 신경쓰는게 아니고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신경쓰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상대의 감정에 둔감하대요. 또 사회 스트레스가 심해, 새로운 관계를 시작, 지속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사회생활이 원활하지 않다고 하네요.
물론 에아렌딜님도 아마 알고 있는 것들이겠지만, 저도 글쓴님의 게시글에 항상 심정적으로 공감하던 사람이라 저에게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차원에서 댓글 답니다.
2014.03.24 21:26
안 변합니다. 지금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어떻게하든 작은 행복이라도 찾아서 살아가야 합니다. 나머지 것들은 무시하거나 외면하거나 잊어버려야 합니다.
안그러면 정신건강에 너무 안좋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드시겠지만 자기 자신을 인정하셔야 해요. 그리고 대게 에아렌딜같은 분은 자신이 품평한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014.03.24 23:32
변할 수는 있죠. 어려워서 그렇지. 계기와 상황이 도래하면 변하기는 합니다만, 단시일내로 쉽게 되는 건 아니죠. 꼭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에 집중하세요. 그런데 보통 그럴 필요 없는 거 같아요.
2014.03.25 00:00
1. 거울에 비친 내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이 아니더군요, 나에게 아름답다 말해주는 거울은 내 생각일 뿐이였고 나의 거울은 나를 있는그대로 적나라하게 보여줄뿐이죠.
거울에 비친 내모습이 추하다 해서 거울을 탓할수는 없습니다, 내가 추해서 거울이 추하게 보여주는거죠. 거울에 비친 내모습을 아름답게, 보기좋게 만드려면 내자신을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어떻게든지 거울에 비친 내모습만 바꾸려고 한다면 그건 쓸데 없는 노력일뿐입니다, 거울은 있는 그대로를 비추니까요.
거울에 비친 나를 바꾸려면 나를 바꿀수 있을까라는 의문이나 생각을 하는것보다는 뭔가를 하는게 더 가망성이 있어보입니다.
거울앞에서 생각해봤자 생각하는 자세는 그대로 잖아요, 차라리 팔이라도 붕붕붕 돌려보거나 우스꽝스러운 춤이라도 추어본다면 거울은 당장 달라진 모습을 비출겁니다.
2. 약은 믿고 드십시오, 어차피 먹을거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먹으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먹는것보다는 정신건강에는 좀 더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약을 먹어서 그정도일 수도 있잖아요. 그런거라면 그 약은 분명히 효험이 있는겁니다.
3. 여름에는 겨울생각하고 겨울에는 여름생각한다죠. 사람은 어떻게 보면 꼭 가질 수 없는것만 가지고 싶어하는것 같습니다.
4. 세상에 정답이 있다면 우리가 왜 이렇게 맨날 아둥바둥거리면서 하루를 살겠습니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하루 열심히 잘 살았으면 나름 괜찮을 답을 한거겠죠.
뭐 가끔 이불속에서 하이킥하는 날이라면 그날은 뭔가 한가지 확실히 오답을 한거고 웃으면서 잠들수 있다면 그날은 뭔가 한가지 정답을 한거죠.
질문은 듀나게시판에 올려도 됩니다, 여기 (좋은)답해주시는분들 많아요.
2014.03.25 02:51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TED 강연 중에 수전 케인의 '내성적인 사람들의 힘' 이라는 강연을 보고 전 좀 힘을 얻었어요.
내성적인 자기가 외향적 성격이 이미 규범처럼 되버린 미국 사회에서 십대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테드 무대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많은 연습과 준비를 했는지 덤덤하게 말하는데 무대공포증있는 저에게도 희망을..
참고로 내향적이고 예민하고 한때는 나 자신이 굉장히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던 저는 요즘 이런 생각을 합니다.. : 나도 그냥 한 인간일 뿐이다. 좋은 점도 있고 구린 점도 있고. 꽤 괜찮은 점도 골고루 다 있다. 남들도 다 그렇다. 내향적인 것도 내 타고난 유전자이고 그게 그렇게 된 데에는 뭐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유전인자를 실험해 보는 와중에 그렇게 된 것도 있을테지. 내향적인 사람이 잘 하는 것도 있으니 그런 걸 해보자. 그리고 뭐 조금씩 자신감을 갖고 외향적인 척 해보니 외향적인 면도 조금은 키워지네? 남들의 시선 너무 신경쓰지 말자. 남이 내 인생 살아주나? 내가 좋은걸 하자 ->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아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저불어 윗 분들도 추천해 주셨지만, 외모도 좀 꾸며 보시고, 자기에게 투자도 해보시고, 운동도 해보시고, 명상, 치료, 일기나 블로그 하면서 털어버리기, 뜨개질 그림 만들기 손으로 해보는 작업, 아티스트 웨이 워크샵 등등 닥치는대로 해보세요. 전 제 치료를 위해 다 하고 있습니다.
http://www.ted.com/talks/susan_cain_the_power_of_introverts
2014.03.25 12:37
여러분의 의견들 대단히 감사합니다. 글쓰고 곧 후회했지만 쓰길 잘 했네요. 고맙습니다.
4. 질문에 대한 답을 항상 구하는 사람의 하나로써 나이들어 느낀 점이 있다면, 답이 코앞에 있어도 제가 준비가 안되있다면 다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그 말은 또한 결국 어떻게 어떻게 살다보면 항상 찾던 답이 갑자기 나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거기도 하고요. 인생을 살아보지 않고 인생에 대한 답을 구하는건 아무 소용없더라고요.
누가 답을 말해준들 그게 맞는 답인지 내가 살아보지 않고 어떻게 아는데요? 나이들어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경구가 이제 내 삶의 일부로 다가온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