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 교체되고 기존의 방송에서 욕 먹던 부분들을 많이 고친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순위를 전부 발표한다거나, 그 발표를 PD 아닌 다른 사람이 한다거나, 순위 발표 때 가수-매니져들이 앉는 의자가 매우 편안해졌다거나(?) 등등. 그리고 뭣보다도 하일라이트는 '지금 티비의 소리 설정을 음악 모드로 바꿔주세요' 였죠. 순간 '이게 뭐라는...' 싶었다가 푸핫 웃었습니다. 공연 준비 장면을 보여줄 때 부터 음향, 밴드를 애써 강조하더라니 이런 것까지! 그래서...

 소심하게 리모콘을 만지작거려서 설정을 바꾸었죠(...) 아주 조금 나아진 듯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뭐 저희 집 티비엔 애초에 외부 스피커가 없어서. orz 그래도 어쨌거나 '어필' 용으로는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습니다.

 

 - 오늘 기존 가수들은 모두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혹은 애초에 팬이 아니면 알기 힘든) 않는 노래를 했죠. 각자 판단했다기 보단 제작진에서 주문을 한 게 아니었나 싶은데 이것도 괜찮은 아이디어였던 것 같습니다. 어차피 탈락에 대한 부담도 없으니 본인들이 스스로 아끼던 자기 노래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줄 수 있어서 가수들 본인도 좋겠고. 진짜 음악 프로를 보는 기분이 들어서 보는 사람도 좋고. 또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 대한 핸디 비슷한 것도 될 수 있고 말이죠. 뭐 어쨌거나 다 떠나서 네 명의 가수들 모두 기분 좋게 부르는 것 같아 보는 것도 편하고 즐거워서 좋았습니다. 특히 이소라와 박정현은 예전 무대들보다 오늘이 좀 나아 보였고 박정현은 유난히 그래 보였습니다. 박정현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는 가수다'에서 박정현의 무대들은 항상 뭔가 아쉽단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처음으로 거의 불만 없이 만족했거든요.

 

 - BMK는 데뷔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길거리 문화제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때도 오늘 부른 노랠 불렀었는데. 그 땐 왠지 큰 감흥이 없었는데 오히려 오늘은 정말 좋더군요. 노래가 제 취향엔 참 진부해서 별로였다고 생각해 온 세월이 몇 년인데 새삼스레 감탄하면서 들었습니다. 좀 재밌었던 건 이 분 무대가 나올 때 유난히 박정현의 대기실 반응을 길게 보여주더라구요. 좀 짖궂다고나 할까. 제가 박정현이었다면 BMK의  그 성량과 파워가 좀 부럽다고 생각했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 김연우는 뭐. 출연자들이 얘기했듯이 너무 쉽게-_-부르는 게 이 프로에선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이게 이 프로의 단점 중의 하난데. 아무래도 '열창'하는 스타일의 가수들에게 유리한 컨셉의 프로이다 보니 한껏 무대 잘 하고도 득표는 적게 해서 탈락해 버릴 것 같은 느낌이;

 

 - 임재범은... 여러가지 의미로 오늘의 주인공이었죠. 제작진이 이 분 섭외하고 너무나 기쁜 나머지 아예 첫 회를 임재범 스페셜로 만들어 버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초반부터 끝까지 편집 비중도 컸고 또 여러가지로 존재감을 만들어 주더라구요. 공연 순서도 마지막이었고. 다른 가수들의 존경존경존경존경한다는 반응도 여러 번 반복해서 길게 보여주고. 가끔 던지는 좀 재밌어 보이는 멘트들도 열심히 살려주고 등등등. (1등이야 본인이 알아서 하신 것이니 패스;) 근데 뭐, 그럴만 하잖아요.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임재범이 공중파 서바이벌 프로에 출연하다니;

 오늘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도 이 분이 나온 부분이었어요. 리허설의 마지막 장면. 마무리만 남겨놓고 홱 돌아서서 몇 발짝 배회(?)하다 돌아와서 내지르는 장면 말이죠. 어지간한 가수가 그랬다면 개폼 죽이네... 정도였을 것 같은데 이 분이 그러시니 간지 좔좔. -_-;; 한창 때에 비해 좀 못 하구나... 란 생각은 저도 하긴 했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그래도 임재범이잖아요.

 

 - 사실 기존 가수들이 비교적 안 유명한 곡을 부를 때 들었던 짖궂은 생각 하나가, '이 사람들 그 동안 음원 팔리던 것 보고 일부러 이러나!' 였는데. 오늘 밤쯤에 음원 사이트들 들어가서 한 번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으하하.

 

 - 근데 이 프로를 참 감사하는 마음으로 (룰은 좀 맘에 안 들어도 이런 요일 이런 시간에 이런 가수들이 나와서 공연하는 프로라니!) 보는 입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항상 '이 가수가 이런 프로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라니...' 라는 씁쓸한 맘이 있었는데. 임재범이 나와서 좋기도 했지만, 임재범이 나왔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기분은 좀 커졌습니다. 이 분도 먹고 살아야 하는 인간인데 참 무책임한 소리지만, 이 분은 그냥 끝까지 자유로운 영혼(?)이었음 좋겠다... 는 맘이 있었거든요. 흠. 어쨌거나 이왕 나와버렸으니 부디 떨어지지 말고 프로가 없어질 때까지 장수하든가, 본인이 질렸을 때 스스로 간지나게 떠나주소서. 라고 빕니다.

 

 + 임재범 노래 부를 때 첫 소절 끝나자마자 눈물 흘리시던 여자분. 괜히 감동적이었습니다;

 

 ++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는 사실 좀 지겹고 우습기도 한데 그냥 이 프로의 상징(...)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하하;

 

 +++ 현재 네이버 검색어 3위 임재범, 4위 임재범 너를 위해, 7위 bmk, 8위 김연우, 10위 나는 가수다... 암튼 화제성 하나는 먹어주는 프로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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