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간 교육을 다녀왔습니다. 다시 일에 복귀하면 어쩌려나 싶었는데, 그냥저냥 적응되네요. 감사도 껴서 더 힘들긴 했지만요.


교육기간 동안 논 것도 좋은 일이긴 한데,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더 좋았더랬죠. 나는 요새 피아노의 숲만 챙겨본다는 말로 부터 시작되어, 음악도 공유하고 우연찮케 멜랑콜리아도 같이 보게 되고, (영화를 보러갔는데 영화관앞에서 딱 마주쳐서 같이 봄) 혼자 서점에서 알랭 드 보통 책을 뒤적이다가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를 사러 온 그 애랑 커피도 한 잔 하구요.


이래저래 같이 이야기하면 통하는 게 많아서 둘이서 이야기 하고 있음 옆에서 같이 교육받는 동기들이 또 둘만 아는 이야기한다고 핀잔을 주기도 했어요.


그러다 좋아졌습니다.


첨에는 너무 마른 게 제 스타일과는 거리가 있어서 그렇게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간만에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니 마음 가는 걸 어쩔 수가 없었죠. 카톡도 하고, 밤에 술도 한 잔 하고, 동네 카페에서 차도 마시고 도서관앞에서 저녁도 먹고 심심하지 않은 주말을 보내니깐 이 사람과 오래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차라리 그러지 않았음 좋았을텐데,,,,,


부담스러웠을까... 아님 그냥 내가 매력이 없는 걸까.. 임수정 나오는 영화 보러가자고 하니 남자친구한테 미안하다고 거절하더니, 술먹은 날 보고 싶다고 보낸 카톡에 전화가 와서는 오빠 요즘 부담스러워진 거 알아요? 하고는 미안하다고 그러네요. 자기가 그런 여지를 준거 같다고.


미안하다는 말에 괜히 화가 나서는 미안할 필요없다고 네가 여지를 줘서가 아니라 네가 좋아서 그런거라고 했죠. 이런 일땜에 네가 행동에 제약을 받으면 너만 불편한 거니까.


살다가 누가 자기를 좋아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그 사람한테 미안할 필요는 없는거니까.. 이런 일은 교통사고 같은 거라 어쩔 수 없는 거라고 해줬습니다.


그러고 나서 연락을 안 하다가 아침에 '저녁에 잠깐 보자, 해치지 않을께 ㅋ'라고 문자를 보냈는데 연락이 없네요..


7월에 있는 백조의 호수 공연도 보고 싶고 헤다 가블러도 보러가고 싶고 괜찮은 바도 같이 가고 싶은데, 이젠 연락도 안되네요.


사귄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아쉽고 보고싶고 그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나름대로 쿨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저도 별 다를 것 없네요.


좋은 사람이라 확실하게 정리를 해주는게 고맙기도 한데, 마음은 너무 서운해요. 그렇다고 뭐 대단한 연애 했다고 누구 불러서 하소연하기도 그렇구.. 


오늘은 그 애랑 같이 본 멜랑콜리아 보러 갔다가 저번에 같이 팥빙수 먹은 카페에서 혼자 덩그라니 시간 보내다 왔습니다.


혹시나 볼까 해서. 왠 스토커같은 짓을 이 나이에 하고 있는지 서른 넘겨서 뭔 짓인지 모르겠네요.


사는 거에 아무 의미가 없다가 뭔가 의미있어질려고 했는데 다시 예전으로 돌아오니 뭐라 말도 못하게 허무하네요.


어찌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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