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의 고단함

2014.05.19 09:10

여름숲 조회 수:2843

뭐 세상의 모든 엄마가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즤집 어무이는 고생을 사서 하신다 싶게 헌신적인 살림을 살아오신 분이신데...

뭐 예를 들어 김장은 자식들 팽팽 노는 주말보다 주중에 해서 오빠집까지 다 챙겨주시고

식혜 수정과 정도는 당근 집에서 하시고

장도 담그셔야 하고

매해 매실을 좋은 곳에서 구해 매실액을 수십킬로씩 담그시고

엿을 곤다던가(아파트에서... )

온갖 저장음식 깻잎장아찌, 콩잎장아찌, 무장아찌, 마늘쫑장아찌, 그리고 장아찌의 최고봉은 마늘장아찌.

왜냐 우리집은 잔잔한 마늘을 사서, 마늘을 껍질을 모조리 다 까야만 담그시는 근성의 풍습이라..(그냥 담그면 먹을때 지저분하게 손에 묻혀야 된다고 질색)

뭐 서너접씩은 우습게 까서 담그셔서 오빠네도 나누어 주시고 하던걸 봐온터인데...

 

뭐 이제 연세드시고 어깨 석회성 관절염에 백내장, 녹내장, 허리디스크까지 생기시니.. 위의 대부분의 것들은 포기하고 사십니다.

그런데..어제 저녁..함께 시장에 나갔다가 좋은 풋마늘이 나온 걸 발견..

 

"어휴~~ 이제 내 몸이 이러니 마늘장아찌도 이젠 못담겠다!"하시는 말씀에 저는 호기롭게..

 

"아이 제가 까면 되지요.. 까짓.. 두접 삽시다.."

 

일단 시장서 10분거리의 집까지 마늘 두접 들고 오는데 손 끊어지는줄 알았어요.. 마르지 않은 풋마늘의 무게가 만만히 볼일이 아녔어요.

근처 아파트 재활용수거장에서 박스 뜯어 손잡이 만들지 않았으면 정말 오다가 내던졌을 수도...

그리고 아우 저녁내 붙잡고 앉아 12시까지 깠는데 한접도 못깠어요..

10시가 넘어가면서 부터는 저도 허리가 뒤틀리기 시작하고 비닐 장갑을 끼고 까는데도 손은 아리아리 아파오고, 손톱은 부러지고, 구멍난 장갑사이로 흙과 마늘 진액이 들어가며 쓰라리고..

 

아니 이걸 어케 서너접씩 까서 장아찌를 담그시냐고요..그것도 매해.. 때 맞추어...

 

어쩌다 엄마가 집을 비우셔서 조금씩 살림 해보면 먹고 돌아서면 또 먹을거리 걱정에

 

아무리 쓸고 닦아도 다시 지저분해지는 바닥.. (특히 물쓰는 주방은 더더욱...)

 

한시적으로 하는 일이니 잠깐 하고 만다고 하지 이게 계속 반복된다면 저는 못할거 같은데.. 어찌 그렇게 그런 일을 평생을 해오셨는지..

 

아~~~ 주부는 위대하십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8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92
97 저스티스 파티는 오늘도 저스티스해 [2] 타락씨 2019.10.14 520
96 [바낭] 좋아하는 록키 엔드 크레딧 둘 [1] 로이배티 2016.06.11 586
95 나를 찾아줘 흥행 비결이 뭘까요?(스포 다수) [5] 쥬디 2014.11.12 2043
94 인생의 좌우명은? [28] 칼리토 2014.08.04 2634
93 이것저것 일상 이야기 [2] 벼랑에서살다 2014.07.03 1309
92 (24 시즌 9 이야기. 초강력 스포일러 포함) 저는 아직 멀었습니다. 득도에 이르렸다고 했지만 아직도 풋내기군요. [3] chobo 2014.06.27 1069
91 [아이돌바낭] 인피니트 신곡 mv + 새 앨범 잡담 [6] 로이배티 2014.05.21 1901
» 살림의 고단함 [10] 여름숲 2014.05.19 2843
89 글쓰기 팁 [6] walktall 2014.04.24 3258
88 그냥 확!! 불어버릴까부다 [4] 여름숲 2014.03.21 1531
87 1월에 올리는 마지막 아가씨 사진(구체관절인형 바낭) [2] 샌드맨 2014.01.25 1261
86 어제는 배스킨라빈스 31DAY [16] 여름숲 2013.11.01 2732
85 어느 스님 이야기.삶과 죽음.천국(극락?)과 지옥.EFR 교육 [12] 무도 2013.10.08 2944
84 샤아 전용 오리스 PV [8] 나나당당 2013.09.03 1745
83 [아이돌] 고대자료 발굴 - 카라, 포미닛, 인피니트, 틴탑이 출연한 꽃다발 [2] @이선 2013.08.21 1648
82 건축학과 나온 사람이 본 '건축학개론' [3] soboo 2013.08.07 3613
81 [건프라] 친애하는 듀게의 건프라러 여러분, 혹시 이러신 적 없으신지?ㅋ [12] Mk-2 2013.07.23 1411
80 [바낭] 오늘 인피니트 컴백 무대 영상 + 관련 잡담 [8] 로이배티 2013.07.18 2171
79 리쌍....좀 걱정했는데 [2] soboo 2013.05.22 3506
78 [바낭] 어쩌다 또 보며 살짝 적어 보는 '남자가 사랑할 때' 간단 감상 [27] 로이배티 2013.05.16 324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