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애 얘기] 잠수남의 추억.

2011.11.14 10:53

Paul. 조회 수:3717

 

  이틀 전 토요일은 홍대 사는 아가씨의 집들이를 가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먹부림 모임 하는 듀게인들도 퇴원 후 간만에 보기로

한 자리. 그녀는 일에 찌들고 저는 신체가 부자유한 관계로 진즉 날을 잡아놓고 둘이서 네톤으로 카톡으로 둑흔둑흔 집들이를

기다렸죠. 저를 실어다 주기로 한 싸부(애인님)은 전날부터 연락해서 세시에 데리러 오마고 얘기했었고요.

   그런데! 토요일 두시 반부터 주구장창 연락을 해도 통화가 안 되는 겁니다. 2년 반동안 이런 식으로 연락 안 닿은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저는 몹시 당황. 나 놀러나가야되는데ㅠ0ㅠ!!!<-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요거프레소에서 아메리카노를 초조하게 들이키며 포풍 전화질을 합니다. 집주인 아가씨도 몹시 뽱당해 하며 호기롭게도 본인이

택시비를 줄 테니 양주에서 홍대까지 택시를 잡아 타고 오라;;;고...그래서 저는 일단 세시 반까지는 기다려 보기로.

 

  그렇게 오분 간격으로 전화를 하며 기다리고 있는데 떠오르는 한 사람. 스물셋 무렵 만났던 그는 저보다 일곱 살이 많았고, 같은

학원에서 강사 알바를 하며 쇼핑몰을 하고 있었죠. 외모나 멘탈이나 지금 돌이켜도  제 취향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남자였어요.

워낙 푹 빠져서 좋아했었기 때문에, '아, 사람들이 이래서 결혼을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죠. 그와 연애를 시작하고 한

두 달 정도 제가 워낙 다정 상냥 뽀송뽀송했기 때문에 주변 친구들은 그때의 저를 '천사모드'로 회상합니다. 그렇게 세 달쯤 만났나.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전화도 안 받고 문자에도 답이 없어요. 마침 학원알바를 나가지 않는 주말이어서 연락해 만나지 않으면

볼 일이 없었을 겁니다. 바로 전날 둘이 평소처럼 술 마시며 여름 휴가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었기 때문에 @_@ 뙇 이렇게 미쳐가지고

주말 이틀을 연락 시도. 뭐 시간이 좀 지난지라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이틀 뒤 연락이 됐던가 결국 학원에서 봤던가. 암튼 얼굴

보고 얘기했드니 하던 쇼핑몰이 잘 안 돼서 접어야 하고, 빚이 좀 있는데 그걸 까야 하고, 사실은 날 만날 때부터 상황이 그리 좋지

않았고 연애를 할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고, 미안하고, 뭐 블라블라. 지금 같았으면 좀 더 똑똑하게

니 상황이 어떻든 이건 나한테 너무 예의없는 행동이 아니냐고 따졌겠지만 그때 당시의 전 그저 그가 너무 좋았으므로 내 옆에서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그 자체만으로 눈이 헷가닥. 주리주리 쓰다 보니 이런 얘긴 듀게보다 감자블로그에 더 어울리는군요...;;;;;;;

거기 제보하면 빵빵 터질 만한 사람이 얘 포함 얼추 꼽아봐도 다섯 손가락은 넘...그냥 제가 남자 보는 눈이 없는 건지도요, ㅇㅇ.

 

   뭐 과정 생략하고 훅이만 쌔우자면 덕분에 제 슴셋 3/4분기와 4/4분기는 엉망이었고, 지금도 자다가 하이킥할 만한 각종 찌질한

짓은 다 하고 다녔드랬죠. 그는 상수역에 심야식당을 모티프로 한 주점을 차렸지만 얼마전 그것도 정리( ..) 또 딴 일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안 물어봤어요;;;;; 좀 잘 살아라......................

  어쨌든 그날 싸부한테 전화를 하면서 그에게 포풍 전화하던 그 시절이랑 딱 겹치는 겁니다. 걔가 일단 생각나 버리니 불안감은

두 배. 뭐, 뭐지;;;; 싸부한테 무슨 일이 생긴건가;;;;; 공상과 상상과 연상은 제멋대로 커져서 불쌍한 저를 좀먹고....드디어 콜택시를

부르려면 찰나, 세시 반이 거의 다 돼 싸부한테 전화가 옵니다. 완전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미안...내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지금 출발할게...가서 얘기해...ㅠ.ㅠ'

  

   사십분 뒤에 도착해서는 그날 아침 열 시까지 술을 드셨다고^^^^^^^^^^^^^^^^^^^^^^^^^^^^

   결제를 안 해주는 그지같은 거래처 인간과 밤을 새고, 그가 졸라 강남 안마방에 넣어놓고 본인은 취침실에서 잠깐 잤는데 눈을 떠보니

두시 반이었다고..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그렇고, 어쨌거나 그는 왔고 저는 놀러갈 수 있게 됐으니. 그냥 꼬부장하게 '난 저렇게

늙지 말아야지...'했습니다. 싸부도 위에 얘기한 잠수남을 알고 있어요. 제 슴넷 생일엔 셋이 술을 마시기도 했고. '아까 싸부 기다리다

보니 잠수남 생각이 나드라'는 얘기는 안 했음. 일단 숙취 때문에 힘들 그 몸상태는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데다(-__.....) 집주인 그녀를

위해 '해바라기가 좋다드라'며 직접 그린 수채화를 원목 액자에 넣어 정갈히 포장해 집들이 선물로 준비한 걸 보니 기특돋기도 하고;;;

어쨌든 큰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니 다행이잖아요.

 

  -이런 사연 끝에 도착한 집들이는 몹시 즐거웠어요. 멤버 중 한 분이 추천해주신 왕갈비집은 비주얼 쇼크에 맛은 감동의 쓰나미....//////

근데 싸부는 이제 너 걸을 때까지 외출 없다며, 억울하면 빨리 걸어서 독립하라고 못을 박는군요. 젠장...오늘부터 병원 목발짚고

걸어서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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