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형, 이효리의 You & I 감상

2012.02.27 16:23

7번국도 조회 수:2193

 

어제 밤 늦게 방송된 정재형, 이효리의 You & I를 봤습니다. 일요일 티비 시청은 항상 개콘을 마지막으로 끄거나,

가끔 SBS스페셜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다룰때 거기까지만 보는 편인데, 새로 시작하는 음악프로이고,

저도 (현재는 파업때문에 제작에 참여하고 있지 않지만) 타 방송에서 음악프로를 만들고 있어서 모니터링 차

졸린걸 참고 일부러 지켜봤습니다.

 

 

[칭찬]

 

다른 장르도 그렇지만, 음악프로의 핵심 역시 섭외와 구성입니다.

 

어떤 뮤지션들을 불러서, 그들에게 어떤 노래를 시키는지만 만족이 된다면, 나머지는 마이너한 문제가 됩니다.

유앤아이의 정체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게스트는 UV였습니다. 음악을 하긴 하지만, 예능으로 음악을 하는 UV가

추구하는바가 유앤아이가 추구하는 음악예능이라고 추정한다면, 이 섭외는 꽤 만족스러운 섭외이고, 기획입니다.

첫 방송의 첫번째 게스트였고. 마지막에 붙은 앵콜곡까지 해서 4곡이나 배분한 편성은 그들의 지향에 잘 맞았습니다.  

 

다양한 화면 구성과 섬세한 노래 자막 역시 괜찮아 보였습니다.

카메라를 몇대나 썼는지 세보다가, 골치아파서 중단했는데, 나중에 엔딩크레딧에 나오는걸 보니

(전체 무대를 잡는) 스튜디오 카메라 6대

+ (세션이나 관중 리액션을 주로잡는)  ENG카메라 4대...라고 숫자가 나왔고 그 외에

 

+ (전체 무대의 움직이는 화면을 잡는) 지미집 카메라가 2대

+ (보너스로 관중과 무대를 걸어서 화면을 잡은) 5D Mark2 카메라가 2대

+ 무대 위를 가로지르는 줄에 매달에 무대 위를 종단하면서 화면을 잡는 플라잉 카메라가 1대

+ UV 무대에는 기타에 매단 미니캠 1대

...로 보이더군요.

 

카메라 대수가 다른 음악 프로에 비해서 많은 편이긴 합니다.

일반적인 지상파 음악프로는 스튜디오 카메라 8대 정도에 스튜디오카메라와 연결한 ENG카메라 (EFP라고 합니다)

2대 정도해서 10~12대 정도로 화면을 만듭니다. 카메라 댓수로만 보면 다른 프로그램들에 비해서 엄청나게 많은

편도 아닙니다만, 이 프로의 편집은 하우스 밴드나, 출연한 뮤지션의 악기를 잡는 ENG카메라의 비중을 높이고,

좀더 다양한 편집을 사용해서 굉장히 다양한 화면을 보여주더군요.

 

세심한 가사 자막처리도 꽤나 박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었습니다.

각 노래의 특성에 맞춰서 다른 폰트와 크기의 자막을 뽑았고, 화면 안에서 인물의 위치와 노래 가사의 특징에

따라 가사를 좌, 우, 중간으로 세심하게 나눠서 집어넣었더군요.  

 

 

[별로]

 

딱 UV까지의 무대가 좋았는데, 그 다음에 등장한 아이유의 무대는 많이 실망스럽더군요.

UV 무대에서 보여줬던 기존에 볼수 없던 곡에 더해서 낯선 화면 구성과 편집 같은게 아이유 첫곡이 시작되면서

다 죽어버렸어요. 마지막에 부른 아이유의 '너랑 나' 무대는, 뮤직뱅크에서나 스케치북에서나  열린음악회에서나

똑같이 나올 수 밖에 없는 무대입니다. 하우스 밴드 없이 MR(..이라고 쓰고 AR이라 읽는 경우도 많습니다) 틀고

댄서들 나와서 춤추는 영상이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 흔들어버렸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루시드폴.

이건 너무 스케치북의 아류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섭외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결국 비슷한 컨셉의 프로로 갈수도 있겠지만, 첫회인 만큼 가능하면 유희열과 안테나뮤직의 범위를 벗어난 섭외로

차별성을 뚜렷이 하는게 당연한 기획일거 같은데, 굳이 루시드폴, 다른사람도 아닌 루시드폴. 좀 그랬습니다.

 

아래 글에서 '포커스가 나간' '화면이 색다른' 으로 표현된 카메라가 (애칭으로 오두막이라 불리는)

Canon 5D Mark2 입니다. DSLR인데 심도가 아주 얕고, 색감이 좋고 영상제작에도 잘 맞아서, 요새 야외 촬영하는 프로에서는

카메라의 활용이 있는 편이고,  실험적으로 이 오두막 카메라로만 제작한 드라마나 다큐 같은 작품도 있는 편입니다.

 

저도E사의 스페이스 공*을  제작할때 뮤지션 소개를 위한 야외 촬영 영상이나 이미지 컷들을 찍을때

 M사의 음악중*을 제작할때는 야외에서 찍은 사전녹화를 찍는데 이 카메라를 자주 애용하는 편이었습니다만,

스튜디오 공개방송에서 일반 카메라 중간중간에 섞어서 이 카메라를 쓰는 연출은 처음 보았습니다.

일반 스튜디오or ENG카메라와 오두막은 색감이나 심도 등이 좀 많이 달라서 화면을 섞어 쓰게 되면 화면이 튀어서

자연광을 예쁘게 담을수 있는 야외 프로는 몰라도, 실내에서 인공 조명을 쓰는 스튜디오 프로에서는 안쓰는 편인데,

아무렇지 않게 섞어쓰는게 툭툭 튀어보이긴 했습니다. 업계 사람만 신경쓰이는건지  같이 보던 와이프에게 설명해주면서

눈여겨서 보라고 하니, 오두막 화면을 찾아내면서도 별로 거슬려 하진 않더군요.

 

 

[총평]

어제 방송의 부제가 '1회'가 아닌 '프롤로그'더군요. 예고를 보니 다음회인 1회에도 뮤지션 머릿수는 3팀으로 동일한걸 보니,

처음부터 '프롤로그'를 계획하고 만들었다고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만들고 후반작업하다보니, 뭔가 어설프고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은바가 있고, 이런점을 정리해서 첫회에 보여주기 위해서 '프롤로그'로 첫회를 뺀걸로 느껴졌습니다.

 

정재형과 이효리는 인기있는 좋은 MC이긴 합니다만, 그들에 포커스가 맞춰진 구성 같은걸 다음회부터는 당연히 훨씬 줄이겠지

싶은 생각과 함께, 예능적인 성격 강조는 좋지만, 그걸 코너나 구성으로 해내야지 필요없는 자막에 더해서, 자막이 들어갈때마다

쾅쾅 때리는 효과음으로 예능감을 높이는건 무리수라고 느꼈습니다.

 

이런류의 음악프로그램의 원조이자, 궁극의 경쟁프로일수 밖에 없는 스케치북을 보면 뚜렷이 드러납니다.

스케치북의 카메라나 편집은 매우 단순하고 기본적인 샷만 이용합니다. 가끔 지미집 카메라의 라인이 화면에 잡히기도 하고

커트를 잘못 넘겨서 화면이 튀는 경우도 종종있습니다만, 이런걸 눈여겨 보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스케치북은 섭외력 + MC의 진행능력에 더해서 꼼꼼하고 재밌는 코너구성만으로 충분한 재미를 만듭니다.

유앤아이는 이런 스케치북을 따라가면서도, 차별화 해야하는 어려운 작업이 놓여있겠죠. 

 

엔딩 직전의 화면에 '소통의 음악' '위안이 되는 음악' 같은 자막을 보고서, 어디서 본듯한 기시감을 느꼈는데,

크레딧을 보니 기획(책임 프로듀서)가 힐링캠프와 같은 사람이더군요. 첫회 아니 프롤로그 무대에서는 특별히 이 프로그램만의

소통이나 위안의 강점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뭔가 다른 프로를 만들고 싶어하는 제작자들의 꿈틀거리는 욕망과 노력에 비해서

그 결과물이 특별히 그런 색을 띄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웠습니다.

 

좋은 카메라 워킹과 화면은 '네이버 온스테이지' 무대가 거의 끝판왕 레벨입니다.

그런것보다, 기획과 구성이 중요한건 제작진도 잘 알고 있을텐데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조금 더 지켜보고 싶습니다.

 

 

 

p.s

1년만에 인기가요가 아닌 별도의 음악프로를 만든 SBS에서는 박수를 보냅니다.

MBC가 꽤나 좋은 평을 받던 '음악여행 라라라'를 폐지하고 '아름다운 콘서트' 같은 성격이 애매한 프로그램을 편성한 이유는

단순합니다. 의사결정을 한 사람에게 직접 물어보니 '시청률'이라고 답했습니다만, 시청률이 낮은건 '아름다운 콘서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채널이 하나밖에 없는 MBC에서 '라라라'가 소화해낼수 있는 뮤지션은 너무 제한적입니다. '아름다운 콘서트'같은 애매한 프로는 어떤 뮤지션이라도

다 소화해낼 수 있죠.  음악중심이나 인기가요 같은 아이돌 프로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소화해 내기 위해서, 프로그램이 3개면 모를까 음악프로가

달랑 2개인데 그중에 하나를 라라라가 잡아 먹고 있는 슬롯 구성은 경영적인 측면에서 바라볼때 비효율적일 수 밖에 업습니다.

 

그런면에서 채널이2개고, 광고가 없는 1채널을 가지고 있어서 M이나 S보다 훨씬 많은 장르의 음악프로

(뮤직뱅크, 스케치북, 콘서트7080, 열린음악회, 가요무대에 클래식오디세이, 국악한마당까지) 를 편성하고 제작할 수 있는

KBS에는 부러움을 한껏 보냅니다ㅠ

(나가수, 위탄, 불후의 명곡, 케이팝스타, 도전1000곡, 전국노래자랑은  음악프로라기보단 음악을 소재로한 예능 프로이니 제외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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