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모르겠어요 화도나구요,

잠도 안오고...

 

일명 클라이언트를 주님이라고 부르는 업계의

그 중에서도 가장 불쌍한 직업인 (기획이라고 쓰고 동네북이라고 읽는)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 일의 가장 큰 딜레마는 제가 언젠가 전 직장을 그만두면서 친구한테 말했는데;

"남의 일 열심히 해주고 욕은 욕대로 들어먹는" 직업이라는데에 있습니다.

 

제 가장 큰 실수는, 이 업계의 이런 사정을 뻔히 알면서 다시 돌아왔다는데 있겠지요.

 

새로 만든 회사에 조인해, 일하고 있는데 개뿔 달라진건 하나도 없고, 되려 기존 업계와 다른 시스템과 프로세스로 일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다르다기 보단 사실상 없다고 봐야하죠. 시스템과 프로세스가 자리잡혀 가는 과정속에서 여기저기 비어있는 업무들이 있는데,

어줍잖은 책임감과 성실함을 앞세워 이렇게 저렇게 오기로 버티고 있는데...정말 너무 힘드네요.

 

언젠가 같은 직업을 가진 한 친구에게 안부를 물었는데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매일매일 죄송합니다만 입에 달고 살다가, 요즘에 기분은 내가 세상에 태어난것조차 죄송한 기분이 든다"

 

농담으로 웃어넘겼는데, 반은 웃기고 반은 슬픕니다.

 

이 일의 또 다른 딜레마는 제곧내인데요.

자기가 하지도 않은 일을 책임지고 욕먹는 일명 총알받이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제작쪽에선 자기들이 열심히 만든 것 제대로 못 팔아왔다고 드럽게 무능력하다며 욕먹고

주님께선 어디서 이딴걸 들이대냐며, 상종도 안해주십니다.

 

여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심지어 내가 하지도 않은 

서버니 뭐니 하는 IT 관련 복잡한 사안으로 에러나 오류라도 낫다 치면, 게임 오버입니다.

 

방금도 테스트 백번 마치고 오픈한 페이지에 갑자기 알수 없는 오류가 발생해(unknown error라고 나오네요. 심지어 이름도 알수없는 오류임ㅠ)

지금 이시간까지 개발자와 채팅하면서 수정하고 있는데 너무 짜증이 납니다.

 

서버한테 울고불고 따지고 싶어요. 

너 아니어도 나 충분히 힘드니깐 너까지 이러지 마라 응?

 

매일매일 그만두고 싶단 생각을 하고,

언제 어떻게 말해야되나 눈치보고 고민하다가,

오픈멤버라는 명분아래 월급도 적게받고 멍멍이 고생한게 아까워서...꾹 참다가.

 

한번씩 또 이런 일들이 일어나서 중간에 햄버거로 껴서 욕을 왕창 먹게되면,

나 이렇게 살라고 울엄마아빠가 대학까지 보내주신거 아닌데....하는 서글픈 생각과 함께 자존감이 형체도 없이 사라지네요.

 

전 학교다닐때도, 선생님이 누구 하나 잘못했다고 반 전체 체벌하는거 정말 제일 싫어하고 - 억울해 했는데.

친구의 잘못을 왜 내가 나눠야 하나요? 그리고 그게 과연 친구를 위하는 걸까요?

 

당장 내일 아침에 출근하면 주님께서 불호령을 치실텐데,

알수없는 오류는 해결되었지만, 마음은 벌써부터 쿵닥쿵닥 요동질 칩니다.

 

일은 일대로 꼬여가는데, 제 개인적인 삶도 자꾸 피폐해지는 것만 같아요.

 

친구들 못만난지도 한참되었고, 주중에 영화를 보거나 약속을 잡는 건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어요.

주중에 퇴근이 자꾸 늦어지다보니, 주말에 뭘 하는 것 자체가 아예 의욕이 없구요. 주말에도 일을 하거나 일 걱정을 하느라 악몽도 꾸고, 가위도 눌립니다.  

입사 이후 제 인생이 없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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