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 죠구리는 여느 때처럼 한가하게 좋아하는 의자에 누워 있었습니다.

그것도 '퍼질러' 있었죠.

 

  아무튼 몸 뒤집어 자는 건 어디서 배워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얘 이상해요, 너무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느긋느긋 죠구리 선생을 클로즈업해 보았스빈다. 중간에 '누구냐 넌!!!(번뜩)'하더니 도로 자요. 태평. 

 

     아무 데나 널부러지는 게 유전인가....역시 널부러져 있는 에미 배 위에 숯이 널부러집니다.

제가 없으면 제 베개 쪽(머리맡을 좋아해요 둘 다)으로 옹골옹골 모여서 또 떡실신. 참 팔자 좋은 남매입니다.

 

 

 

 

2. 파워수영하고 자전거 타고 오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컨디션도 좋고 운동도 개운하게 해서 엔돌핀이 흘러넘치더군요.

자전거 타고 성산대교 찍고 올까, 기타랑 피아노 학원 끊을까, 놋북 사서 소설 쓸까, 붓펜 사서 그림그릴까,

하고 싶은 것들이 잔뜩 떠오르면서 뫅뫅, 혼자 흥겨워하고 있는데 마침 다이소가 눈에 띕니다. 떠올린 것들 중 제일 실행하기 쉬운

붓펜그림부터 하기로 했죠. 천오백원에 두 개짜리 붓펜을 사와서, 집에 도착해 짐정리를 하고 거실 식탁에 퍼질러 앉아 냅다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숯과 죠구리를요.

 

   들어가자마자 밥을 줬으니 밥 먹는 죠구리 뒷모습부터 크로키(...........이런 게........크로키.....................일까.......).

 

 

     순식간에 사료를 해치우고 식탁에 있는 에미한테 폴짝 올라와 재롱질. 

 

 

   요즘 입이 짧아 걱정인 숯은 또 개미 눈꼽만큼 깔짝깔짤 먹고 나서 침대에 꼬부리. 

 

    이내 둘 다 제 주위에 몰려들었죠. 죠구리는 제 맞은편 의자에 쪼그리고 앉았고 숯은 무릎에 올라와 자리를 잡고.

그걸 그렸어요. 이건 마음에 듭니다. 

    숯은 시꺼매섴ㅋㅋㅋㅋ 어뜨케 그려야 될 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거실에서 일어나 책장 아래 엎드리고 숯이 닥닥닥 손톱질하면서 꺼내 팽개쳐져 있는 옛날 앨범을 펼쳤어요. 엄마아빠 결혼식 사진이 눈에 띄길래

폐백하고 있는 엄마 그렸어요. 이케 보니 저 엄마 닮았더군요, 입툭튀. 

  싸구려 붓펜이라 그런지 이쯤 그리니 펜 끝이 뭉툭뭉툭, 제대로 그릴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모 배우를 그렸어요. 안 닮았으니까 말 안 할래요.

체형이 좀 다르긴 한데, 우리 엄마가 나이들었으면 이 사람같은 느낌이 났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오늘부터 상급레인에서 수영강습을 받아요. 엄청 잘 하는 언니님이 하나 있는데, 강사님이 오리발 끼우라 하더니 곧바로 파워자유형 열바퀴를 돌리는 거예요.

훗 그까짓 열바퀴쯤이야. 혼자 수영할때 한 바퀴 2분씩 잡아서 느긋하게 하면 뱅뱅뱅, 열 몇 바퀴도 돌 수 있었으니 오리발 부스터 끼운 다음에야 뭐가 힘들겠어,

했죠. 그리고 잘 하는 언니 뒤를 따라 돌기 시작했습니다.

 

   웬걸. 이 언니 쩔어요. 쉬질 않아 막. 그냥 뱅뱅뱅뱅뱅.............................헐퀴, 여태 수영하면서 이렇게 숨차고 얼굴 시뻘개진 거 처음인데, 왠지 느긋하게 했다간

지는거다, 이런 생각이 들고 막, 이거 시합도 아니고 내기도 아니고 그냥 수영강습인데 저는 왠지, 그냥 막, 완주해야 될 것 같고, 내가 조금이라도 쉬면 누구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도 아닌데!!!!!!!!! 그래서 도박묵시록 카이지 표정을 하고 울면서 열바퀴를 촤촤촤촤초 ㅑ!!!!!!!!!!!!!!!! 완주하였스빈다. 시계를 보니..........

보통 20분 걸리는 열 바퀴를 10분 정도에 돌았더라구요. 미쳤음.....그 뒤로 양팔접영도 완전 파워돋게 일곱 바퀴쯤.

  어쨌든 하얗게 불태우고 나니 기분이 몹시 좋아요. 지금 몸은 물 먹은 솜처럼 나른. 간만에 일찍, 푹 잘 수 있을 듯하군요:D 저녁은 와퍼주니어 먹었지만

 

    철푸덕 죠구리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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