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금] 연희동 그 골목

2011.09.16 04:29

1분에 14타 조회 수:5790

1.

어제 사상 초유의 정전사태에 아는 선배님한테 전화가 왔었습니다. 글 쓰다 다 날렸다고 하도만요;;;

 

정전자가 생각나는 이 밤, 정전 속에 날아간 시나리오들과 폐사된 수족관 물고기들에게 묵념을 (__);;;;;;;;;;;;;;

 

 

2.

(흥얼흥얼 노래나 한곡)

 

푸른 하늘 옅은 구름이 되어…….

 

바람아 너는 알고 있나

비야 네가 알고 있나

무엇이 이들에게 다가와서 으음 이들을 데려갈까

 

그 옅으디 옅은 구름이 되어..

으음 이들을 데려갈까

 

 

3.

백만 년도 더 된 것 같은 선캄브리아대적 이야기..

 

멀고 먼 옛날

 

수학의 정석 싸인 코사인 곡선에도 꼴릿하던 시절;;;

 

탈무드를 보면서도 월월(月月)이를 칠 정도로 혈기왕성했던 시절;;;

 

대학 근처라고는 낙성대 밖에 가보지 못했던 그 시절..

 

담배연기에 눈물을 흘리는 건지 메케한 최루가스에 눈물을 흘리는 건지

 

아리송하던 그 당시

 

그 당시 저는 서울대였었나(?) 아니, 무슨 국(國)자가 들어가는 학교에서 였었나(?) 암튼

 

전대협인지 한총련인지 암튼 8.15 집회를 하는 현장에서

 

싼값에 무대장치를 하는 업체에 소속되어

 

땡볕에 아시바 쌓고 조명기를 설치하며 무대 만드는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 학교 안에서 무대가 여러 개 설치되는 것을 당최 이해할 수 없어

 

"아니 이것들은 지들끼리도 통일을 못하면서 무슨 통일을 외치는 거여?"라고 시니컬하게 쏘아주면스롱

 

하루치 일당벌이를 빨리 끝낸 후 1.5돈 도라꾸에 몸을 실었을 때였습니다.

 

그때 하늘에서는 '부다다다다'하는 소리와 함께

 

헬기가 떴었고, 씨뽈건 고춧가루 같은 최루가스를 뿜어대기 시작했었습니다.

 

아수라장이 된 집회현장에선

 

보도블록을 깨며 쇠파이프를 든 학생들과 대치하던 전경들이

 

학 한마리가 우아하게 날개를 펴고 나는 듯한;;; 학익진 전법으로 토끼몰이를 시작할 때

 

저의 1.5돈 도라꾸는 그들 사이로 꼼짝 없이 갇히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이 던진 깨진 보도블록과 전경들이 쏘아댄 최루탄이 동시에 날아오는 시위 현장을 뚫고 도망치다가

 

학생들과 전경들 사이에 꼼짝없이 갇혔을때;;;

 

학생 한 명이 전경의 헬멧을 벗기는 장면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을 구경(?)하면스롱

 

'쯔쯔쯔'혀를 차며 '쟤는 인제 X됐다...전경들이 젤 뚜껑 열리는게 헬멧을 벗기는 건데;;;우짜쓰까~"

 

축구 중계를 하듯 해설을 하고 있는 조수석의 선배얘기를 들으며 관람을 하고 있을때였슴다..

 

진짜로 뚜껑이 열린 그 전경은 땅에 떨어진 헬멧을 집어 들고 학생들을 미친 듯이 구타하기 시작했고;;;

 

도망치던 어느 여학생 한명을 붙잡으려고 할 때였습니다.

 

긴 머릿결을 휘날리며 고개들 돌리던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어디선가..갑자기 한국인의 올드 팝 Neil Sedaka의 You Mean Everything To Me가 흐르며,;;;

 

그녀가 느린 화면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이 온통 흑백인데 그녀만 칼라로 보였슴다;;;

 

도라꾸를 운전하던 저와 그 선배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도망치던 그녀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 선 후

 

그녀를 태우고 그곳을 서둘러 빠져나왔습니다.

 

그렇게 저와 그녀의 만남이 시작됐었슴다.

 

 

 

그녀는 자막 없이 보는 한국영화를 싫어했슴다.

 

그녀는 노래방도 싫어했슴다.

 

그리고 그녀는 구석진 어두운 자리를 싫어했슴다.

 

 

저는 그녀를 위해서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수화로 대화하는 것을 싫어했슴다.

 

두꺼운 메모장에 필담을 나누는 것을 더 좋아했던 그녀..

 

 

그 당시 대학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중고 빨갱이서점(?)에서

 

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마치 어린 시절 새소년이나 어깨동무를 보듯이

 

침을 발라가며 어려운 이념서적 같은 것을 보던 그녀..

 

 

그 당시 저는

 

파지(폐품수거)나 온돌마루 시공, 무대장치 일 등을 하면서

 

단순노동의 피로가 몰려오는 저녁때만 되면

 

그녀를 만나러 갔었슴다.

 

(이곳 듀게에서도 좋아하는 회원님들이 많은)

 

지금은 유명한 다마급(?) 감독이 되신 그 분께서

 

14타가 틈틈이 파지를 하면서 긁어댔었던 습작 시나리오를 자신의 영화에 써먹어도(?) 되냐고

 

연락이 왔을 때

 

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었슴다.

 

그런 건 저한테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슴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자주 가는 단골 중국집 진짜루~ 영화 같은 건 다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았슴다.

 

 

그녀는 항상 푸른 하늘같은 표정을 지어보였고

 

저는 있는둥 마는둥한 옅은 구름에 지나지 않다고 느꼈었슴다.

 

그녀는 제 몫의 말까지 모두 했었고(아니 필담을 적었었고)

 

저는 듣기만 ...아니, 보기만 했었슴다..

 

 

그러던 그녀와 헤어지던 마지막 날

 

그녀가 보였던 눈물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이제서야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전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헤어지던 그 때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던 저 조차도 잘 이해가

 

안 가던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

 

이젠 알 것도 같습니다.

 

도대체 그녀와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왜 그녀와 헤어졌냐고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카페 안에서 필담을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카페 안이 정전이 되었습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한 동안 지속되었고,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몇 분 후 불이 들어왔을 때

 

그녀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까닭을 알 수 없고 영문을 알 수 없는 그녀의 눈물이 궁금했었슴다.

 

정전이 되어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그 잠깐 동안의 시간이

 

그녀한테는 무서웠었나?...아니, 그 잠시 동안 소통을 할 수 없었던,

 

단절의 시간이 그녀한테는 메울 수 없는 커다란 간극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며...그냥 그렇게 추측만 했었슴다..

 

컵을 받아들고 과장되게 물을 들이키며

 

그녀의 눈물을 궁금해 하고 있을 때

 

 

그녀는 마치 장애인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포기할 때와 같은 느낌으로 음료잔을 들이키기만 했었슴다.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슴다.

 

그 후 그녀는 삐삐로도 연락이 안 되었고

 

아무 말 없이

 

어디로 간다는 말도 없이

 

이사를 갔슴다요 ㅠㅠ 크흐흑;;;

 

 

어느덧 세월이 흐르고 흘러

 

영화판에서 그녀의 도플갱어 같은

 

전혀 나이가 먹지 않고 시간이 그대로 멈춰 버린 듯한

 

그녀랑 놀랍도록 흡사한 외모의 여신을 만났었슴다.

 

의상체크를 하고 있던 그녀의 옆모습에

 

그 옛날의 그녀를 떠올리고 있을때였슴다.

 

해질녘 짙은 어둠과

 

핏자국과 함께 바닥에 그려져 있던 하얀 선;;;

 

두 가구 밖에 살지 않는 흉가 같은 달동네 아파트와

 

무허가 판자촌 위로 거대한 젬볼(조명기)를 설치하고 있을 때였슴다.

 

달동네 할머니 한분이

 

텃밭에 밝게 설치된 조명기를 보며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셨슴다.

 

그리곤 계속해서 어둑어둑한 달동네를 밝혀줄 순 없냐고 물으셨슴다.

 

"촬영 끝나면 철수해야 돼요."

 

조명팀의 답변에 할머니께서 "밤길이 어두웅께 숭악한 사고도 나고 사는데 불편한 것 아니냐"고 말씀하셨슴다.

 

그때 저는 후두엽과 뇌간을 강타하는 생각이 떠올랐슴다.

 

산동네 이웃들을 위해서 계단과 골목에 벽화를 그렸던 철산동 프로젝트처럼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서 조명 퍼포먼스 쇼를 여는 것은 어떨까?라는.

 

매년 책정되는 지자체의 문화사업부문의 경비를 타내서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조명기를 설치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뭐, 그런 생각을 하면스롱

 

놀고 있는 조명팀을 총 동원해서 고용유발 효과도 얻고

 

설치 미술가 및 공연 예술가 그리고 영화인 등 문화계 인맥들이 동원되는 문화사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혼자 흡족해 하고 있을 때

 

술 먹고 오바이트를 해도 하트모양으로 할 것 같고, 똥을 싸도 하트 모양으로 쌀 것 같은 그녀의 모습에서

 

그 옛날 그녀가 떠올랐슴다.

 

그녀의 고향이 해운대라고 했던가..

 

그래,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때 해운대 앞바다에서 조명 퍼포먼스 쑈를 하는 거다!

 

한밤중의 해운대 백사장 위로 수십 수백 대의 둥그런 젬볼 조명기가 열기구처럼 떠 있다면 얼마나 장관일까?

 

하트 모양의 조명기로 설치 미술을 하고 열기구처럼 허공에 떠 있는 젬볼 조명기로 화려한 조명 쑈를 한다며 얼마나 멋질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 저한테 묻습니다.

 

"형은 저 친구가 왜 좋아요?"

 

그 순간 저는 누구나 그렇듯 '저 여자는 이런 곳에 있을 여자가 아닌데.."같은

 

순진하고 바보 같은 자기최면에 빠지고 있었슴다.

 

"장이 튼튼해 보여서;;;내가 장이 안 좋거든"

 

이게 뭔 비아그라 먹고 오바이트 하는 소리냐는 듯이 외계인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스텝을 뒤로 하고 다시 한 번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슴다.

 

그 옛날 그녀의 얼굴이 오바랩이 되면스롱 겹쳐 떠올랐슴다.

 

어둠 속에서 울던 그녀는

 

어두운 내 마음속을 밝혀주던 한줄기 젬볼 조명기였슴다~;;;

 

어두운 촬영장 골목길을 밝혀주는 그곳엔 그녀가 있슴다.

 

제 안에도 그녀가 있슴다.

 

 

 

 

4.

밤샘 촬영이 끝난 후

 

발차(발전차)를 반납하고,

 

지급된 귀가비를 아끼기 위하여;;;

 

집까지 걷다가

 

그녀가 살던 연희동 그 골목길을 지나치면스롱 기분이 마구마구 10센치해졌슴다;;;

 

귀가비 몇 푼 아끼려고 그 골목길을 걷다가

 

피씨방에 들어와 이런 뻘글이나 올리고 있슴다.

 

 

5.

[19금]은 조회수 좀 올려보려는 훼잌으임다;;;

 

저는 조회수 올라가는 거랑 덧글 달리는 거에 오르가즘을 느껴요~

 

악플이나 뻘플도 우걱우걱 잘 씹어먹습니다.

 

댓글 달리는 거 보고 희열을 느끼는 허름한 영화인이

 

기운내서 현장일 잘 할 수 있게 댓글 좀;;;(굽신굽신 ●█▀█▄ ●█▀█▄~~;;;)

 

이 새벽녘에 누가 댓글을 달아줄까 싶지만서도 댓글 좀;;;(굽신굽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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