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네. 방금 전에 글 써놓고는 또 이렇게 바낭합니다.

하지만 가슴이 근지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는걸요.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어요. 이런 마음을.

 

외국에 살고 있어서 한국 프로그램을 보는 시기가 좀 늦어요.

프로그램이 해외동포를 위한 사이트에 올라오고 나서 바로 보면 버퍼링이 장난 아니라서, 그리고 저도 바빠서, 며칠 묵혀둔 뒤에 여유로울 때 보곤 하거든요.

 

지금은 수많은 논란 뒤에 방영되었던 '나는 가수다' 특집편을 보고 있었어요.

1, 2부로 나눠진 것 같았는데 1부도 채 다 보지 않았어요. 지금 김건모씨가 첫인상을 부르려고 하고 있네요. 여기서 일시정지.

그전 나는 가수다 편은 '와~~너무 좋은 공연을 이렇게 보네!! 완전 행운!!' 이렇게만 생각하며 보고 있었는데

이번 편은 뭐랄까...네, 아래 제 글에 댓글 달아주신 Elephant님의 표현을 잠시 빌려쓰자면, 이건 정말 절대찬스!!!로군요.

저만을 위해 만들어진 찬스요.

아아. 지금도 가슴이 두근두근 마구 방망이질해요.

후우 후우.

잠시 진정.

 

제가 뭐에 이렇게 흥분했냐면요, 가수들의 얼굴이요.

자신이 불러야 할 노래를 부르는 원곡 가수의 노래를 듣는 가수들의 얼굴과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다른 가수의 노래를 듣는 가수들의 얼굴.

이전 편들에서 다른 가수들의 노래를 진지하게 듣는 가수들의 태도도 감동적이었지만 이건 정말 다르네요.

모르겠어요.

그들은 지금 대화를 하고 있는건가요?

선율 너머로? 그들의 목소리 너머로?

저렇게 진지한 얼굴로 혼신을 다해 귀를 기울이고 영혼을 기울이고 마음을 듣기위해 집중하는 얼굴들이 화면에 가득 차니 미친듯이 가슴이 뛰는군요.

그들은 지금 뭔가를 주고 받고 있어요.

어떻게 저런 순간을 잡아낼 수가 있죠?

제가 어떻게 해서 저런 장면 이역만리나 떨어진 곳에서 목도할 수 있는거죠?

이건 정말 절대 찬스로군요!!

제가 너무 횡설수설하고 있는 거 알고 있지만, 제 기분에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제가 저를 위한 찬스라고 생각한 이유가 있어요.

저들의, 그래요, 어쩌면 화학작용이기도 하겠고, 또 어쩌면 영감이기도 하겠죠. 혹은 그 어떤 걸로도 말할 수 없는 '뭔가'가 느껴졌기 때문이예요.

저도 그들에게서 그것을 받았어요.

 

저는, 음, 말하기 좀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그림을 그려요. 음. 그림만을 아니고 그림도 그리고 조각도 하고 설치도 해요. 네, 아티스트예요.

아티스트들 각자 영감을 받는 부분이, 장소가 다르겠지만 전 조용히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혼자 상상하고 혼자 머릿속에서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노는 사람이예요.

돌아다니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요. 다들 의외라고 하죠.

그런데 제게 소위 영감을 어디서 받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대단한 곳이 아니예요.

영감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도 않죠. 그렇게 하라고 하면 전 스트레스 받아요. 그게 제게는 힘들거든요. 쉽지 않아요.

전 집에서 조용히 최근 한국의 가요 프로그램을 보기도 하고요, 밤새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가수들의 뮤직비디오를 보기도 해요.

그리고 패션잡지의 특별화보 보는 것도 좋아하고, 엉뚱한 내용의 단편소설 읽기를 좋아하죠. 그런 것에서 저는 뭔가를 받아요. 뭔가를 알아내기도 하고 깨닫기도 하고 그냥 느끼기도 해요.

생각해봤는데 그런 것들이 어떤 메세지를 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아, 저런 내용을 얘기해야겠어. 아니, 저렇게 해볼까?' 이런 느낌이 아니라..음. 그래요. 그야말로 동기부여. 그들의 존재 자체가 내게 뭔가 만들어내게 하는거예요.

대부분의 경우, 저는 뭔가와 만나게 되면 그게 뭔지도 모른채 '그림을 그려야겠다'라고 다시 다짐하곤 해요. 그냥 그래요.

아. 그림 그려야지. 나도.

그게 다예요. 그리고 다시 내 자신과 마주해서 내 안의 것들을 가지고 씨름을 해요. 그런식이예요. 적어도 저는.

작업의 주제는 제 안에 또아리를 이미 틀고 있고 개인적인 경험에 따라 조금씩 모습과 형태를 바꿔가죠. 자연스럽게요. 

제 자신이 잘 눈치채지 못할 때도 있어요. 아, 물론 필요에 따라 의도적으로 바꿀 때도 있긴 하지만요.

 

저기 화면 너머의 가수들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전하는 모습들이 제 등을 미네요. 가슴을 간지렵혀요. 뭔가 말하고 싶게 해요.

 

알고 지내는 이론가이자 큐레이터이신 분이 '많이 돌아다녀라. 많이 놀고. 영감은 네가 만들어내는게 아니라 남이 네게 주는 거다.'라고 말씀하셨을 때도

그분께 뭔가 받았다 생각은 했는데 그게 그 말 자체가 아니었거든요. 그분의 그 열정적인 조언이, 그분의 미술에 대한 사랑이 그냥 절 움직인 거였는데 오늘은 그 말이 가슴에 와 박히네요.

정말 남이 주는 거군요.

저렇게 그저 얼굴 표정 하나, 눈빛 하나만으로.

 

뒷 부분은 아직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사실 노래말고는 순위도 관심없지만, 지금 약 30분동안 본 그 장면들이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아요.

아마도 저는 저 부분을 끊임없이 보고보고보고 또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손끝이 간지러워요.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나봐요.

 

얘, 왜 이리 오바하나 생각이 드셔도 이해 좀 해주세요.

원래 사람마다 예민하고 민감한 포인트가 다르잖아요^^ 그냥 좀 엉뚱한가보다 정도로 여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란 여자, 'GO'의 초반 부, 극장에서 그레이트 치킨 레이스 장면을 보면서 터질 듯한 가슴을 안고 외국에 나가 살아봐야겠다라고 다짐했던 여자거든요.

아시죠? GO의 그 장면, 전혀 외국생활 장면이라던가 그런거 아닙니다. 정신나간 청춘들의 달리기 장면이거든요. 하하.

그런데 전 거기서 아, 나도 언젠가 저런 기분을 만끽해보리라 생각했던 것같아요. 왜 외국에 나가야 겠다고 생각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요. 한국에서 못할 거라 생각했을까요. 흠.

지금도 그 장면에 대한 기억속에는 파란 하늘과 녹색 나뭇잎, 땀냄새 그리고 흐트러진 호흡만이 남아있어요. 정말 그것뿐인데 왜 저런 생각과 연결이 된 건지는 미스테리. 아이고.

 

뭔가 막 더 말하고 싶지만 미숙한 글로는 전할 수 없을 거 같아 여기까지만 하겠슴다.

제가 글이 되면 왜 그림 그리겠어요. 그러니 제 언어가 그림인거겠죠. ㅎㅎㅎ

그들의 언어가 노래이듯.

 

네.

그야말로 바낭중의 바낭이었습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해요 ;-)

 

전 다시 김건모씨 노래로 돌아가겠습니다. 슝~!!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