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의 가라님 글과 조금 연관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남편의 자대 배치 받기 전 훈련소에 같이 있었던 동기가 신기있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그간에 있었던 괴기스런 이야기는 생략하고 본론에 들어가자면 이 동기가 훈련 마지막 주에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한번 점을 봐주마라고 했다네요.

 

우리 남편은 그때 당시 가장 관심있었던 '나 결혼은 할 수 있겠냐?'라고 물었고 그 동기는 얼굴을 한번 보더니

네 인생엔 두 명의 여자가 있어. 둘 중 하나와 결혼할거야라고 했답니다.

신기하게도 남편은 평생 썸이나 여자사람친구 따윈 없었는데 딱 두명의 여자와 사귀었고 그 중 두번째가 저입니다..-_-

첫번째 연애는 여자쪽에서 적극적으로 대쉬해서 사귀었는데 한달만에 차였구요.(이것도 사연이 깁니다)

그리고 그 동기는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넌 평생 돈 걱정없이 살겠다. 그리고 나한테 물어볼 말도 없을거야라구요.

남편은 내가 돈을 많이 버냐?라고 물었는데 그게 아니라 돈이 많으면 많은대로, 적으면 적은대로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인생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남편은 사소한 것에 기뻐하고 만족해합니다. 다르게 말하면 욕심이나 야망(?)이 없습니다. 항상 현재에 만족하죠.

적으면 적은 대로, 많으면 많은 대로 항상 미래를 생각하며 저축을 합니다.

더 노력해서 이직할 생각이 없어?라고 물어보면 지금이 좋다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그러면서 미래를 대비해서 저축을 늘리던가 하지요.  그 점은 존경스러워요.

 

제가 볼 땐 그렇게 기뻐할 게 아닌거 같은데, 예를 들어 자신이 떡볶이를 먹고 싶은데 마침 제가 그걸 해놓았다 하면 기뻐합니다.

둘이 같이 하는 게임이 있었는데 제가 입덧이 심해서 거의 못하다가 하루는 머리가 덜 아파서 같이 게임을 하자라고 했답니다.

간만에 파티를 맺고 사냥을 하는데 제가 파티말로 우리 자기를 만나서 평온하고 항상 행복해. 나중에 권태기가 와도 평생 이렇게 살자라고 했습니다.

이 사소한 말이 그렇게 기뻤다는 겁니다. 게임에서 파티말로 사랑고백한 게 기쁘다나요?;;

더운 여름에  하회마을을 둘러보다가 둘이 10분만에 gg치고 차 오길 기다리면서 시원한 미숫가루를 사먹었는데 이런 것도 기쁘고 행복하대요.

어머님이 저에게 임산부복을 사주셨는데 그게 그렇게 좋은지 싱글벙글하더라구요. 우리 어머니가 자기를 잘 챙긴다라면서요.

제가 무감각해서 그런지 제 입장에선 사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게 행복할 거 같은데 말입니다. 하하..

 

남편은 평생 잔잔한 인생을 사는 터라 굴곡이 많은 저도 덕분에 잔잔하게 살고 있는 거 같습니다.

맛없는 요리를 만들어도 맛있다, 둘이서 외출도 않고 하루종일 컴앞에 들러붙어 있다가 아이스크림을 퍼먹어도 행복하다.

산책 갔다가 빙수 사먹고 돌아오는 길도 행복하다. 손잡고 걷다가 제가 기습적으로 뺨에 뽀뽀해도 좋아서 어쩔 줄 몰라서 하는 것 보면 저도 위안을 얻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남편과 있으면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용기도 얻구요.

 

사실 전 이렇게 작은 것에도 만족하고 불만이 없는 사람은 처음 봤거든요.  솔직히 신기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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