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그리 다독가는 아니지만 회사 다니면서 책을 더 못 읽고 있어요.

대학시절 버릇이 남아서 읽고 난 뒤 단평만은 꼬박꼬박 써질렀는데 그짓도 안 하게 되고...ㅠㅠ

책 하나 잡으면 속독으로 쭉 읽어내려가는 스타일인데 오명가명 들춰 읽다보니 집중이 되지 않아 한 권 진도나가기가 힘드네요.

그래서 생전 안 하던 독서법을 시전중이죠. 여기저기 책 갖다놓고 아무때나 펼쳐보기. 소설을 누가 그렇게 읽냐거ㅠㅠㅠㅠㅠ

어쨌든 최근 한 달~ 한 달 반 사이 읽은 책과 간단한 감상. 늘 그렇듯, 다 소설입니다.

 

이언 매큐언, <속죄>   

ㄴ 이건 전에 전쟁 관련한 소설 문의하면서 언급했던 소설이죠. 영화가 너무 좋아서 찾아 읽었는데, 소설도 참 좋네요.

앞으로 최소 삼독은 더 하게 될 듯해요.

 

박민규, <더블> 

 ㄴ 자타공인 박민규빠인 저는 뭐...그냥 쉼표와 줄바꾸기를 통해  특유의 리듬을 만들어내는 그의 문장을 읽는 것만으로도 좋았어요.

<파반느> 때부터 책과 음악을 버무리려는 시도를 해왔던 그는, 이번엔 Side A, B 두 권의 책으로 단편집을 내는 시도를 했어요. 현재

한국문단에서 책의 형식을 가지고 이것저것 가지고 노는 유일한 기성작가랄까요.  

<근처>는 무슨 문학상도 받고 후보에도 오르고 해서 다른 단행본에 두 번 정도 실렸던 것 같은데. 박민규답지 않은 소설이면서도 문장만은

여전히 박민규의 것이어서 인상적이었죠.  수록작 대부분이 좋았지만 <깊>에서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이거 장편으로 하면 안 되나, 생각되는

설정인데 마지막 부분을 읽고 나면 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여운이 남습니다. 무려 SF라구요 이거.

 

김훈, <내 젊은 날의 숲>

 ㄴ 이건 오늘 꺼내서 읽는 중. 훈이 할배는 <칼의 노래> 하나만으로 제게 평생 까방권을 획득하셨지만 <공무도하> 이후 현대를 배경으로 한 그의

소설들을 읽고 있노라면 확실히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을 읽을 때만큼 문장에 압도되어 가슴이 쥐어짜이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여성 시점에 취약한 것도 여전하구요(아저씨의 독백을 하는 스물 아홉 여자 화자라니...레알 무리수).

그치만, 빛나는 한 작품을 던져 놓고 그에 압도되어 아무것도 쓰지 못하거나 쓰더라도 그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작가들을 생각해 보면,

노년에 데뷔하자마자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휩쓸고 온갖 미사여구와 칭찬에 파묻혔으면서도 들뜨거나 휘둘리지 않고 '아직 쓸 이야기가 몇 가지

더 남았다'며 묵묵히 글을 써나가는 김훈 할배가 대단해 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좀 더 재밌게 쓸 수 있는 장르로 써 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어요.

그의 문체는 현대 배경과 만나면 시너지라곤 없이 막막한 건조함만 남는단 말이죠.

 

노희준, <오렌지 리퍼블릭>

 ㄴ 선배님이자 선생님 되시지 말입니다. 성이 같아서 저보고 숙모님드립 치곤 하셨지요. 2년전 오리로스  먹으면서 이 소설 초안을 얘기해 주셨는데, 

본인이 문단에서 유일하게 강남 8학군 출신이라며 이건 당신만 쓸 수 있는 얘기다! 라고 자신만만해 하셨습니다. 소설가마다 반드시 자신이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게 마련인데, 이분에겐 이 소설이 그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90년대 강남 오렌지족 얘깁니다. 문체의 미학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는

분이다, 라는 생각이 들지만 입담이 좋아 그런지 읽어나가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한강, <바람이 분다, 가라>

 ㄴ 한강이 미술덕후였군요..<몽고반점> 때부터 기미를 느끼긴 했지마는. 사놓고 한참을 손대지 않다가 집어들자마자 단숨에 읽었습니다.

한강의 소설을 전부 읽은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읽은 한강 소설 중에는 최고로군요. 신경숙을 위시, 극세사 감성을 보유한(쥐면 바스라질 것 같은 그녀들;;)

여성 소설가들 중  가장 자기 자신을 쥐어짜고 쥐어짜서 글을 쓴다는 느낌이 드는 작가입니다. 나약하고 연약한 것 같으면서도, 무서운 치열함이 있죠.

 

왕멍, <변신 인형>

바진의 <차가운 밤>이 재밌어서 골라 본 중국소설인데, 페이지가 도무지 넘어가지 않아요. 이런건 날잡아서 휴일에 배깔고 둔눠 읽어야 합니다. 무한보류.. 

 

 

집에 읽을 게 남았는데, 죠지 아사쿠라의 <물에 빠진 나이프> 10권이 나왔더라구요. 당연히 사야죠. 이러고서 저도 모르게 카트에 뭘 수북하게 담다가..

문득 다음달 카드값 계산을 해봅니다. 깨끗하게 비우고 물빠나 10권과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만 샀어요. 잭 런던, 이름 간지나는거 가태요. 김서울,

이케다 도쿄, 프랑수아즈 파리, 메리 워싱턴....뭐여 이게-_;; 암튼 그거 골라서 All 적립금 결제.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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