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랭고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인지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크게 팡 터지는 부분은 없지만 그래도 영화로서의 재미는 충분해요.

 

서부 영화의 여러 공식들을 가져와서 쓰는 영화라서 익숙한 장면과 익숙한 얼굴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 외에도 애니메이션을 ILM에서 작업해서인지  ILM에서 특수효과를 작업했던 영화의 패러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쥐라기 공원이나 트랜스 포머, 캐러비안의 해적 등등.

 

ILM은 한 때는 어비스와 타이타닉의 디지털 도메인과 더불어 양대 CG 제작 회사였고, 지금은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를 작업한 웨타 까지 합쳐 3대 CG 회사(라고 멋대로 마음속에서 정했습니다.)중 하나로서 할리우드 관련 업계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회사 입니다. 유명 감독들이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들을 영화한다는 소문이 들렸을 때 CG를 ILM에 맡긴다고 하면 안심하곤 할 정도죠. (사실 근래 대작 영화들의 특수효과는 여러 회사들의 합작인 경우가 많지만요.)

 

그래서 허니와 클로버를 보다가 ILM을 패러디한 회사가 나왔을 땐 놀랐어요. 나 말고도 요런 매니악한 회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요.

 

사실 랭고 역시 ILM의 첫 애니메이션은 아닙니다. 예전에 단편으로 만든 Work in progress도 있으니까요.

 

 

은근히 꿈과 환상이 넘치는 배경을 잘 표현해내는 회사인 것 같기도 해요.

 

2. 월드 인베이젼을 보고 느낀 건...확실히 침략자들의 기술력은 뭔가 이상합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지구 근처에서 나타난 걸 보면 최소한 워프 기술을 가진 상당히 발달한 종족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무기는 물리적인 형태의 실탄입니다. 그것도 명중률도 높지 않고, 파괴력도 지구 병기와 비슷한 수준이죠.

 

어째서 이렇게 모순적인 기술력을 지닌 외계인이 생겼나 생각해보니, 두가지 가설이 떠오르더군요.

 

(1) 해당 외계종족 중 지구에 강하한 부대는 본디 전투가 본 목적이 아니라 물 채취가 주목적인 부대이다.

 

스타식으로 표현하면, 마린이 아닌 SCV라는 거죠.

 

 지구가 약해 보여서 그 정도면 충분했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고, 지휘관이 소벨 급의 인재라서 본격적인 전투부대보다 먼저 보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게임인 C&C 3에서는 비슷한 설정의 외계인들이 있었는데, 이들은 지구 쪽에서의 한 인물에 낚여서 그저 자원채취만 하려고 자원채굴용부대만 지구로 보냈다가 지구군에게 신나게 털렸습니다.

결국 자신들이 속았다는 것을 안 해당 외계인들이 본 행성으로 도망치면서 하는 말-"이 지옥 같은 행성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2) 해당 외계종족은 단 한 번도 지구보다 강한 군사력의 행성과 싸운 적이 없다.

 

대부분 기술 발달의 이유를 '필요로 인해서' 라고 설명할 수 있는 만큼, 군사무기 역시 당시 시대상황의 필요에 따릅니다.

 

돌격이 유행하자 그것을 막기 위해 기관총이 생기고, 기관총으로 참호 점령이 어려워지자 독가스가 생기는 등, 병기라는 것은 당장 눈 앞의 적을 해치우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이 발명되는 형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약 이 외계종족이 여태껏 우주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원주민(?)들이 대부분 비폭력적인 성향의 종족이었다거나 미개한 전투력의 보유자들이었다면, 이들의 병기가 굳이 고차원적으로 발달할 이유가 없었겠죠. 지금 그들이 가진 무기들만으로도 충분히 상대 가능했을 테니까요.

 

맨날 지나가던 초등학생을 삥뜯던 동네 양아치가 기고만장해져서 지나가던 성인에게서 삥을 뜯어보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특전사인 것과 비슷하겠죠.

 

 

 

...다 쓰고 보니 저는 왜 한 번 마주친 적도 없는 외계인들을 변호해 주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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