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운명이라 부르는 것들

2014.02.13 21:06

lonegunman 조회 수:1892



그냥 같이 듣자는 포스팅입니다.







쉽지 않았어요

놓아버리기까지 얼마나 힘겨웠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당신은 그거 알아야 해요

당신이 준 것은 오로지 기쁨

이 무참한 패배감은 오로지 제 스스로 자초한 것이죠

괴팍해져가는 건, 서서히 미쳐가는 건 바로 그 대가인 거겠죠

서로를 택했던 건 우리의 자유 의지라고 믿었는데

요즘은 거기에 뭔가 다른 게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날 지금 이 모양으로 만든 게 어쩌면 당신인가요

우린 마치 엄마라도 된 양 서로를 아꼈고

그 결과, 서로를 잃을까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이 지경이 돼버렸네요

이제 남은 문제는:


내겐 당신에게서 챙겨 나갈 물건도, 들고 나갈 여행가방도 없고

당신 역시 내 서랍 속에 남겨둔 화장품이나 스타킹 따위조차 없다는 거예요

우린 그렇게 철저하죠, 실수로라도 깜박하는 게 안 되는 거예요

후회하지 않는다면 이 일로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을 테지만...


이 사랑에서 내가 약자라고 느낄 때, 그 마음이 편집증으로 변모할 때

우린 진실을 파헤치지 않곤 못배기는 거죠

결전의 날을 맞아 운전대를 붙잡는 순간까지

몇 달이고 두문불출하며 폐인이 돼가는 거예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신이 예기치 않던 결말을, 

결코 바라지 않던 결말을-

떠나는 배를 

그저 멍하니 보고 있을 수밖에요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거죠

심지어 그걸 즐기면서요

우리가 지금 그 지경에 이르렀어요, 이제, 그만 하죠


그런데 내겐 당신에게서 들고 나올 짐도, 복도에 꾸려진 여행 가방도 없고

내 서랍 속엔 당신의 화장품도, 스타킹 한 짝도 남아있지 않네요

잊는 법을 잊었나봐요, 그러니 무슨 수로 잊겠어요

후회하지 않는다면 무언가를 배울 수도 있겠지만-


우린 이 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거예요

이게 다예요, 여기에 무슨 숨겨진 의미같은 건 없다고요

서로를 잃은 채로 있는 것, 고작 그거죠


우린 이렇게 돼선 안 되는 거였어요

그러니 그저 앞으로도 무수한 날들을

이 허무한 결말을 받아들이는 데에 허비하게 되겠죠

한때는 이 모든 걸 이해하는 날이 올 거라 여겼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그냥 운명이라 여기고 받아들이자는 

당신의 말을 믿기로 해요

당신이 운명이라 부르는 것들을




things you call fate / sondre lerche

translated by lonegunman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7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3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77
278 우리나라 만화가 중에 작화능력이 뛰어난 작가는 누구라고 생각하시나요? [33] 작은가방 2012.12.20 9707
277 대부분의 연애 또는 결혼에서 받는 여자들의 가장 큰 심리적 고통은 [61] Koudelka 2013.02.12 9606
276 하루가 다르게 망가지는 진중권 [84] 데메킨 2012.02.28 8404
275 이쯤에서 다시 보는 레즈비언 부부 아들의 의회 연설 [9] 13인의아해 2012.09.21 7703
274 [짧은바낭] 아마추어 뮤지컬 배우와 뮤지컬 배우 지망생. [30] 쵱휴여 2010.08.13 7601
273 섹드립과 성폭력(저질 19금 비속어 주의?) [48] 知泉 2013.03.22 6791
272 분명히 있을거래요. [50] 라곱순 2013.09.12 6581
271 (30금) 성인(직장인) 남자들의 취중대화 수위/ 이런 맛 아세요?/ 스스로 귀여워-_- [19] Koudelka 2012.09.13 6520
270 헤어진 여친에게 온 문자 [12] 화려한해리포터™ 2012.07.25 6507
269 여자들이 보는 데이트시 식사 장소 서열?? [34] 자본주의의돼지 2013.07.23 6482
268 파키스탄의 남성분과 길게 대화를 나누었어요 [15] 지금청춘 2011.06.04 6259
267 남자도 가지는 흔한 결혼 공포증 [34] 킹기돌아 2012.11.08 6226
266 과외교사-제자 살인사건 진실은 정말 미미여사 소설보다 끔찍하네요. [10] poem II 2013.08.08 6194
265 배두나 어머니, 알고보니 연극배우 김화영 [9] 가끔영화 2010.08.17 5847
264 (바낭) 남자친구가 눈물을 보일 때. [4] 꼼데가르송 2011.06.02 5423
263 싸이가 최근 국내 음원판매로 번 돈이 3600만원대라는군요. [17] soboo 2012.10.04 5340
262 보드게임 원작의 영화 Battleship 예고편이 나왔네요. [6] 부기우기 2011.07.27 4954
261 [포탈 바낭] 바닐라 크레이지 케이크 먹었어요. [6] 타보 2010.07.14 4880
260 [바낭] 이 주의 아이돌 잡담 [20] 로이배티 2013.08.11 4780
259 복거일씨가 또 망언을 했군요 [53] amenic 2012.03.29 453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