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원래 제가 요즘 듀게에 쓰려던 글은 이게 아닌데(믿어주세요)?, 일단 방금 전에 집에 오면서 목도한 사소한 밤풍경에서 느낀 느낌적인 느낌의 의문이 가시지 않아서요. 늘 그렇듯 운동 끝나고 집으로 오는 길. 제가 주거하는 지역은 나름 도심 한복판이라 밤 10시반 11시 사이면 너도나도 다를 것 없는 직장인들이 불콰해진 얼굴로 3차 장소를 정하는 광경이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타이밍이죠. 무상하게 길을 건너 사는 곳을 향하는 찰나, 4명쯤 모여있던 사내들의 진솔한(?)  대화가 여과없이 들립니다.

 

  "야, 그래서 너네들 다같이 빠** 뛰러 갈 거야, 말 거야?"

 

  결코 저를 겨냥해서 하는 언어(성)폭력이 아닌데 마침 작은 횡단보도를 건너 그들을 지나친 제가 불운했던 것이죠. 외양은 다들 멀끔하니 이 동네 특성상 무슨 로펌이라도 다니는 사내들일지도 모르는데(하긴 직업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어느 정도 직장인 연차가 된 저 연배의 남자들은 저런 원색적인 단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써가며, 문만 닫으면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른다는 그들만의 밀실에 대한 언급이, 하마 다들 멀쩡한 정신에 일하는 백주대낮에 드러낼 건 아니지만 이렇듯 야심한 밤엔 남 눈치볼 필요없는 진솔한 대화패턴인가 하는 생각요. 걔중 술이 덜 취한 한 사내가 때마침 지나가는 저를 의식했는지 "아이고 선배님, 많이 취하셨네요" 했지만 사실 나머지 일행들은 취한 선배에 은근히 동조하여 택시를 잡을 기세였고요. 성매매 논란을 야기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많은 성인 남자들의 취중 대화수준엔 저 정도가 그닥 무리가 아닌 건가 하는 호기심일 뿐이죠.

 

  사실 회사에서 제가 쓰는 이메일주소로 언제부턴가 강남 무슨 풀살롱이라는 데서 자꾸 스팸메일이 와요. 룸살롱도 아니고 풀살롱은 뭔가 싶기도 전에 적나라한 실사 사진을 첨부한 것에 아연실색 80% 그리고 어쩔 수 없는 호기심 20%로 그것들을 보긴 봤는데, 살면서 그동안 제가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보다 몇 장의 사진이 훨씬 더 사실적이고 노골적이고 본능적이더군요. 진짜 저한테 자꾸 메일 보내는 실장님의 정성이 지극하지만 제가 그곳에 갈 일도 소개시켜 줄 지인도 없다는 것이 함정.

 

  2. 1과 관련하여, 저 또한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이슬만 먹고 사는 청초한 처자도 아닌데, 사실 남자들 못지 않게 나름 과감하고 직설적인 여자들 사이에서의 성적담론을 조금은 불편하고 낯가리는 터라 제대로 나눠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만, 근래 관련하여 들은 가장 유쾌한 멘트는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한참 얘기하던 제 앞에서 소줏잔을 탁 털어넣더니 제게 하던 말,

 

  "아이고, 그걸 다 글로 배웠나 봐?'

 

  하던 비아냥인데 저는 그게 그렇게 웃기고 통쾌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친구에겐 언제나 그랬지만, 마치  또 제 헛점을 찔린 것처럼요. 그래봐야 겨우 그 정도 수위의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받는 것도 드문 일이긴 하지만요.

 

  3. 바야흐로 결혼시즌이군요, 이번 달 들어서자마자 결혼식이 있었는데 또 이번 토요일에 갈 후배 결혼식을 대비하여(사실 이런 환절기 결혼식이야말로 옷입기 가장 애매하죠) 좀처럼 시도하지 않았던 완전 화려한 블리우스와 벌룬 스커트를 잠깐 매치하는 동안,운동 끝나고 목이 말라 한 모금 마신 맥주가 실온에 방치되는 게 두려워 냉동실에 넣었더니 그래봐야 10분 안팎인데 금세 셔벗이 되었어요. 스스로 맥주 샤베트라고 명명하고 거기에 소주를 약간 부었더니 우와 이건 끝내주는 맛이에요. 게다가 그날 신고 갈 구두를 점검하는데 아껴 신었음에도 앞코가 아주 살짝 까진 걸 이 밤중에 손 본다고 면봉에 순간접착제 발라서 살짝 만져주는 것으로 마무리 하는데 글쎄 오른손 엄지검지가 맞붙어 떨어지지 않는 거에요. 하하하, 낑낑거리며 억지로 겨우 떼어내고 씻었는데도 지문 있는 부분이 아직 거칠고 딱딱해요. 저는 사실 늘 이렇게 어딘가 비어있고 손끝이 야무지지 못하지만 오늘같은 밤엔 접착제에 붙은 두 손가락을 떼느라 안간힘을 쓰는 저 자신을 귀엽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구두가 또 새구두처럼 감쪽같아졌으니 그것도 대만족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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