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책을 좋아합니다.

...라고 적기가 좀 민망한 게 요즘엔 잘 못 봐요. 나이 먹고 문화 생활 게으르게 하면서 세상 탓만 하는 거 참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제가 그러고 있네요. -_-;; 

좋아하는 만화가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한국 작가로는 김수정과 강경옥, 일본 작가들 중엔 아다치와 다카하시 루미코를 외칩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누가 가장 훌륭하냐를 쓸 데 없이 혼자 생각해 보면 언제나 결론은 다카하시 루미코에요.

그리고 그 양반의 작품들 중에서 또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고른다면, 매번 '인어의 숲'과 '시끌별 녀석들'과 '메종일각' 중에서 번뇌와 번뇌를 거듭한 끝에 '메종일각'으로 결정합니다.

뭐 거창한 이유는 없고 그냥 좋아요 작품이. 웃기고 찌질하면서 소박하고 따뜻한 느낌.


그리고 이 작품의 마지막 장면을 아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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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결혼에 골인한 남녀 주인공이 아기까지 낳고 둘을 엮어준 장소로 돌아와 이렇게 말 하는 장면... 이지요.


근데 뭐 제 가족분과 제가 처음 만난 곳은 서울 종로인지 어딘지에 있던 두부 전골집인데 그 집에선 말 한 마디 나눠보질 않아서 별다른 추억도 없구요.

결정적으로 어디였는지 기억도 안 납니다. ㅋㅋㅋ '그냥 뭐 먹을만 했다'라는 기억과 사방에 널려 있던 건프라 모습들만. ㅋㅋㅋㅋ

그런데 그 와중에... 현실 세계의 장소는 아니어도 그 만남 이전에 서로 처음으로 알게 되었던 곳이 듀게에요.

서로 관심사가 전혀 달라서 댓글로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고. 그냥 전 '참 발랄한 아가씨일세' 이러고 있었고 가족분께선 '저 선생 맘에 안 들어'라고 생각하고 계셨다고(...)

나아중에 결혼까지 하고 나서 가족분께서 '그래도 둘 다 그토록 듀게 죽돌이였는데 대화 한 번 나눠본 적은 있지 않겠냐' 면서 듀게를 샅샅이 뒤져보니 정말로 하나, 딱 한 번 댓글을

주고 받았던 게 나오긴 하더군요. 스티븐 킹의 모 소설에 대한 잡담이었는데 정말 무미건조해서 지금은 뭔 내용이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요. ㅋㅋ


암튼 뭐 제목부터 이미 짐작하신 분들이 많으시겠지만.

제가 애 아빠가 되었다는 이야깁니다.

작년 12월에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정확하게 딱 예정일 오후 열 두시에 태어난 시간 관념 철저한 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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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꿈과 희망을 철저하게 짓밟고 아들로 태어나버리긴 했습니다만. 뭐 보다 보니 아들도 나쁘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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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로 웃는 것도 아니고 윙크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냥 부모 눈에 그렇게 보여서 귀엽다 싶으면 된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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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르게 밥 먹고 푸지게 싼(...) 다음 흡족해하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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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살이 한창 오르는 중이라 위 사진과 전혀 닮지도 않았습니다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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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뭐 그러합니다;;; 

네. 자식이 생겼고 이제 각종 취미 생활과 젊은 척하며 살아왔던 지난 날에 관두껑 덮고 못 박는 일만 남았다는 이야기지요. 허허허.

(...라지만 요즘도 게임은 합니다. -_-v)


그냥.

영화 게시판이라면서 영화 얘길 잘 안 올라오는 괴상한 게시판이고. (라고 말하는 제가 가장 안 올립니다. ㅋㅋ)

툭하면 괴상한 소재로 댓글 폭주하는 무서운 게시판인데다가 나중에 자식놈이 자라서 아버지가 올린 글을 읽게 되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저쨌든 가족분과 제가 만난 장소이고. 예전에 결혼 소식도 올렸었고 하니 듀게에는 꼭 한 번 이 녀석 소식을 올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더욱 망했(...)던 듀게를 살려주신 분들께 또 한 번 감사드리구요.

앞으로 아기 사진으로 게시판을 도배한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 테니 긴장(?)하셨던 분들은 돌 내려놓으셔도 좋습니다. 하하;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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