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행운을 빌어요

2012.12.07 14:28

shyness 조회 수:1922

음 이글은 제 근황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만 먼저  한 두달전쯤에 법률적인 문제로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려요 :)


덕분에 잘 해결되었다는 이야기와 함께 바낭글 시작합니다.




그저께 법원에서 등기우편 한장을 받았어요.


물론 그 전날 법원 사무처에서 전화를 받고 어떤 편지 내용인지 이미 알고 있었죠.


"사건 20212파XXX 등록부정정 신청인은 심문기일이 다음과 같이 지정되었으니 출석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출석일은 12월 18일로 정해졌어요.



이날 어떤 변수가 없다라고 하면 판사와 면담이 끝나면 전 주민등록번호의 숫자가 1에서 2로 바뀌게 됩니다.


물론 다음날 투표를 하려면 임시 신분증같은걸 받아야 하고 구청에 신고도 해야하고 바쁜날이 될꺼에요.


사실 제가 세웠던 계획은 9-10월정도까진 호적정정을 완료하고 두 달동안 저 혼자 독립할 방법을 찾는 것이었는데


계획대로 굴러가면 인생이 아니긴 하네요. :)




5년전 12월 18일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거의 3박 4일의 일정의 최종면접 마지막날이었고


같이 면접을 보던 이들과 면접관들과 술자리를 했고 그것이 제 마지막 평범한 삶으로의 트라이가 되었어요.


다음날은 체 여독이 가시기도 전에 캐리어를 끄는건지 제 몸을 캐리어가 끄는건지도 헷갈린체로 지금 제가 사는


집으로 가는 고속버스를 탔어요.


당시만해도 5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고 눈길탓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거 같습니다. 터미널에서 내려서 택시를


타고 바로 투표장을 향했어요. 그때가 아마 오후 5시 50분정도였으니 거의 아슬아슬하게 세이브 된  느낌이었죠.


물론 투표를 끝내고 캐리어를 끈체 집으로 오는 그 길에서 주변에서 터지는 함성소리가 출구조사 결과라는걸 알게됐죠.


양쪽에 이어폰을 낀 아주머니는 라디오를 듣고 있는거 같았고 주변을 의식하지도 않은체 이명박이 됐다라며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죠.


그리고  전 투표장을 나오자마자 이러한 소식에 하루종일 뛰어다니느라 피곤했던 몸이 더욱 움츠려들었고 캐리어를 끌던 


걸음은 더욱더 느릿느릿 해졌어요.


"과연 그 아주머니는 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웃음을 기억할까요? 여전히 박근혜에게 그 희망을 걸어보고 있을까요?"





그리고 5년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갑니다.


2002년 12월 19일 저는 학교에서 영화 워크샵 수업을 듣고 있었어요.


낮에는 촬영, 밤에는 이론 공부와 영화감상,술자리가 계속됐었죠.


이날의 12월 19일 밤은 저의 인생에서 몇 안되는 뜨겁고 감동적인 날로 기억됩니다.


교수님과 20여명정도의 워크샵 동기들은 강의실에서 술자리를 준비하고 티비를


시청하고 있었어요. 6시 출구조사가 발표되었을때 우린 서로를 얼싸앉고 기뻐했던거 같아요.


마치 월드컵 16강에서 안정환이 골든골을 넣었을때 처럼말이죠.


그 이후에도 티비를 보면서 술자리는 계속되었고 교수님부터 시작해서 서로간의 새로운 정부에 대한 희망을 늘어놓았죠.


이런 술자리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었고 노무현으로 확정되었다라는 뉴스가 뜬 새벽 무렵,


새로운 '대한민국'을 보게 될것이다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이 납니다.


10년전 노무현에게서 슈퍼맨을 바랬던 그 자리에 있던이들은 여전히 슈퍼맨을 기다리고 있을까요?




사실 제 인생과 정치는 그렇게 상관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우연히도 최악의 소년'이라는 갑자기 생각난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우연히 인생과 정치의 쌍방곡선이 묘하게 일치하게 되어버렸어요.


노무현의 5년동안 정치엔 무관심하게 됐지만 나름 하고싶은 일을 마음대로 하고 살았던 날들이었다면


이명박의 5년은 저에겐 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이유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힘들었던 날들이었어요.



그리고 우연히 정말 재미있게도 12월 19일날  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날이 되어버렸네요.


그냥 한마디만 하고 싶어요.


"새롭게 시작될 제 인생에 행운을 빌어요."


"그리고  저와 관계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지만 누군가에게 우연히 영향을 미칠 이 날의 투표 결과에도 행운을 빌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79
113 [아이돌바낭] 자기 전의 짤막한 인피니트 잡담 [5] 로이배티 2013.03.13 1594
112 [바낭] 오늘 레인보우 컴백 무대 + 카라 토쿄돔 공연 영상 몇 개 [6] 로이배티 2013.02.14 2332
111 오늘 하루 어땠나요? Valentine 하면 생각나는 노래 두 곡. [3] 불가사랑 2013.02.14 1316
110 인간의 역사에 개와 고양이가 없었다면? [26] 닥호 2013.02.01 2143
109 이직결심 그리고 두려움.... [3] BonoBono 2013.01.29 2276
108 들으면 속이 매스껍고 멀미가 나는 음악 ? / 어느 서양 훈녀(?)의 소시 신곡 reaction video [8] slow-wave 2013.01.07 2156
107 [바낭] 바이오 하자드6, 파이널 판타지13-2, 언챠티드3, 맥스페인3 등 게임 추천 및 잡담 [7] 로이배티 2013.01.07 2842
106 흑맥주를 사랑합니다 & 맨처음 샀던 앨범 기억나세요? [11] 지붕위의별 2013.01.04 1548
105 분노보단 위안이 필요하지않을까싶어요.+예언 놀이결과 [4] shyness 2012.12.21 1102
104 '새누리당 불법 선거 운동 혐의 조사' KBS 뉴스 영상 [13] 로이배티 2012.12.13 2947
» [바낭] 행운을 빌어요 [17] shyness 2012.12.07 1922
102 (기사링크) 손잡은 문-안, 내일 부산에서 첫 합동유세 [3] chobo 2012.12.06 2370
101 이쯤해서 되돌아보는 대선 TV광고들 [5] 곽재식 2012.11.29 2352
100 TV에서 담배가 사라진게 언제부터죠? [8] turtlebig 2012.11.28 2476
99 [바낭] 쌩뚱맞은 게임기, 게임 잡담 [4] 로이배티 2012.11.27 1709
98 황상민 `朴 생식기만 여성'발언 - 이 분은 용감한 것인,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인가? [9] soboo 2012.11.02 3983
97 꼴데 후임 사령탑 김시진 감독 유력? 만약 이랬다면 양승호 감독에게 압박을 가했어도 괜찮았어. 이런 저런 잡담. [1] chobo 2012.10.31 1356
96 [바낭] 뜬금 없는 인피니트 영업글(...) [19] 로이배티 2012.10.29 2446
95 [바낭] 요즘도 듀게에 건프라 같은 거 하시는 분 계십니까 [14] 로이배티 2012.10.15 2267
94 양천구청장 선거는 매년 해야 제 맛 [6] 닥터슬럼프 2012.10.12 214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