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나무숲] 싫은 손님들.

2013.08.06 21:59

知泉 조회 수:3476

집안 환경 상 손님 치르는 건 일도 아니었습니다. 한두 명에서 몇 백 명까지. 덕분에 프로페셔널 손님맞이 또는 손님맞이의 달인이 되었습니다. 절대 당황하지 않는 접대의 화신이라고 주장하지만 정말 당황스럽고 아주 싫은 손님들이 있습니다.




1. 여기 분위기 좋아서 들어가 봤어요.


너는 손님, 나는 주인입니다. 손님이 왕이라 해도 니가 내 침실을 들어올 이유가 되지는 않아요. 도대체 안방 화장실, 드레스룸, 침실을 왜 들어가십니까. "방이 몇 개인지 알고 싶어서 들어갔다"라. 이런 성의 없는 핑계를 보았나.


2. 어머, 책 많으시네요. 사진 좀 찍을게요.


남의 서재를 왜 찍으십니까. 섹션 나눠서 따박따박 다 찍으셨습디다? 왜 남의 책을 들춰봅니까? 눈으로만 봐도 충분합니다.


3. 어머, 이쁘다, 이게 뭐예요?


이쁘죠. 저도 좋아해요. 그런데 장식장 문을 열고 기어코 접시 뒤집어서 브랜드를 확인해야 직성이 풀립니까. 그러다 깨지면 어쩌시려고???


4. 생각보다 빨리 왔습니다.


우리 약속은 아침 열시. 하지만 왜 아홉시 이십분에 오시나요. 아직 정리도 안되었는데!!!


5. 어머, 예쁘다, 이거 파는데 없던데 저 주시면 안 돼요?


으허허허허허, 십년 전 가격으로 달라고 하시면 안 됩니다. 요새 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그런 물건 이젠 구할 수도 없고 가격도 0이 하나 더 붙어서 팝니다.


6. 이 책 구할 수 없던데 저 빌려갈께요.


우리 집은 가족 사이에도 대출카드 쓰고 책 빌려 갑니다. 


7. 아프시다고 하셔서 걱정되어서 왔습니다.


네, 무지 아픕니다. 죽을 것 같아요. 식은땀에 쩔어서 사람 몰골도 못 갖췄는데 뻗어있는 사람이 걱정되서 오셨다구요. 레알??? 땀을 질질 흘리는 모습이 걱정되니 그 앞에 앉아계시겠다고요. 왜 이러세요. 쉬고 싶습니다... 살려주세요...


8. 아프시다고 하셔서 청소를 하겠습니다.


사람이 아프면 청소를 못할 수 있어요. 그렇다고 해서 60대 남자 손님께서 청소기를 돌리시면서 "편히 쉬어라"라고 하시면 전 죽고 싶어집니다.....살려주세요....222222



핫핫핫, 오늘 손님은 1번부터 6번까지 골고루 찍으셨습니다. 아....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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