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대선 흐름상 문재인 입장에서 가장 간절했고 박근혜 입장에서 가장 신경쓰며 차단하려 했던 것이 바로 '핫이슈'였다고 생각합니다.

문재인 입장에선 크게 기대했던 안철수 단일화 효과가 이런저런 사정으로 기대보다 턱 없이 미진한 상황에서 (누구 잘못이란 얘기는 절대 아닙니다;) 뭐라도 한 방이 필요했고.

박근혜 입장에선 지지율에서 많이 앞서고 있으니 최대한 아무 일도 없이 2주만 더 버티면 무난하게 당선될 상황에서 그 어떤 변수도 나타나지 않길 바라고 있었겠죠.

그래서 특별한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 한 민주당의 무능과 양자 토론까지 결사적으로 피하며 안정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새누리당의 능숙함 때문에 결국 이대로 투표 날이 밝고, 예상 그대로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냥 제 생각엔 그랬습니다. <-


그런데 오늘 일단 이슈가 생겼습니다.

결국 민주당-문재인은 들러리(...)가 되어 버리긴 했지만. 박근혜 입장에선 전혀 달갑지 않은 화제 거리가 좀 땃땃하게 터졌죠.

전 이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위에도 적었듯이 이런 일이라도 없었다면 정말 아무 일 없는 듯이 무난~하게 2주가 갔을 거라고 보는 입장이라서요. -_-;



2.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보수층 결집. 있겠죠. 분명히 있긴 하겠지만 그건 '어차피 투표하러 갈 거였지만 더더욱 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라는 쪽이 크지 찍을 생각 없었던 박근혜를 찍게 만드는 식의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거라고 봐요. '다카키 마사오' 발언에 분노할 사람들이면 진작부터 히메 사마~를 외치며 근혜짜응을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압도적인 지지율에 일조하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어차피 콘트리트 지지층들은 토론에서 받은 인상 따위엔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선거란 게 결국 마음 오락가락하는 사람들을 얼마나 꼬셔오느냐... 의 싸움인데 박정희에 별 호감도 없고 박근혜도 딱히 찍을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이 오늘 토론회를 보고 박근혜에게 느낄 가장 긍정적인 반응이라고 해 봐야 '불쌍하다' 정도일 겁니다. 말을 잘 했던 것도 아니고 해박한 지식을 자랑했던 것도 아니고 뭐 내세울 게 없으니까요. 근데 과연 불쌍하다는 이유로 큰 호감이 없던 후보에게 표를 던질 사람이 그렇게 많을까요.


그렇담 뭔가 마음이 움직였다면 1) 이정희를 찍자 2) 문재인을 찍자 3) 역시 개싸움이니 안 찍고 놀러갈래(...) 정도인데.

3)은 어쩔 수 없이 그냥 무시하고 보면 1)로 갈 사람이 또 얼마나 있겠습니까. 어차피 당선 가망도 없는 후보인데다가 [po종북wer] 이미지가 씌워져 있는 사람이잖아요.

뭐 눈에 띄게 확 늘어나지야 않겠지만 결국 2) 내키지 않지만 문재인이라도 찍어볼까... 쪽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3.

게다가 이정희의 자폭 공격 덕에 오늘 문재인은 '네거티브를 하지 않는 매너남' 이미지도 획득했구요.

그렇게 손 대지 않고 코 풀듯 박근혜에게 꼭 한 번은 하고 싶었던, 하지만 본인 이미지상 어려웠던 수퍼 네가티브 어택도 이루었으니 크게 손해본 건 없다고 봐요.

말빨에 심각한 문제를 노출하긴 했지만 '대통령이 토론왕도 아닌데 말빨 좀 부족하면 어떠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충분히 많으니까요.

특히 나이 좀 있는 시청자들에겐 오히려 사람 좋고 매너 있고 진중해 보인다는 평가를 얻을 수도 있을 거라 봅니다.

왜 미팅 자리에서 우다다다 수다 떨며 분위기 띄우고 재밌게 해 주는 사람은 결국 최종 선택에서 별 인기 없고 구석에서 미소만 짓고 있던 사람이 간택되는 것과 비슷... (하지 않아!;;)


그리고 아직 토론회 두 번 남았잖아요. (세 번이었나;)

문재인 입장에선 오늘 이정희가 그만큼 불살라줬으니 더 이상 박근혜에 대한 네가티브 공격은 필요가 없을 거고. 피드백 잘 받아서 남은 두 번 열심히 준비해오면 오늘 까먹은 점수도 만회 가능하리라 봅니다. 오늘 참 존재감 없었다곤 하지만 그렇게 존재감 없었던 덕에 점수 깎일 일도 없었으니까. (쿨럭;)

'이정희랑 한 팀'이라는 오해의 여파도 그렇게 크진 않을 거구요. 토론회에서 한 번 이런 것 뿐이지 실제로 두 당, 두 사람이 무슨 친밀한 액션을 보였던 적은 없으니까 딱히 둘을 엮을만한 떡밥이 없잖아요.



+ 덤으로.

이정희도 오늘 토론으로 얻은 게 분명 있어 보입니다.

어차피 대통령 되는 건 애시당초 글러 먹은 거지만, 덕택에 올해의 온갖 이벤트로 욕만 먹다가 정말 간만에 호감 섞인 반응도 좀 얻었고.

이건 그냥 망상이지만 '내가 언제 한 번 저 아줌마 잘근잘근 씹어줄거야' 라는 소망을 갖고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까지(...)


그러니 오늘 토론에 감동한 문재인측에서 갑자기 이정희랑 단일화하잔 얘기만 안 꺼내면 됩니다.

설마 민주당도 머리가 있는데 그렇게 화려하게 자폭하진 않겠죠. 설마;;


++ 근데 사실 전 토론회 안 보고 듀게 불판만 보고 이 글을 적었습니...;


+++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발견한 사진입니다.



'우리가 뭘 기대했겠냐...' 라는 듯한 표정이 웃겨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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