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있을거래요.

2013.09.12 13:59

라곱순 조회 수:6582

단골 손님 중, 저를 예뻐하시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아파트 경비일 하시는 할아버지인데, 이분은 뭔가 도인의 풍모를 풍깁니다. 

눈썹도 (예전 조순 서울 시장처럼) 흰색이고. 간간히 저에게 해 주시는 인생에 대한 말씀도 매우 철학적이십니다. 저를 부를때도 항상 "곱순 양" 이렇게 부르세요.

젊으셨을 때 무슨 일 하셨는지 궁금한데, 느낌상 뭔가 학생들 가르치시는 일 하시지 않으셨을까 합니다. 

이분이 사람 없는 시간 때에 가게 오셔서 저에게 해 주시는 말씀 듣다 보면, 예전 학창시절에 앞자리에서 선생님 말씀 열심히 듣던 여학생 모드가 되거든요. 눈 반짝반짝. 


분명히 있을거랍니다. 


찾는 노력을 하면 더 좋겠지만, 굳이 노력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언젠간 꼭 만날 수 있을 거래요. 

서로 별 말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금만 지나도 온 몸으로 알게 될 거라고 합니다. 

이 사람이 내 인생의 반쪽이라는 것을. 

 외모나 나이 따위는, 그땐 서로에게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지금이 힘들어도, 그렇게 기다리래요. 좋은 교양으로 자신의 영혼을  살찌우면서. 

시간이 점점 흘러간다고, 그렇게 젊음이 사그러진다고 해서, 난 영영 반쪽을 만날 수 없을거라고 미리 단정하거나 슬퍼하지 말라고 합니다.




.........


사실 (명절 앞둔 모태솔로 노처녀 달래주는) 굉장히 뻔한 이야기인데, 이 할아버지가 저에게 저 말씀 해 주실때의 그런 신비로운 분위기랄까... 


그런 것들이 인상깊었습니다. 그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제 글솜씨로는 한계네요.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9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03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694
194 비행기 사고 [1] 가끔영화 2010.11.06 1408
193 [게시판 분위기와 동떨어진 바낭] 여자들은 남자들끼리 놀러다닌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나요? [9] 가라 2010.11.09 2257
192 세번의 우연은 운명인건가요? (뜬금없는 시노하라료코 출연 드라마 스포 살짝 있음) [4] 陣馬 2010.11.11 2124
191 [뻘글] 혼자 사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키운다면 둘 이상이 좋다고 생각해요.(고양이 사진 재중) [9] Paul. 2010.11.21 3158
190 무지해서 죄송한데요. [55] 해삼너구리 2010.11.23 6364
189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3,4위 전 한국 대 이란, 현재 1:3 [6] chobo 2010.11.25 2283
188 일폭풍에서 무사히 살아남고 보니 떠 오르는 쓸데 없는 (시국관련) 의문 [2] soboo 2010.12.03 1600
187 내년에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5] 잠깐익명 2010.12.05 2924
186 [뒷북] 스팀 세일합니다 [3] 파라파라 2010.12.27 2019
185 겨울 움짤 [1] 가끔영화 2011.01.10 1750
184 가장 유명해진 사람은 [3] 가끔영화 2011.01.14 2536
183 요즘 다이어트 하고있는데 참 신기한것 [6] carcass 2011.01.17 2998
182 [바낭] 취업 성공 & IBK 핸드폰결제통장과 급여통장의 차이 및 추천부탁... [10] 모그 2011.01.19 2509
181 나도 탑건을 모를 나이라면 좋겠다. [18] Johndoe 2011.01.22 2941
180 [카덕카덕] 오늘자 카라 3인 vs DSP 협상 결과 [10] 로이배티 2011.01.27 2967
179 오늘 할 일도 내일로 미룬채.. [10] 남자간호사 2011.01.29 2195
178 저는 이미 질렀습니다. [5] 2011.02.06 2809
177 제시카 포드 (Jessica Forde) [3] 자두맛사탕 2011.02.06 1555
176 해외에서 와우가 안되다니!! [18] 남자간호사 2011.02.10 2807
175 초크슬램을 시전하는 이탈리아 '가축'소 [6] chobo 2011.02.16 242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