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이념적 갈등은 민노당 창당 이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결국 분열이 되고 말았지만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동안 분당되지 않고 버티어 온 것이 더욱 대단한 일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진보신당 일부에서는 하나의 안건에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민주노동당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며 이게 무슨 민주주의냐며 분노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신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갔습니다.

마찬가지로 노동조합에도 가방 끈이 긴 진보지식인들에 대한 불신 역시 깊었습니다
그 동안 노동자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어놓고 선생님 대접받다가
등 따숩고 배불러지면 배신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번에 살짝 이야기했듯이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는 경우가 노동자들이나
나름 진보지식인이라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적잖이 있어왔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두 당의 당원들을 굳이 분류해보자면 현대자동차 노동자는 민노당 당원이고,
컴퓨터 프로그래머는 진보신당 당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둘의 입장 차가 더욱 커지면 커졌지 좁혀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확실한 것은 누군가 비꼬며 말했듯이 민노당은
(고작) 국회의원석 자리 몇 개 더 차지해보겠다고 통합을 바라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정치집단으로 선언한 이상 당이 원하는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
의원석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원래 당의 존재이유가 아니던가요
그것때문에 통합을 원하고 통합을 추친하자는 것은 비난 받을 이유는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게 꿈틀대기라도해야 하다못해 무상급식 하나라도 전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습니다
까놓고 말해서 고작 의석 수 몇 개 더 채우는 일이 우리에겐 버거운 일인 줄 알고는 있었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이념과 사상 때문에 발목이 잡힐 줄은 몰랐습니다

민노당에서도 "진보신당과 통합을 하기 전에 참여당과의 통합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게 큽니다. 그렇기때문에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지지부진했구요
말마따나 무식하게 밀어부치는 만장일치제가 자랑인 민노당에서도 이번 일만큼은 벌써
9개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다들 지칠때로 지쳐있어서 우리도 할만큼 했고
자기들이 싫다는데 매달리지 말고 그냥 참여당하고 통합이든 연대든 일단 해라 라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기도 합니다. 아직까지 저의 개인적인 입장은
"진보신당과의 통합 없이는 아무것도 안한다" 이긴 합니다만
"우린 그런 호의 받고 싶지도 않고 해달라고 한적도 없다"
라고 나오는 상황에서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 입장은 솔직히 많이 답답합니다.
지금의 모습이 흡사 조선시대에 백성들은 다 죽어가고 있는데 소위 양반이라는 놈들이
노론이 어쩌니 소론이 어쩌니 하던 모습과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 오버랩됩니다.
통합을 반대하는 입장이 민중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뭐 이런 위험한 생각은 절대로 아닙니다
그것이 아니라 통합을 반대하는 확실하고 명분있는 이유를 우매한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우를 다시 범하는 우리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우리나라는 보수적인 국가이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합니다.
진보라고 외치는 우리들 역시 역시 색만 조금 다를 뿐 보수적이긴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아마도 서로간의 소통의 부재때문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물며 한 집에 살아도 남편 생각을 모르고 아이들 생각을 모르는데...
오해가 있으면 찬찬히 풀어나가자는 것이지 이처럼 원천봉쇄부터 해버리지는 말아야지요

종북주의 종북주의 하는데 대체 그 종북주의가 무엇을 말하는 건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평화 통일과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연방제 통일을 바라는 입장이 종북주의인 것인지
(저는 연방제 통일을 원합니다. 적어도 그것이 가장 합리적일 테니까요)
연방제를 바라니 당연히 북의 체제를 인정하기는 하지만
그 체제와 세습노선이 절대로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니면, 김정일을 찬양하는 것이 종북주의라면 적어도 저는 지금까지
김정일을 찬양하는 사람들을 제 눈으로 직접 본 적은 없습니다.

금요일까지만 해도 중앙운영위 소식에 저는 벅찬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통합이 될 경우 소수정당세력들의 입장을 고려해 모든 것은 3:3:3으로 한다는
(3:3:3은 민노당세력:진보신당세력:그외 사회당 및 소수정당세력) 수정안이 가결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앞으로의 모든 통합이나 연대는 진보신당이 승인하는 하에서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제야 드디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구나 하며 행복해했었습니다.
그런데 주말을 지내고 나니 모든 것은 다시 원점이네요
씁쓸하고 답답한 마음에 주절거려보았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4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34
94 [스포일러] 오늘부터 한 명씩 떨어지는, 위대한 탄생 2 잡담 [14] 로이배티 2012.03.03 2289
93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3,4위 전 한국 대 이란, 현재 1:3 [6] chobo 2010.11.25 2283
92 [게시판 분위기와 동떨어진 바낭] 여자들은 남자들끼리 놀러다닌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나요? [9] 가라 2010.11.09 2257
91 디아블로3 한정판 구하실 분들, 대형마트 판매 정보 총정리 완결편입니다! [9] chobo 2012.05.12 2247
90 [카덕카덕] 오늘 인기가요 카라 무대입니다. [12] 로이배티 2011.09.18 2245
89 MBC 2011 년 대학가요제의 정재형 VS KBS 해피투게더의 김연우 [1] chobo 2011.11.24 2239
88 짜장면이 표준어로 인정되었군요. [12] 유디트 2011.10.23 2234
87 롯데팬들은 놀이공원에 갈 필요가 없어요. [3] chobo 2011.06.03 2196
86 오늘 할 일도 내일로 미룬채.. [10] 남자간호사 2011.01.29 2195
85 돌아온 빵상 아줌마 [3] chobo 2013.01.02 2195
84 과천현대미술관 [1] 세상에서가장못생긴아이 2010.08.04 2189
83 감시자들 짧은 리뷰. 스포 포함할지도. [5] 익명왕 2013.07.06 2184
82 외과의사가 보는 다이하드 시리즈는 어떨까요? 덤으로 '인디애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의 냉장고 씬! [15] chobo 2013.01.31 2178
81 제한맨, 제샤바. - 샤이니 태민이가 이뻐보이는군요. [6] 자본주의의돼지 2012.07.08 2175
80 [바낭 푸념] 다 썼습니다, 제임스 본드도 침을 흘릴 전기차, SF 소설 꿈, 짤방은 아마도 혐짤 (머리 두개 동물) [24] Q 2011.10.02 2146
79 이것이 야구입니다. (부제:2011년 천조국 야구리그 마지막날 경기) [13] 쵱휴여 2011.09.29 2145
» 통합 무산 소식에 대한 불만 주절주절... [19] 연금술사 2011.09.05 2139
77 아아, 님은 갔습니다. 코빼기도 안 뵈주고 그냥 갔습니다. [3] 걍태공 2012.05.26 2126
76 세번의 우연은 운명인건가요? (뜬금없는 시노하라료코 출연 드라마 스포 살짝 있음) [4] 陣馬 2010.11.11 2124
75 [스포일러] 프로메테우스를 보고 왔습니다 [4] 로이배티 2012.06.10 211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