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다 보면 참아야 할 것이 많습니다. 서핑 천국, 스노클링 낙원이라는 하아이에 와서도 애들 돌보느라 제대로 된 물놀이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는 것이지요. 그냥 호텔 수영장에서 물장구 좀 치면 그게 천국이려니 합니다.

 

렌터카를 빌려 아이들을 데리고 거북이를 보러 노스쇼어에 다녀온 어제, 동선에 욕심이 과했던지 젖먹이는 계속 울어제끼고 큰애는 졸음에 겨워 자기 말을 안들어 준다고 땡깡을 부리다가 끝내 울고 열흘 넘는 여행에 슬슬 지쳐가는 우리 부부도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섰지요. 애들 생활 리듬 망가진다.. 내일부터는 빠릿빠릿하게 하자는 아내 말에 그럴거면 한국에 있지 뭐하러 여기까지 왔냐.. 좀 여유있게 살자고 맛선 제가 말다툼을 하니 어느새 울던 아이들이 잠잠해 집니다.

 

고성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하와이에는 왜 오자고 했는가 스스로에게 물음을 던져 봅니다. 작년 12월 이후로 더이상 꿈도 희망도 없고 그냥 5년동안 동면이나 했으면 싶던 마음이 차마 이민은 못가도 좀 떠나보자 싶었던 것도 있고 하던 일도 접게 되어 시간 여유도 생긴데다 틈만나면 하와이 가겠다고 주위에 호언장담했던 말에 책임도 질겸 떠났습니다. 와보니 참 살기 좋고 풍광 좋은 하와이지만 여기서 이 아이들을 데리고 살라고 하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이민을 오더라도 아이들이 우리말을 정확하게 배우고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을때 와야지.. 싶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전에 어떤 분이 그러셨지요. 떠나고 싶다고 떠날 수 있다면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그런 면에서 저는 참 축복받은 사람이 맞습니다만.. 지상 천국이라는 하와이에서도 가족간의 갈등이 없을 수 없고 사람 사는 곳에서 인간들의 문제가 없을리 없습니다. 결국 어디에 살건 가족간에 화목하고 사람들 사이에 척지지 않고 살면 거기가 낙원이 아닌가 하는 작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PS : 어제 찾아간 거북이 비치(정식 명칭은 라니아케아 비치)에는 명성답게 마흔살 먹은 숫놈 바다 거북 한마리가 위풍당당 오수를 즐기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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