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을 보고..

2012.03.16 00:27

라인하르트백작 조회 수:3839

영화관을 나온지도 벌써 두어시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기억의 습작"이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지던 마지막 장면이 잔상처럼 남아있습니다..

 

CD와 삐삐..전람회 노래..필름 카메라..그리고 너무나 순진했던 시절의 첫사랑..기억속 빈집에 숨겨둔 많은 추억들을 다시 돌려주네요..이 영화가..

 

특히 조정석을 보면서..너무나 보고 싶은 마음에 누나에 대한 감정을 횡설수설하던 나를 묵묵히 들어주던 친구가 생각났습니다...이제는 결혼해서 연락도 잘 못하는 친구..무지 보고싶어지대요..같이 영화를 봤으면 좋았을텐데..그때 니가 저랬지..하면서요..

 

제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는 배수지양의 로미오와 줄리엣이에요..마치 올리비아 핫세의 필모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장 빛났듯요....

앞으로 그녀가 얼마나 배우의 길을 갈지는 모르겠지만..이 영화는 한가인보다는 배수지양의 대표 필모가 될거라 생각됩니다..

그녀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의 미모를 담은 유일무이한 영화로..

 

물론 엄태웅/한가인/고준희 쪽 드라마가 싫었다는 건 아니에요..거기가 노련하게 잘 받쳐줬으니 첫사랑 이야기가 잘 살았다고 봅니다..초반에 엄태웅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굴었던 게 후반부엔 납득이 될 정도로 연기를 무난하게 잘 한 것 같아요..한가인도 세월에 깎여서 상처받고 예민한 모습을 잘 표현한 것 같구요..

 

제 생각에..이 영화의 장점은..

 

1.감독이 "공간"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은 것 같아요..데뷔작인 불신지옥도 그저 지나치기 쉬운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내내 섬뜩하게 풀어나갔었고.. 이 영화에선 메인 장소인 정릉의 곳곳을 가지고 다양한 꺼리를 풀어낸 솜씨를 보면..범상찮은 이야기꾼인 건 확실합니다..

2.연기 디렉팅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요 바로 전에 본 "서약"에서 분명 내용상 애절하게 보여야할 남편의 연기가 뭉특하고 둔하게 보여 보는 내내 엉망이다라는 느낌을 줬던 반면에..이제훈의 연기는 참 많은 공감을 준 것 같아요..저 나이..저 시기에 한참 세상을 몰라 어리버리했을때 나도 저랬었지하고..배수지양의 연기 역시도..참 좋았던 게..한가인이 갖고 있던 아름답지만 묘하게 쓸쓸함이 그녀에게도 났던 것 같아요..그랬었기 때문에 외모가 많이 닮지 않았어도 이 사람이 저 사람이란 느낌을 줬던 거죠..

3.대사가 참 좋았던 것 같아요..여러모로 좋았지만..현실에서 엄태웅/한가인이 했던 대사들이..참 간략했지만 캐릭터의 심정을 잘 함축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너무 좋은 영화를 봤어요..머리와 가슴 모두가 꽉 차는 느낌입니다..이래서 재관람 이야기가 많나봐요..

 

이게 제대로 된 화이트데이 영화입니다.."서약"은 이와 정 반대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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