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0 18:00
1. 세 살 이전 영유아기 경험 평생 간다
멜라니 클라인에 따르면, 우울증 환자는 유아기에 우울적 자리의 문턱(생후 4~6개월)에서 성격 발달상의 이슈를 원활히 해결하지 못한 사람입니다.1) 우울증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을 묘사할 때 우리는 죄책감과 상실감 그리고 우울감으로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있는 사람을 그려보게 됩니다. 클라인에 따르면 성인기 우울증의 뿌리는 우울적 자리의 문턱(생후 4~6개월)에 진입한 아기가 자신이 편집-분열적 자리(출생 이후부터 4~6개월 동안)에 있을 때 자신의 무의식적 환상 속에서 마구 공격했었고 어쩌면 죽여버렸던 어머니 대상이 쇠약해지거나 죽어버렸다는 사실에서 오게 되는 어마어마한 죄책감과 상실감이라고 했습니다(이를 우울적 자리의 불안, 즉 우울 불안이라고 합니다). 그때 그 시기의 문제가 원형이 되어 성인기의 삶에서 더 고차원적인 소재들로 그 이름만을 달리한 채 그대로 재연된다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세 살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많은 진리를 담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조금 더 현대 정신분석적으로 고치자면
'세 살(36개월) 이전 영유아기 경험 평생 간다'
정도가 되겠네요.
2. 아기가 우울적 자리에 갇혀버리지 않으려면...
그렇다면, 유아가 이 우울적 자리의 초입에 머무르거나 영원히 갇혀버리지 않고 성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답이 아주 어렵지는 않습니다. 바로 아기를 돌보는 어머니 인물(mother figure)2)의 사랑과 보살핌입니다.
아이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다시 나타나는 어머니와 그녀의 돌봄은 필수적이다. 다시 나타나는 어머니는 아이에게 대상들이 지니고 있는 능력과 탄력성을 확신시켜주며, 더 중요하게는 아이의 적대감이 갖는 전능성을 줄여 주고, 아이 자신의 사랑과 회복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증가시킨다. 3)
여기서 '회복의 능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앞선 글에서 잠깐 언급했던 아기의 '보상 경험'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능력입니다. 어머니 인물이 현실에서 아기를 사랑해주면, 아기는 자신의 환상 속에서 쇠약해지거나 죽은 어머니 대상을 자신의 회복의 능력으로 되살릴 수 있게 되고(되살린다고 생각하게 되고), 이것은 우울적 자리의 초입을 벗어날 수 있는 실마리가 됩니다.
3. 우울적 자리를 '잘' 겪으면서 얻어내는 것들
우울적 자리를 이상적으로 겪어낼 때 아기에게 생기는 변화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일단 아기의 인지 왜곡이 줄어든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우울적 자리의 주요한 특성인 대상에 대한 관심은 현실검증 능력을 형성하는 데 기여합니다. 대상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대상을 조심스럽게 살피게 되고, 대상의 온전성을 지키려는 소망이 발달해 현실을 수용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죠. 또 다른 특징으로 대상에 대한 현실적인 관심이 자리 잡게 됩니다.4) 그리고 초기 우울적 자리의 과도한 죄책감 대신에 정당한 책임 의식과 이를 보상하고자 하는 능력으로서의 죄책감의 능력을 갖추게 되는데, 죄책감은 도덕적 능력의 기초가 될 뿐 아니라 대상을 회복하고 치유하고자 하는 창조적인 동력의 근원이 됩니다. 또 창조적인 동력과 관련하여 예술과 관련이 깊은 승화의 능력과 창조성이 발달합니다. 이때 아기의 주된 정서는 감사와 만족 그리고 창조 의욕입니다.
4. 우울적 자리와 창조성
화가 Ruth Kjär
클라인은 예술에 대한 논문을 단지 세 편밖에 쓰지 않았는데 그 중 첫 번째 논문은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의 창조적 충동에 반영된 유아의 불안 상황들에 대한 것입니다. 세 편의 논문 중, 첫번째 논문에서 클라인은 Ruth Kjär라는 이름의 젊은 여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제가 우울의 극복을 위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핵심인 '보상 충동'과 관련하여 이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보겠습니다. 덴마크 어딘가에 우울증과 공허감 발작(emptiness attack)에 시달리던5) Ruth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방에 있던 그림을 벽에서 제거했을 때 우울적 반응을 보였습니다.6) 벽 위의 텅 빈 공간은 "기분 나쁜 미소를 띠고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7)
그녀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고, 벽 위의 텅 빈 공간이 그녀의 고독한 내면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녀는 빈 공간이 철저하게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벽 위에 직접 그림을 그리기로 작정했다. 그녀가 그린 그림은 나체의 흑인 여성이었다. 이 그림은 그녀가 평생동안 그리게 될 그림의 시작이었다. 클라인은 그녀의 그림들을 예로 들면서 그녀가 그림 속에서 어머니를 상징적으로 재창조함으로써 우울증을 극복해나가는 방식을 보여준다. 우울증은 내면에 적대적인 텅 빈 공간을 남겨 둔 내적 어머니와 관련된 것이다. 클라인은 우울적 자리의 불안과 그것들이 불러일으킨 보상적 충동이 창조성의 뿌리라고 결론을 내렸다.8)
Ruth Kjär는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클라인의 관점에서 볼 때) 이로부터 우리는 그녀를 우울적 자리를 극복하지 못했던 사람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우울한 성격으로 굳어져, 시기에 따라 다소간의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평생 우울감으로 고생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그런데 우울적 자리를 극복하는 열쇠가 되는 보상적 충동이 정말 놀랍게도, 이미 유아기의 성격발달과정의 완료가 지나도 한참이 지난 34세였던 그녀에게 강하게 다가왔고, 그녀로 하여금 갑자기 붓을 들어 텅 빈 공간에 벽화를 그리도록 만든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이후로도 계속 그림을 그렸고 그런 작업들을 통해서 덴마크에서 회화로 명성을 얻게 됩니다.9) 클라인은 이 화가를 덴마크의 작가 Karin Michaelis의 신문 기사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애초에 제가 그렇게 우울감 극복을 위해서 필요한 핵심으로 강조하고 있는 보상(reparation)이라는 개념 자체도 이 화가의 그림들과의 연관성 속에서 클라인이 도입한 것입니다. Ruth가 원해서 자신의 성을 바꿔서 기사에 낸 것인지 어쩐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화가의 실제 이름은 Ruth Weber라고 합니다.10)
Woman at a table, 연도 미상
Still life with flowers and fruit on a table, 1948
(그녀의 이후 작업들의 출발점인 벽에 그린 나체의 여성(black woman)을 꼭 보고싶었으나 찾지 못했습니다.)
예시로 든 화가처럼 영유아기의 우울적 자리의 고착의 문제를 창조적인 해결책으로 풀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소수의 행운아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창조적인 해결책을 이미 발견해서 성공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이끌어나가는 예술가들이라고 해서 심리치료가 전혀 필요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신분석의 역사에 멜라니 클라인 만큼 커다란 이름을 남긴 윌프레드 비온이라는 정신분석가는 60년대와 70년대에 LA에서 거주했는데, 이 시기동안 쿠엔틴 타란티노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비온에게 분석을 받았다고 하는 (미국 내 치료사들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전해주신 분은 수업 시간에 아주 조심스럽게 얘기해 주셨는데, 저는 너무 쉽게 이야기해버렸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 두 감독이 비온에게서 받은 정신분석이 그들의 삶과 예술의 영역 모두에서 창조성을 더 활짝 꽃피울 수 있게 하였다고 믿고 있습니다.
창조성(Creativity)은 단지 예술의 영역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가가 아닌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창조성이 요구되는 지점은 바로 하루하루의 삶의 영역입니다. 학술적인 글쓰기를 무서워 하는 사람이 연습의 목적으로, 그리고 자신을 포함한 게시판사용자들을 위해 우울에 대한 지식을 정리·전달해보겠다며 글을 쓰는 행위도 창조성의 발현입니다. 평소 운동할 시간이 부족했고 환경 문제로 걱정이 많아 우울해하던 사람이 아침마다 직장에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마음먹는 것도 창조성의 발현입니다. 애플이 2030년까지 탄소발자국을 0으로 만들겠다고 맹세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브랜드 가치까지 챙기는 것 역시 창조성의 발현입니다.
이런 창의적인 광고의 제작도 당연히 창조성의 발현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오스카 시상식 소감의 중반 즈음에 [레버넌트]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담고 있다면서 갑자기 기후 변화로 주제를 바꿔 소감 시간의 후반 1/2를 모두를 할애한 것 역시 창조성의 발현입니다. 지나치게 환경에 대한 예가 많은 것은 창조성의 발현입 순전히 우연입니다. 영화 [조이]의 실제 주인공 조이 망가노가 깨진 와인잔을 치우던 중 손으로 짜지 않아도 되는 밀대 걸레 '미라클 몹'을 발명한 것도 창조성의 발현입니다. 손예진 배우가 2000년대 중반에 악의적인 찌라시로 인해 배우 이미지에 유의미한 타격을 입고 있을때 [작업의 정석]이라는 작품을 필모에 추가하며 기존에 계속 맡아왔던 청순가련형 캐릭터에서 벗어난 역할로 연기의 폭을 넓히고 찌라시로 인한 이미지 악화도 무력화시킨 것 역시 창조성의 발현입니다. [밤셸]의 제작진들이 출연 배우들을 진짜 Fox News의 앵커들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보철 메이크업 디자이너 Kazu Hiro를 고용한 것 역시 창조성의 발현입니다. 배우, 제작자, 활동가인 알리사 밀라노가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 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미투 운동을 대중화11) 시킨 것도 창조성의 발현입니다.
사실 저번에 첫 번째 글을 쓰면서 얼마나 읽힐지 걱정이 많았는데, 흥미롭게 읽었다는 댓글을 네 개나 남겨주셔서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많이 부족한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중 한 분이 재밌기는 한데 어렵다고 하셔서, 이번엔 좀 더 쉽게 써보려 노력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클라인 학파 분석가들을 포함한 대상관계이론적으로 지향된 심리치료사들이 우울적 자리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던 성인들을 어떻게 돕게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한나 시걸, 멜라니 클라인: 멜라니 클라인의 정신분석학, 89p.
2) 현대의 정신분석가들은 어머니(mother), 아버지(father) 같은 자칫 성역할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는 단정적인 단어보다는 어머니 인물(mother figure), 아버지 인물(father figure)이라는 단어를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저도 불가피하지 않은 이상 이를 따르려 합니다.
3) 같은 책에서, 91p.
4) 같은 책에서, 151p.
5) Patrick Martin-Mattera, The Emptiness in the Mirror: On the "Ruth Kjär” of Melanie Klein and Karin Michaelis
6) 한나 시걸, 멜라니 클라인: 멜라니 클라인의 정신분석학, 154p.
7) Melanie Klein, Infantile Anxiety Situations Reflected in a Work of Art and in the Creative Impulse, Writings I, p. 215.
8) 한나 시걸, 멜라니 클라인: 멜라니 클라인의 정신분석학, 154p.
2020.08.10 20:05
2020.08.11 08:00
어떤 환상을 가지고 계셨었는지 궁금하네요. / 영유아기의 상처, 상실감 등이 한 번에 마법처럼 사라지는 건 아니고요, 제가 받은 인상으로 설명 드리자면 보통은 치아교정의 과정처럼 오랜 시간 분석받다보면 뇌의 배선이 바뀌는 것 같아요. 노먼 도이지라는 작가/정신분석가/정신과의사는 그의 <뉴욕타임스> 베스트 셀러 <기적을 부르는 뇌>의 9장을 전부 할애해서 정신분석이 뇌를 변화시키는 뇌가소적 요법, 뇌에 대한 미세수술이라고 주장합니다.
2020.08.11 17:20
2020.08.11 21:20
네, 뇌는 형태를 바꿉니다. <기적을 부르는 뇌>읽어보시면 깜짝 놀라실 거에요. 반쪽 뇌만 남아있는 여성이 뇌를 변화시켜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뇌졸증 환자들이 다시 일어나고, 또 제 기억으로는 자폐나 난독증 환자가 '소리'를 이용한 독특한 치료 방식으로 완치?되는 등 상식적으로 갸우뚱해지는... 정말 제목대로 기적같은 예제들이 많이 등장해요.
2020.08.10 21:55
'그래서 왜 나는 이렇게 우울한건데?' 하고 물어보면 안되겠죠?
2020.08.11 08:04
그런 질문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우울하다라고 인식하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2020.08.10 22:02
지금 게임을 하다가 이 글을 일고 아, 그럼 난 어떤 창의적인 일을 해야할까?????? 가끔 일기는 쓰고
여기 글쓰는건 너무 한계가 뚜렷해요. 직업 자체가 창의적인 요소를 아주 쪼끔 들이부을 수 있는 여지는 있어서
그게 내 일에 매력이긴 하죠. 예술가는 전~~~혀 아니구요. 취미로라도 아니더라구요.
-우울증의 여러가지 시리즈로 이론과 적용을 올려주실거 같은데 전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 선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나
아니면 우울하다보면 뇌의 화학적 균형이 깨지는건가 요즘은 그게 관심있네요.
2020.08.11 08:26
어떤 일을 하시는지 궁금해지는 댓글이에요.
질문을 잘 이해했는지 모르겠는데요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 선천적인 영향을 줄 수 있나" => '선천적인 요소에 의해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 일어나기도 하는가' -> '우울증은 유전이 되는가?' 로 이해하면 될까요?
그리고 밑의 질문 "우울하다보면 뇌의 화학적 균형이 깨지는 건가"도 있는데 이것부터 답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뇌의 특정 시냅스들에서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농도나 활성도가 떨어지는 것'을 말씀하신 뇌의 화학적 균형이 깨진 상태로 본다면, 그런 방식으로 화학적 균형이 깨진 상태가 곧 뇌과학적인 의미의 우울증일 것 같아요. 따라서 우울하다보면 뇌의 화학적 균형이 깨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우울한 것 자체가 이미 뇌의 화학적 균형이 깨진 상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시 첫번째 질문에(제가 잘 이해한 것이라면) 답을 드리자면 No!입니다. 이 명쾌한 기사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http://www.psychiatric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7608
2020.08.11 09:48
일은 굉장히 평범한 일인데 제가 직업 밝히는걸 안좋아해서 죄송;;
우울하면 뇌의 화학적 균형이 깨진 상태,,,,, 후천적이미로 가변적이다라고 이해할께요.
2020.08.11 11:25
건강한 개인, 특히 성격 발달 과정 상의 커다란 이슈가 없이 자란 아동과 성인은 사별이나, 이별, 형제나 부모의 죽음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우울증환자와 같은 뇌의 화학적 균형이 깨진 상태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큰 도움 없이도 이러한 우울 상태를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애도 과정'을 통해서 극복한다고 합니다(이걸 후천적의?미로? 가변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심지어 이들은 오히려 상실이 삶을 풍성하게 하는 사람들이에요(ㄷㄷ) 이 주장은 집에 가서 레퍼런스를 달겠습니다.
2020.08.11 19:00
"프로이트의 관점에서 볼 때, 애도작업은 사랑하는 사람이 외부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거듭 재발견하는 현실검증을 포함한다. 그리고 그는 이 과정이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클라인은 이 문제를 더 끌고 나간다. 그녀는 이러한 현실검증이 외적 세계에서의 대상의 부재를 재발견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내면 세계 및 사랑하는 사람과 동일시되었던 최초의 내적 대상들의 상태와 관련되어 있다고 본다. 이 애도작업은 내적 대상의 회복이 이루어질 때까지 편집적 감정들로 퇴행하는 것과 상실에 대한 조적 방어들을 극복하는 것을 포함한다. 만약 사별한 사람이 그의 발달 과정에서 우울적 자리의 불안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그는 애도작업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며, 그 결과로 비정상적인 애도와 정신질환이 야기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가 우울적 자리의 불안을 극복한다면, 애도 경험은 오히려 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출처: 한나 시걸, 멜라니 클라인: 멜라니 클라인의 정신분석학, 92p.
2020.08.10 23:09
아버지의 존재(아버지 인물)가 아직까지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게 흥미롭네요.
2020.08.11 12:39
2020.08.10 23:19
결국 '아버지'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과 결부되어 있는 이야기일텐데, 좋은 어머니가 지나치게 좋을 때, 그러니까 모든 것을 제공해주는 어머니일 때, 그리고 그것을 금하는 '아버지'가 부재할 때, 아기가 모든 것을 케어해주는 어머니로부터 어떻게 분리될 수 있는지, 혹시나 어머니가 아기의 존재를 삼켜버리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집니다. [사이코]의 노먼 베이츠가 어머니에게 삼켜진 것처럼요.
2020.08.11 12:43
제가 아직 공부가 부족해 MELM님이 질문해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2020.08.10 23:21
2020.08.11 13:54
그 책을 안 읽어봐서 잘 모르겠지만, 예시로 든 것들이 비슷한가보네요.
낸시 초도로우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봐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낸시 초도로우의 저서 <모성의 재생산>을 소개하는 김상애님의 두편의 글(http://ephilosophy.kr/han/52327)을 접했는데 매우 인상 깊습니다.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론의 맹점을 비판하면서 새로운 어머니-여아에 대한 설득력있는 정신분석적 서사를 만들었네요. 아버지가 자녀 양육에 헌신하고 아이의 젠더와 무관하게 아이를 대하면 아이가 젠더 이데올로기를 답습하지 않는 성인으로 성장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통찰과, ‘정상’과 ‘비정상’적 젠더정체성과 섹슈얼리티를 나누고, 학습시키는 제도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불평등한 젠더이데올로기를 종식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통찰이 울림 있게 다가옵니다. 낸시 초도로우를 소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20.08.10 23:38
2020.08.11 13:59
우울하지 않아들하셨으면 하면서 글을 썼는데, 우울해지셨다니 죄송해지네요. 말씀하신대로 인간의 뇌는 너무 허술하기에 영유아기경험에 크게 매이지만, 반대로 그래봤자 허술하기 때문에 그 뇌의 작동방식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신분석적으로 뇌의 배선을 바꾸려들면 매우 오래 걸리지만요. 가장 빠른 방법은 3주(항우울제)...
2020.08.11 00:31
세 살 전 영유아기 경험은 어머니의 임신기간중까도 포함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좀 중요한 거라서 궁금하네요.
2020.08.11 14:10
네, 그렇습니다. 보통 '태내 경험'이라고 부르는 데 정말 중요합니다. 이에 대한 과학적인 예시(우울증과 관련해서) 한 가지는 위에 제가 쓴 댓글 중 정신과의사샘이 쓴 기사 링크 타시면 보실 수 있구요. 정신분석에서 태내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한 학자들로는 자폐 연구에 큰 기여를 한 심리학자/정신분석가 Esther Bick, 임상심리학자이자 비온학파 분석가인 Judith Mitrani 등이 있습니다.
2020.08.11 14:38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데 글 읽다보니 다시금 제 개인경험이 연상되서 질문드렸어요. 지금 말씀해주신 학자들 책을 구글에서
찾을 수 있다면 한번 찾아 읽어보고 싶군요.
2020.08.11 15:44
2020.08.11 20:58
"향수"를 가지고 설명했다는 부분은 흥미로운데요.
2020.08.11 21:11
예, 그 책에 의하면 패트릭 쥐스킨트 만큼 태내경험이 나쁜 사람의 내면세계와 행동을 예리하게 잘 드러내는 작가가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희망적이고 흥미롭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