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전에 넷플릭스에서 '연인(Laman't)'을 우연찮게 보고 배우 양가휘의 필모 도장 깨기 중입니다.

네...하필 다음에 본 영화가 그 유명한 '동성서취'였습니다...

함께 출연한 장국영의 '패왕별희'의 청데이의 아성에 도전하듯 한 몸 바쳐 여장연기까지 불사하는데

양가휘처럼 저렇게 몸 바쳐 큰 웃음을 유발하는 배우는 전 세계 배우들을 뒤져봐도 다섯 손가락에 꼽기 힘들겁니다.

이 영화는 '춘절'에 큰 돈 벌어보자는 '동사서독'의 배우 및 제작진들의 눈물겨운 투쟁이 빛을 발휘한 작품이기도 하지만, 

양가휘의 '유 키딩 미?+여장+신선'이라는 3단계 코미디 연기가 매력으로 다가온 영화였습니다. 

부작용으로 그가 진지한 연기를 선보일때 이 영화가 생각나서 망했다...는 평이 많더군요.


다음에 본 영화는 그에게 금상장 두번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92 흑장미 대 흑장미'(후속작 '장미 대 장미'도 있어요)와

임청하에게 죽도록 맞고만 다니는 제비로 출연하는 '추남자'였습니다.

둘 다 코미디 영화이지만 그는 이 영화에서 웃겨야 할 선을 잘 지키면서 영화를 끌어가며 본인 연기나 영화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영리함도 보여주었다고 보고요.

압도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면서 상대배우와의 합을 중시하는 배우인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특히 '추남자'에서..

그의 필모그래피중에 단독으로 끌고가는 작품들보다 특히 다른 배우들을 돋보이게 하는 작품들이 훨씬 많은것도 그 이유인것 같은..


그리고 지난 토요일에 본 '신용문객잔'은 '연인'보다 더 인상적인 연기였다고 보는데, 두 작품 모두 그의 전성기 시절에 출연한 대표작이기도 하고

특히 '신용문객잔'은 남자다움과 이야기가 있는 섬세함이 공존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저 두편 이전에 출연한 영화들...'완령옥','하일군재래','애재별향적계절','화소도'등등을 보는 중입니다.

비교해 보면 부드러운 드라마 타입의 연기력과 우직한 남성적 매력이 공존하다가 '연인'에서 섹시함의 절정이 다다랐다고 봐야 하는것 같아요.


안타까운건 우리나라에서는 큰 인기를 얻지 못한것 같다는 점인데..(홍콩영화 매니아들에게 회자 될 정도로..)

일단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은 홍콩스타들과 비교할때 정 반대 조건이 아주 강했다고 생각합니다.

여리여리 하고도 섬세한 외모가 아닌 선이 굵은 남자다운 외모와 가장 큰 핸디캡이기도 한 '유부남'이었다는 점.

(1992년에 첫 내한 당시에 이미 딸 둘의 아버지였던데다 당시엔 '남자가 섹시하다'는 것이 대중에게 잘 먹히는 시기가 아닌것도 한 몫 했던 것 같아요)

'연인'과 '신용문객잔'으로 이름을 알리고 방한할 시기가 홍콩영화계가 절정과 쇠락의 길이라는 접점에 접어듬과 동시에

무협장르의 인기가 시들어가고 '왕가위'식 영화가 한국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하다 보니 최소한 한국에서 배우 양가휘가 대중들에게

제대로 어필하지 못한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배우들은 영화든 음반이든 신작이 나오면 앞다투어 방한하여 어필했었는데, 양가휘는 그러지 못했다는것도 그랬고..)

배우로써도 욕심을 더 부리지 못한것도 있는것 같아요. 가장 큰 원인이 홍콩영화가 더 이상 한국에서 먹히지 못한다는 점이긴 하지만..

(실제로도 그의 출연작을 보면 홍콩영화가 쇠락하기 시작하던 90년대 후반부턴 출연작품 수가 확 줄어든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60이 넘은 나이에도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데다, 금상장 남우주연상을 벌써 4번이나 차지할 정도로 연기력은 더 깊어졌다고 생각합니다만

'연인' 같이 세계적으로 어필한 작품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내수용 배우'로만 머무는게 아까운 배우라고 보네요.

굳이 같은 이름을 가진 Little Tony까지 끌어들여 비교하지 않아도 넉넉한 필모그래피와 초롱초롱한 눈빛을 가진, 연기폭이 넓은 배우라고 생각하거든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79
6038 저는 무슨형 인간일까요? chobo 2014.12.11 0
6037 (축구이야기) 아시안컵 대표진 발표. 박주영 제외. chobo 2014.12.22 0
6036 저의 우주 제일 영어 울렁증을 인증합니다. chobo 2014.02.24 66
6035 (정보) 고양이와 동거하는 분들에게 꿀팁이 될지도 soboo 2024.01.11 274
6034 감사하게도 제가 스태프로 참여한 김량 감독의 <바다로 가자>가 6.25 특집으로 KBS 독립영화관에서 방영돼요! ^^ [6] crumley 2021.06.25 321
6033 아르헨티나의 거장, 페르난도 솔라나스 감독님에 관한 개인적인 추모글 [1] crumley 2020.11.20 324
6032 세계영화사에 남는 위대한 촬영감독인 주세페 로투노를 추모하며 [1] crumley 2021.03.08 344
6031 우린 장필우의 생존이 아니라 미래차의 생존을 지키는 거야, 우리의 생존을 위해 타락씨 2019.10.17 370
6030 주말에 오랜만에 극장 다녀왔습니다. 샹치에요. 네. [2] 나보코프 2021.09.06 480
6029 존 카사베츠의 걸작 <오프닝 나이트> 초강추! (서울아트시네마 토요일 마지막 상영) [1] crumley 2020.05.08 505
6028 [트레이서].이거 재미 있네요 soboo 2022.01.08 506
6027 [바낭] 영상편집 어떻게 해야할까요? [9] skelington 2020.01.03 514
6026 고 이선균 배우의 목소리 [1] soboo 2023.12.31 514
6025 저스티스 파티는 오늘도 저스티스해 [2] 타락씨 2019.10.14 520
6024 오늘은 싱어게인 마지막 날 - Trying 참가자 모두에게 공정한 게시물 [8] 애니하우 2021.02.08 541
6023 제가 스태프로 참여한 김량 감독님의 <바다로 가자>를 서울환경영화제와 디아스포라영화제에서 상영하게 됐어요. [2] crumley 2019.05.23 553
6022 최고의 ‘밀당’ 영화로서의 <위플래쉬>에 관한 단상 [3] crumley 2020.11.22 556
6021 뒤늦게 올리는 엔니오 모리꼬네에 관한 개인적인 추모글 [9] crumley 2020.07.24 563
6020 메리 루이스 파커 - Bare magazine, July 2020 [2] tomof 2020.08.01 575
6019 [바낭] 좋아하는 록키 엔드 크레딧 둘 [1] 로이배티 2016.06.11 58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