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있는 '사람'님이 발제하신 글을 보고 든 생각입니다.


좀 딱딱한 내용이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리사회에 계층고착화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보자면,


30대 중반에 외벌이로 처와 미성년 자녀 둘을 부양하는 세전 연봉1억짜리 '아저씨'한명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마 이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으로 이룰 수 있는 최대치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겁니다.


아마도 변호사나, 의사, 또는 그에 준하는 전문직일 가능성이 높겠죠.


저사람의 세후 실제 월 소득은 딱 7백만원 정도입니다.


이 사람이 '나름 잘사는 집안 출신'일 경우와 '개천에서 난 용'일 경우, 이 사람의 삶은 많은 차이가 생깁니다.




소위 말하는 개천 출신인 경우에는,


우선 집을 마련할 돈이 없습니다. 월세를 살거나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아이가 둘이니 원룸에 살 수도 없고, 직장과 너무 먼 곳에서 살기도 어렵습니다.


월세로 100만원가량 지출이 발생합니다.(대출을 받아도 대출이자가 나가니 마찬가지입니다.)


연로한 부모님은 소득이 없고, 별다른 사회보장 혜택도 받지 못합니다. 아들잘키운거 하나로 동네에서 체면은 서겠지만요.


부모님 생활비로 월 100만원 지출이 발생합니다.


아파트 관리비, 각종 공과금, 인터넷 요금 식구들 휴대전화요금 등등으로 한달에 50만원 지출이 발생합니다.


주말에는 식구들 데리고 외식을 하거나 하다못해 피자라도 한판씩 시켜먹어야 합니다.

아이들 데리고 놀이동산이라도 가는 날에는 입장료 식비 등등으로 1~20만원은 후딱 깨집니다.

이런저 저런거 합하면 역시 한달에 50만원은 지출해야합니다.


봄가을에는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청첩장(이라고 쓰고 고지서라고 읽는다)이 날아듭니다.

봉투에 5만원을 넣을까 10만원을 넣을까 고민해 보지만 어쨌든 한달에 경조사비로 나가는 돈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어쨌거나 객관적으로는 출세한 사람입니다. 친구들을 만나도 아무래도 친구들보다 돈을 더 내야하고

어쩌다 부하직원들하고 밥이라도 먹을라치면 밥값 내야 합니다.

직장이 좋은 곳에 있다보니 주변에 있는 식당들도 죄다 비쌉니다. 점심 한번 먹을라치면 자기 밥값만도 한끼에 7~8천원은 나갑니다.

딱히 음주가무를 즐기지 않더라도 이런 '용돈'이 한달에 50만원은 나갑니다.


여기까지 계산해보면 한달에 대략 3백만원쯤이 남습니다.

와~ 아직도 많이 남았네요.


차 안몰고 다닐 수 없습니다. 차값 할부에 기름값에 보험료, 잊어버릴만 하면 한번씩 나가는 정비료 등등 합해서 평균내보면 한달에 50만원쯤은 됩니다.


아이 둘이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정부에서 보조를 해준다 어쩐다 말이 많긴 한데 어쨌든 고소득자라서 받는 보조도 별로 없습니다.

방과후 활동이니 뭐니 어쩌니 하며 나가는돈이 대략 50만원쯤 됩니다.


남은돈 2백만원쯤 됩니다. 이젠 저금을 하고 싶습니다.


근데, 가끔씩은 컴퓨터가 고장나기도 하고, 건프라도 갖고싶고(응?), 살찌기 전에 산 정장바지는 빵빵한 엉덩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철따라 돌아가시고,

명절에 양가 부모님 드릴 선물도 사야하고 아들내미는 신상 또봇 제로가 갖고싶다고 울고 등등 예기치 못한 지출들이 생깁니다.


남은 돈을 저금해 봅니다. 전세금 2억원을 마련하려면 대~~충 15년쯤 걸릴것 같은데 이동네 전세금은 1년에 3천만원씩 오른댑니다.


헉헉헉.. 길기도 하네요. 이 사람은 딱히 사치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재산이 모이지 않습니다.



그럼 이번에, 소위 '있는집 자손'의 경우


결혼할때 부모님이 강남에 아파트를 사줍니다. 월세안나갑니다.

첫손주 본 기쁨에 차도 사 줍니다. 기름값만 내면 됩니다.

한달에 3백만원씩하는 영어유치원에도 할아버지가 보내줍니다.

노후대책? 그전에 아버지 돌아가실테니 아버지 재산이 내 재산입니다. 노후대책같은거 필요 없습니다.

돈이 남으니 조선족 가사도우미를 씁니다.

살림걱정이 없는 아내와 함께 한달에 한두번은 각종 공연을 보러 다닙니다.

그래도 한달에 3백만원 이상은 돈이 남습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니

여기저기 투자라는걸 해 봅니다. 신통치는 않지만 가끔 대박도 납니다.




쓰다보니 왠지 우울해지네요....


요지는,


애초에 금수저 물고 태어나지 않는한, 소위말하는 억대연봉이라는걸 받아도 딱히 살림살이가 엄청나게 나아지는건 아니라는 말이 되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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