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며칠 전에 엑박/플삼용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에 대한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만.

칙칙하게 생긴 무법자 아저씨가 나오는 서부 시대 게임 따위엔 관심 없을 거라 생각했던 아내가 의외의 관심을 보이면서 구경을 하더군요.

 

"저 사람에게 총 쏘면 어떻게 되는데?"

"오오, 쏴도 되는 거야?"

"그럼 저기 목장에 있는 소 죽여도 되나?"

"자기가 타고 있는 말을 쏘면?"

"저 남자 맘에 안 드는데 죽여봐."

 

뭔가 좀 위험한 관심이란 생각은 들었지만;;

'레드 데드 리뎀션'은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향으로는 타의 추종을 자랑하는 자유도를 보여줘왔던 'GTA' 라는 게임 시리즈의 락스타 스튜디오에서 만든 게임이고. 그런 덕에 그런 방향(?)으로는 역시 상당한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 간단히 말 해서 '니가 말 한 것 거의 가능하다;;' 라고 답해줬습니다.

 

그러더니 몇 시간 후에 패드를 잡은 이 분께서 보여주신 플레이는.

1) 술집에 가서 매춘부에게 수작을 걸어보려 했으나 게임의 설정 때문에 실패. (주인공이 가족을 아낀다는 설정이라 '나 유부남이에요~' 라면서 피하게 됩니다)

2) 아쉬운 맘에 몸으로 밀어 버렸더니 비틀거리는 매춘부의 모습에 즐거워하며 계속 부딪혀 결국 바닥에 쓰러뜨리고.

3) 일어선 그 분을 계속 밀어서 그 분이 머리를 부딪히며 술집의 유리창을 깨자 매우 기뻐하며(...) 같은 동작 반복.

4) 술집 샹들리에를 떨어뜨리겠다며 샹들리에 고정 끈을 쏴 보았으나 끊어지지 않아서 (저도 좀 의외였습니다) 매우 실망.

5) 미션에 실패하자 열 받아서 미션을 줬던 할아버지를 사살(...)

6) 나룻터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그 분의 시체를 툭툭 밀어서 물에 빠뜨리고.

7) 총 맞아 죽은 시체가 너무 멀쩡하다며 총을 쏴 보더니 몸에서 피가 난다고 기뻐하시고(...)

8) 총에 맞으면 반동으로 물에 뜬 시체가 조금 밀려나는 걸 보고 이걸 땅 위에 올려놓고 말겠다며 권총, 소총을 5분간 난사하여 결국 뭍에 올려놓고 환호성.

9) 말 타고 달리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차별 난사. 총이 빗나가서 무사히 지나간 사람들이 욕 하는 걸 들으며 희열을 느끼시고.

10) 출동한 보안관들을 사살하고 현상금이 올라가자 기뻐하다가.

11) 결국 그 중 한 놈을 산 채로 묶어서 말에 싣고 다니며 '이건 어떻게 해 볼까?' 라며 즐거워 하시다가.

12) 기찻길 위에 올려 놓아서 치어 죽는 걸 보자(...)고 결정하여 실행에 옮겼는데.

13) 기다려도 좀처럼 기차가 오지 않으니 지루해하던 끝에 '다리만 쏘면 죽진 않겠지?' 라며 다리에 총을 쏘고 기뻐하다 출동한 보안관에게 장렬히 사살당하셨습니다.

 

마침 저와 사소한 문제로 좀 다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는데 그것 때문이었는지...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살짝 공포를 느꼈습니다. -_-;;;

그러고나선 살짝 재미를 들이셨는지 오늘도 몇 시간을 앉아서 완전 집중 모드로 플레이하더군요. 그토록 싫어하고 자신 없어하던 3D 총질 게임인데 말입니다.

어제처럼만 플레이하는 건 아니고; 정상적으로 플레이 하다가 미션 하나 망치고 나면 '어차피 다시 로드 해야 하니까.' 라며 마을 닭도 쏴 보고 개도 쏴 보고 하면서 돌아다니십니다. 사실 저런 플레이만 하다 보면 금방 질릴 텐데. 저러고 놀면서 게임 요령도 터득하고 익숙해졌는지 정상적인 방향으로도 제법 즐기는 모습을 보니 신기합니다. 허허허.

 

 

2.

그래서 졸지에 게임기를 빼앗긴 저는 스타크래프트2 베타를 다운 받았습니다.

 

3년 전에 매우 저가로 장만한 시스템에 그래픽 카드만 '간신히 HD급' 으로 교체한 놈이라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냥 속는 셈 치고 한 번 받아봤습니다만. 의외로 중하 정도의 옵션으로 돌릴 수가 있더라구요. 워크래프트3 급의 그래픽이긴 하지만 그래도 끊기지 않고 돌아가는 게 참 신기했습니다. 하긴 블리자드가 예전부터 게임 최적화 잘 해서 내놓기로 유명하긴 했었죠.

 

이제 고작 미션 세 개 밖에 클리어하지 못 했습니다만.

 

상당히 재밌군요!!!

 

일단 전설의 레전드가 될 듯한 완벽한 현지화가 참. 이미 많이 듣긴 했지만 직접 겪어보니 경이로울 지경이었습니다. 게임 속 용어들을 포함하여 거의 전체적인 요소들을 집요하게 현지화 해놓은 결과 '예전의 그 맛이 안 난다' 라는 불만 섞인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다지만. 이 정도의 현지화라면 그 정도 어색함은 그냥 기꺼이 적응해 주겠다는 생각이.

미쿡 음성에 자막만 한글로 해 놓으면 더 좋지 않았겠냐. 니넨 극장가서 영화 보는 데 다 더빙되어 있음 좋겠냐. 는 의견은 그래도 조금 이해가 가지만, 게임과 영화는 다르거든요. 게임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에다 덧붙여서 실시간으로 직접 플레이를 해야 하니까요. 당장 사방에서 적들이 미친 듯이 몰려오고 제가 컨트롤하는 유닛들이 위기에 빠졌는데 주인공들은 중요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상황이라면 '원어 + 한글 자막' 의 조합이라도 불편할 때가 많습니다. 암튼 그래서 일단 현지화에 감동.

 

컷씬이나 그래픽 퀄리티에 대한 것은 제 컴퓨터의 사양 문제로 말할 부분이 없구요;

 

메인 시나리오와 맞물려 전개되는 캠페인의 구성은 이루 말 할 수 없이 좋았습니다. 그냥 폼나는 장면을 화려하게 연출하는 정도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게임 플레이 자체를 잘 통제해 놓고 그에 맞게 상황을 전개한다는 느낌이랄까요. '애초에 우리가 이 정도 자원에 이 정도 시간, 이 정도 조건을 주었으니 이 쯤이면 플레이어가 잘 해봐야 이 정도 상태겠지' 라는 식으로 계산을 잘 해 놓은 건지, 아님 컴퓨터 특유의 맵핵-_-능력을 이용한 건진 몰라도 본의가 아니게 극적인 장면이 자주 연출되더라구요.

 

좀 더 해 봐야 제대로 평가할 수 있겠지만 암튼 지금까진 대만족입니다.

오픈 베타 기간 한정이 있으니 대략 1주일 안에는 클리어 해야 할 텐데. 뭐 괜찮겠죠. 전 방학이니까요. (하하)

 

다만 1편을 완벽하게 대체하며 게임 방송국들을 먹여 살리는 상품이 될 것이냐... 에 대해선 잘 모르겠습니다.

워크래프트3을 하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유닛들과 배경을 3D화 하고 그래픽을 업그레이드시켜 다양한 효과들과 동작을 집어 넣다 보니 유닛이나 건물들의 가독성(?)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더 해 보면 지금보단 훨씬 적응이 되긴 하겠지만, 워크래프트3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그 '적응'에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게 될 것 같아서. 그리고, 역시 그래픽이 대폭 업그레이드 되어 유닛들의 동작이 이전보다 부드러워지다 보니 오히려 액션의 박력이 줄어든 듯한 느낌도 있구요.

 

'그러한' 워크래프트3이 외국에서는 게임 대회 종목으로 스타보다도 더 인기를 끌기도 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냥 제 생각으로 끝일 가능성이 크겠지만. 적어도 한국에선... 잘 모르겠습니다. 대체하게 되긴 하더라도 그 적응 기간은 꽤 오래 걸릴 것 같아요.

 

뭐 어차피 예전처럼 배틀넷 죽돌이로 살면서 공부-_-하고 연구-_-하며 플레이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하니 저야 베타 기간 동안에 캠페인만 끝내 버리면 되는 입장이니 어찌 되든 별 상관은 없지요. 허허. 부디 나중에 나올 저그 스토리, 프로토스 스토리도 이번 처럼 관대하게 배포해줬음 좋겠는데. 그건 아무래도 힘들겠죠?

 

암튼 이제는 디아블로3를 기다립니다.

그 땐 정말 컴퓨터를 아예 새로 맞춰야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그럴 돈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일단은 그냥 기다리는 거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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