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막장바낭] 현피의 추억

2010.08.04 00:35

soboo 조회 수:3239

 

 어제에 이어 오늘 연 이어 제 닉네임이 그닥 아름답지 못한 사연으로 제목에 등장하는 글이 올라와서.... 문득 떠 오른 추억입니다.

 

 아마 제목만 보시면....평소 저를 안좋게 생각하던 분들은 "역시 그런 놈이었어...현피까지 하다니...." 하시겠군요.

 

 현피(현실 피케이) : 키배(키보드 배틀)질 하다가 실제로 만나서 싸우는 것을 뜻함

 

 

 꽤 오래전 아마 더운 여름이었던거 같습니다.

 

 피시통신시절이고 천리안이었어요.

 

 통신이라는 것이 왕초짜였는데 어쩌다보니 '게시판'이라는 것을 알게되었고 그 중에서 가장큰 아무이슈나 다 올라오는 광장같은 게시판이 있었습니다.

 거기서 완전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뉴라이트'식 꼴통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떠들어 대는 닉네임이 '눈에 밟히'더군요!!!

 그 판에서는 꽤나 악명이 자자한  사람이었는데....대충 변듣보 할아버지뻘급 되는 원로 논객이라고 보심 됩니다 ㅎㅎ

 주로 노동운동에 대해 비아냥대는 글을 많이 올렸는데....이 부분이 반전의 복선이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별 X같은 인간도 다 있구나....하고 말았는데,  어느날 5.18 을 두고 헛소리를 하더군요.

 제 또래들 대부분에게 5.18은 그냥 단지 역사적인 사건이 아닌 심장 안에 들어와 붙어 있는 종기같은 것이었는데

 그걸 건든거죠.  앞 뒤 안가리고 붙었어요. 원로급 악명높은 논객? 이자 이판 저판 닳고 닳은 꾼에게 하룻네티즌이 겁도 없이 달겨든 샘이죠;;;

 그러다가 주로 상주하며 노는 폐쇄동아리 - 요즘말로 하면 포탈의 '카페'로 보면 됩니다 - 은신처를 발견! 처들어 갔어요.

 거기서 본격적인 키배  잉여질 병림픽을 벌였는데..... 우훗!!! 언제나 꿈쩍도 안하던 그 악당이 그 은신처 사람들이 "쟈가 저러는거 처음본다!" 라고 할정도로

 열받게 만드는데 성공 ^^;

 하여간 그러구도 허구헌날 치고 박고 싸우고 했죠.

 

 사실....요즘의 뉴라이트에서 논객행세하는 애들에 비하면 매우 탄탄한 실제경험과 지식 그리고 신념과 양심을 갖은  악당논객 1세대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덕분에 솔직한 이야기로 그 당시 세상 보는 눈이 한 뼘 정도는 넓어진거 같아요.

 비슷한 생각을 갖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얻을 수 없는 단련이라고 해야 할까요?

 

  악당의 은신처 사람들과도 좀 친해지기 시작하고 바낭성 글도 올리게 되었는데

  그 악당과는  평소처럼 치고박고 싸우던 어느날  게시판에 오랫만에 서울에 올라간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 계속 어떤 지방에 있었거든요) 는 글을 올렸어요.

  그 악당이 댓글을 남기더군요. 만나자고 =ㅁ=

  다들 저 늠들 현피 뜬다고 신나서 춤을 추더군요 -_-;;; (즐기고 있었던거야 당신들...)

 

  그러자고 했고 언제든 전화를 걸면 받을 수 있다는 번호를 받고

  (당시 통신사 보조금도 없던 시절에...모토롤라 핸드폰이 300여만원이 넘던 시절....그 악당은 그걸! 갖고 있더군요)

  마포 어디즘에서 만났어요. 그 악당이 지정한 장소였는데 'XX아구찜' ....아구창이 연상되는 술집이라니 ㅋㅋ

 

 둘이서 그 아구집에서 소주를 일곱병인가 마신거 같습니다..... 후반부는 거의 기억이 안나네요.

 

 주로 그 악당님이 말씀을 하시고 저는 듣는 편이었어요. (저보다 여섯살 정도 위?)

 자기 살아온 이야기를 하고....게시판에서 욕먹을거 알면서도 그런 글을 올리는 사연들을 이야기 하더군요.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요즘이야 민노당 지지자들도 대부분 인정하고 문제삼는 '대기업 노조내의 문제'였던 기억입니다.

 한 때, 그런 대기업 노조와 관련된 일을 했었는데 그 뒤로 '중소기업 노동운동'과 '대기업 노동운동'을 구분해서 보게 되었고

 자기는 자기가 본대로 알게된 대로 말을 할 뿐인데도 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라는 그런 이야기

 그걸 시시콜콜할 정도로 이야기를 하더군요.  저 의외로 순진한 편이라....동의는 안해도 그 사람의 사연에 대해서 믿기는 했어요.

 

 제가 그 악당님에게 한 이야기중에 기억에 남는건 하나였어요.

 

 "그래도 너무 그러지 마세요"  -_-;;

 

 속칭 주류보다는 비주류편에 서서 싸우려는 사람들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지는 말라는 이야기였죠. 비판을 하더라도 좀 부드럽게 하라는

 하나마나한 이야기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 곳에서 사람들은 훗날 그렇게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 날의 아구창...아니 아구찜 현피 뒤로 그 악당의 칼날이 무디어 졌다고....더 이상 파이터로서의 살기가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한탄을 합니다.

 

 그와 절친이었던 분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로는....게시판에서 죽이네 사네 마네 하며 싸움을 벌였던 사람 중에

 실제 만났던 사람이 저 하나였었데요.   그리고 어느정도는 저와  직접 만난 뒤로 '이런게 먼 소용이게...' 식으로 풀이 죽었다나요.

 

 음....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중구난방으로 옮길 수 밖에 없는게 아쉽지만,

 여하간 키배를 해도 좀 낭만이 있던 시절의 기억입니다.

 

 

 

 오늘 저한테 다짜고짜 저주를 퍼붓고 쿨하게 탈퇴하신 모님께서 남겨주신 스완송에 보니 실제 만나보고 싶다는 내용이 있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사실 칼부림이 나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의 날선 논쟁을 여러차레 했던 사이의 사람들이 만나는데 참 긴장이 되더군요.

 그래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나와 많은 생각의 차이가 있는 사람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나름의 진심이 담겨져 있었고

 일관성이 있었고 결정적으로 유머가 있던 사람이었거든요.

 

 일말의 긍정적인 기대도 갖고 있는게 없다면 만나지 않았을거 같군요.

 

 

 

 저에게 필요한  롤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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