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인사이드 르윈 봤어요!

2014.01.30 22:59

토마시 조회 수:2009

코엔 형제가 만든 음악영화라니!! @.@  하면서 많은 기대를 했었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하면 어쩌나 하고 관람을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휴가 기간에 한 번 더 볼 예정이에요. 


인생에서 마주치는 아이러니를 해학적으로 포착해내고, 

삶의 불가해함과 우연성 속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 코엔 형제의 장기였고

영화의 주인공들이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삶의 비정함이랄까 이런게 느껴졌었죠

커피로 따지자면 쓰디쓴 에스프레소라고나 할까요.


이번 영화도 어찌보면 그러한 궤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지만 

음악이라는 테마로 우유같은 부드러움을 더하고 가벼운 구원의 여지를 남겨 둠으로 해서 카푸치노와 같은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


1960년대 뉴욕의 한 카페에서 한 남자가 어둠속에서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가운데 노래를 합니다.

hang me oh hang me~...

시간이 멈춘듯 고요하게 울려퍼지는 노래에 영화속의 관객들은 박수를 칩니다.


하지만 주인공 르윈의 삶은 그다지 녹록치 않죠.

월세를 낼 돈은 없어 친구들 방의 소파를 전전하며 살고, 실수로 동료의 아내를 임신 시켰고, 그와 듀엣을 하던 친구는 다리위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음악과 함께 할 수 없는 삶은 시체와 같다고 생각하는 그이지만 그의 음반은 성공 거두지 못했고 그는 그저그런 3류 포크가수일 뿐입니다.

오히려 속물적으로 음악에 접근하고 재능도 없는 친구들이 그보다 더 기회를 더 잘 잡고 잘 나가죠.


재미있는 부분은 르윈이 속물적인 동료들보다 훌륭하다는 것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잘 안다는 것이죠.

그의 동료들이 부르는 노래는 맑고 청아하고 영화속의 관객들도 좋아하고 심지어 쓰레기 같이 녹음한 노래가 성공하기도 하지만 

(Please, MR. Kennedy 라는 노래를 부를 때는 너무 웃겨서 배꼽빠지는 줄 ㅋㅋ)

그것이 우스꽝스럽다는 것을 영화를 보는 관객은 알 수 있게 만든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됩니다.


전체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변주한 형태로 

르윈의 친구인 사회학과 교수의 집에서 자고 나올 때 우연히 따라나온 고양이와 함께 하는 주인공의 여정을 그렸습니다.


오디세우스는 기나긴 여정에서 승리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르윈은 시카고로 떠난 오디션 여정에서 실패한 채 돌아옵니다.

하루하루 견디기 힘든 생활고 속에서 음악을 포기하고 배를 타려고 결심도 해 보지만 삶이라는 중력은 다시 그를 음악 앞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다시 잘곳이 없어 동료에 대한 기억 때문에 다투었던 교수를 찾아가 화해하고 그의 집에서 머물 때,

르윈은 그가 잃어버렸던 고양이가 집을 찾아 다시 돌아온 것을 알게 됩니다. 그 고양이 이름이 율리시즈란 것도 함께. (오디세우스의 로마식 이름)


그 집에서 다시 깨어났을 때 그의 삶은 다시 반복 됩니다.

지긋지긋하고 버리고 싶은 그 삶.


하지만 따라나오는 고양이를 발로 제지하고

카페에서 매번 부르던 레파토리에 동료와 함께 부르던 노래를 넣고 

그를 불러내 이유없이 두들겨 패는 중절모 신사를 쫓아가 그가 어디로 가는지를 확인하고...


그의 삶은 반복 속에 일정한 변화를 얻었습니다.

앞으로도 잘 곳은 없고 삶이라는 냉정한 심사자로부터 돈은 안되겠다는 코멘트를 듣겠지만,

빠르게 지나가는 지하철 밖 풍경을 쳐다보는 고양이처럼 무엇이 반복되는지 아닌지도 그는 모르겠지만,

게으른 신은 그를 응원하기는 커녕 그의 삶이 꼬일 때마다 멀리서 저주하는 존재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노래에 스크린 밖에서나마 박수를 쳐주고 싶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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