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5일 공포 후 1년 시행이라는 단서조항을 달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고 합니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못 읽는 정부와 정치권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교통 수단으로서 택시의 역할이 앞으로 점차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면서까지 구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봅니다.

택시기사의 생존권은 물론 중요하고, 이것을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지 택시 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해결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자동차가 귀하던 시절 "택시"는 상당히 중요한 운송 수단이었고 "택시 기사"는 상당한 기술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업이었지만,

자가용이 보편화된 이후 교통수단으로서의 "택시"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고,

특히 내비게이션이 생기면서 "택시기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치 않은 직업으로 전락했다고 생각합니다.


내비게이션이 생기기 전만 해도 처음 가보는 도시에서 잘 모르는 장소를 찾아가려면 가장 편한 방법은 택시를 타는 것이었고,

또 잘 아는 익숙한 장소라도 빨리 가려면 교통 흐름에 대한 지식이 많은 택시 기사에게 의존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던 때가 불과 10여년 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새는 택시를 타면 기사가 오히려 저에게 어느 길로 가길 원하냐고 물어보거나,

본인이 내비게이션을 켜서 그것을 보면서 가거나,

심지어 제가 내비게이션 앱을 실행해서 안내하기까지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냥 지금 우리가 택시를 타는 이유는 대부분 

(지금 내 옆에 내 차만 있으면 운전해서 충분히 갈 수 있지만) 단지 지금 바로 이 곳에 내 차가 없는데 (주차할 공간이 없었다든지, 아니면 왕복의 필요가 없어서 차를 갖고 나오지 않았다든지 등등의 이유로) + 차만 빌릴 수는 없으니 차와 기사를 함께 대여하고

그것에 대한 (차 + 기사 대여) 서비스 fee를 지불하는 것이 대개의 경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운송수단으로서의 택시, 택시 기사의 경쟁력이 거의 사라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입니다.


더구나, 자율주행이 완전해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리겠지만 점차 assisted driving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등으로 자동차의 동력원이 빠르게 변하고 있기에 이제는 더 이상 한번 차를 사서 10년 20년 씩 굴리던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고,

자동차를 굳이 소유할 필요가 사라지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변화를 인정하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것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더 나아가 빠르게 치고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데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어느 특정 직업이 사라지는 일은 정말 빈번해질 것 같습니다.

제가 어릴 때 버스마다 있던 안내양이 사라졌고 전화 교환원이 사라졌듯이

오늘날의 택시기사처럼 진입장벽이 매우 낮은 직업들 (예를 들어 대리기사, 단순 사무직 등) 은 많이 사라지고 새로 생길 것이며

또한, 지금은 확고한 직업인 의사나 약사, 교사, 판검사, 변호사의 수요까지도 어떻게 변할지, 그들의 role이 어떻게 변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멀지 않은 시점에 더 이상 특정 진료과 의사가 필요해지지 않아진다고 하더라도,

오늘날 "(왜 보호하고 발전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택시산업발전을 위한 법안"인 타다금지법을 만들어서 통과시켰듯이 

그때가서는 "특정 진료과 발전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서 불필요해진 수요를 불필요한 공급을 유지함으로써 연명하게 만들 것인가요?


앞으로 지하철을 비롯한 철도가 무인화되어도 우리는 "철도 산업 발전을 위한 법안"을 만들어서 

그분들의 위협받는 생계를 (사회안전망 확충과 직업 재교육, 재취업이 아닌) 불필요한 고용을 유지하고 자동화/무인화를 막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일까요? 


https://news.v.daum.net/v/20191204060159959?fbclid=IwAR1zjxC_Jornj54QaLV8qo2VRy9vZ2S8ySl77R485870WF9Mp5vDscHGKO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0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04
179 아래 현역 카투사 행정병 덕택에 알게된 것 [10] 타락씨 2020.09.14 1569
178 한국과 일본, 판데믹 시대의 정치/국제 정치 [12] 타락씨 2020.03.07 1008
177 [영업] 진산 마님의 고양이 귀 [2] 룽게 2019.12.24 599
176 김장 후기 [4] 칼리토 2018.11.14 1218
175 방전은 나이탓일까? [3] 칼리토 2018.05.18 1296
174 1.출장명령서 2.우리 고양이는 나를 뭘로 보는가? 3. 아몰라 [10] Koudelka 2015.12.12 2507
173 우리집 주소는 라니아케아 초은하단 국부은하군 은하수은하 태양계 지구 한국... [5] 데메킨 2014.09.11 5044
172 원숭이가 찍은 셀카 저작권은...! [2] 데메킨 2014.08.22 1537
171 맹장수술.. 오늘 퇴원했어요. [5] 살구 2014.07.28 2772
170 아들 양육기(육아 얘기 싫어하시면 패스) [20] 계란과자 2014.07.09 2749
169 아기 고양이가 좋아하는 음식 [5] JKewell 2014.03.14 4630
168 김애란 「눈물의 과학」, 연재를 중단하며 [4] 닥터슬럼프 2013.10.11 3711
167 GTA도 GTA지만 [1] 국사무쌍13면팅 2013.10.08 1269
166 지금 모니터를 보고 계신 곳은 어디신가요? [3] ageha 2013.08.11 1471
165 비스트, 크리스탈 라이트, 술버릇 [4] 칼리토 2013.07.30 2349
164 웹진 <아이즈>가 새로 창간됐네요. [1] 보람이 2013.07.15 2325
163 [연예바낭] 가족분께서 방언을 뿜어내고 계십니다 [14] 로이배티 2013.06.25 5654
162 여성의 병역 복무를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봐야 할 이유? [32] 룽게 2013.06.17 2467
161 [엽편] 초능력, 영웅 그리고 연애 [5] clancy 2013.05.20 1537
160 요즘 읽은 소설들과 파리 5구의 여인 칼리토 2013.05.09 1234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