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면, 통계를 배우는건 아니고 통계치를 계산해내는 도구를 배우고 있습니다. 단 3주짜리 단기 강의에 1주일 단위로 초급, 중급, 고급을 듣는데 중급까지는 서른 명 정도로 반이 가득가득 찼지만 고급이 되니 여섯 명이서 오손도손 듣고 있습니다. 그런데 참, 통계를 배우는 과정에서 위로가 많이 되더군요, 뭔가 이상한 이야기처럼 들리긴 하지만 말이에요.

 

일상에서 평균이란 단어는 자주 사용하잖아요. 그래서 "평균적으로 따지면 어떻게 되는데?" 같은 말도 하고 그런데, 어떤 숫자의 모임에서 평균이란건 얼굴이나 이름 정도에 해당하는 거더라구요. 그의 성격까지 파악하려면 분산을 알아야 하는데, 일상에서 "그래서 분산적으로는 뭐라 하는데?"라던가 여러 평균값들의 나열에서 분산이 표기되는 일은 흔하지 않잖아요. 그런 느낌은 마치, 어떤 사람이 자라나는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서 앨범을 보는데 그 눈에 보이는 변화에 따라 이렇거나 저런 이야기들을 하지만, 그의 성격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나누지는 않는 그런 느낌이에요.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수도 있겠죠.

 

그리고 이 쪽 계열에서 많이 쓰이는 분산분석이란게 있는데요, 그게 제가 흔히 말하던 걸 수식으로 분석하는 내용이더라구요. 예를 들어서, 남자와 여자간의 특정한 성격적 차이가 남자끼리의 성격적 차이보다 작다면 그건 지적할만한 바가 되지 않는다거나, 지역과 지역 간의 특정한 특성 차이가 지역 내에서 서로의 특성 차이보다 작다면 이상한 지적일 거라구요. 이걸 집단간 분산과 집단내 분산이라고 통계학에선 표현을 하고 집단간 분산이 집단내 분산보다 작다면 그 집단간 차이를 무의미하다고 말해요. 제가 생각했던 논리가 수학적으로 검정된다니 사회학자들이나 수학자들도 이 문제에 대해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하며 위로가 되었달까 그랬습니다.

 

회귀분석을 배우면서는 이상한 부분에서 왈칵 눈물이 나서 수업 도중에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정말, 수학시간에 감정이 동해서 운다면 너무 이상하잖아요. 기본적으로 통계라는 학문에서는 원래 있는 의견을 존중하고 그 존중의 정도를 유의수준이라고 합니다. 유의수준이 낮을수록 본래의 상식을 존중하고 왠만해서는 바꾸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단 의미인데, 그 수준 이하로 계산값이 나오게 된다면 통계적으로 더 이상 원래의 상식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수리적 검정에서는 누군가의 첫 성적이 54점이 나오고 그 다음 성적이 58점이 나왔다면, 전보다 더 공부를 잘하게 되었다고 하겠지만, 통계적 검정에서는 54점과 58점이 모든 정보를 다 가지고 있지 않다고, 즉 우리는 그 점수 하나만으로 모든걸 알지 않는다는 겸허한 태도를 취합니다. 그래서 양 쪽의 결과 이전에 그 결과가 나올 가능성들을 생각해서 수 많은 값 중에 54점과 58점이 선택되었다면, 그 범위 상에서 공부를 잘 하게 되었는가?를 따져 묻습니다.

 

어쨌거나 이러한 기본 상식을 [귀무가설]이라고 부르는데, 그 귀무가설은 거의 대부분 "유의미하지 않다", 즉 "무의미하다"라고 말합니다.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그 "무의미함"에 대항해서 싸우고 승리하거나 패배하는 것이지요. 돌아와서, 회귀분석에서 여러 변수들을 넣은 상태에서 결과값에 대한 귀무가설은 그 변수 모두가 결과값에 영향을 주는데 "무의미하다"고 말합니다. 거기서 대립가설은? [적어도 하나의 독립변수가 종속변수에 영향을 준다.], 이게 회귀분석의 대립가설입니다. 전 이 대립가설을 읽으며 머리 속에 [적어도 하나의], [적어도 하나의] 이러면서 "적어도 하나"란 말이 깊게 울려퍼져 나가더라구요. 바꿔 말해서 [적어도 하나]만이라도 그 결과에 영향을 준다면 "무의미"하지 않은 것입니다. 예를 들어 우리 삶 속에 우리가 삶을 바꾸기 위해 해왔던 그 많은 노력들 가운데, [적어도 하나]만 영향을 줬다면 그 과정이 "유의미하다"고 검정된다는 것이죠. 이 후 사후검정으로 어떤 변수가 결과에 영향을 줬는가 분석하긴 하지만, 어쨌든 유의미하다는게 어딘가요.

 

이론적인 통계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데 참 재미있습니다. 강사와 이야기하는 것도 재미있구요. 다만, 취미로 이 수업을 듣는 사람이 저말고 아무도 없다는건 많이 아쉽기도 합니다. 대부분 논문을 쓰는데 필요해서 듣더라구요. 그래도 그 분들 중에 몇몇은 통계 자체를 이해하는데도 상당히 흥미가 있으셔서 즐겁더랍니다. 아, 그런데 이 수업이 있는 곳이 통계학과 전산실인데, 바로 옆에 통계학과 동아리가 있더군요. 아마 과내 동아리긴 하겠지만 저로써는 너무 가슴이 두근거리는 이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동아리 라이프이긴 하겠지마는...)

 

그리고 최근에 사회조사분석사란 실기 시험을 봤습니다. 이도 취직과 관련해서 따려고 하는게 아니라, 그저 내가 이 분야를 좋아한다는 걸 공인받고 싶은 마음이 있고, 게다가 그런 [자격]이라는 걸 한번도 국가에서 인정 받아본 적 없는 저로써는 (자동차 [면허]와 또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시험이 있길래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결과가 나왔을 때 이야기를 꺼내고 싶었습니다만, 과정 상에서도 이야기를 하는 버릇을 들여야 겠단 생각이 들어서요. 기쁠 때나 슬플 때만 말을 할 수 있는건 아니니까요. 그제 시험을 봤는데, 보고 나오면서 홀가분하단 생각이 안들고 우울이 마구 밀려왔더랍니다. 뭐, 다시 암기 시험을 보고 싶진 않다거나, 내가 도대체 뭘 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거나, 필기는 모르겠지만 실기는 정말 열심히 했는데 통과했으면 좋겠다거나 여러 생각이 있겠습니다만 무엇이 됐든 시험을 보고 나서는데 우울한 감정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수능도, 공무원 시험도, 대학 시험도 어느 것도 망치든 망치지 않았든 끝났다는 즐거움에 밖으로 걸어 나왔었는데 왜 이것만은 끝났는데도 우울한 것일까, 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앞으로도 뭔가를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끝난 일이 됐는데 우울해진다면 정말 끔찍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 생각해보니, 제가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들에는 그렇게까지 애정을 들이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이 시험에 엄청나게 애정을 쏟았구나, 그래서 그게 보답받지 못한다면 정말 슬프겠구나 하는, 그런 결론을 짓게 되었어요. 그리고 어느 정도는 내가 못하는 암기 시험에 대해서도 못하면 못하는대로 수용하고, 내가 잘하는 실습 시험에 대해서도 잘하면 잘하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어떤 결과에 대해 우울하면 우울할수록, 제가 거기에 투자했던 애정이 상당했다는 것이고, 역으로 제가 그렇게 많이 감정적 자원을 투자할만큼 자원량이 늘어났다는 뜻이란 생각이 들어 위로가 되는군요.

 

지난번에 자격 시험을 신청해놓고 가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전날 새벽까지 밤을 꼴딱 새고 잠들어 무단 결석 했다는 이야기였죠. 그에 대해서 지인에게 왜 이번과는 다를까 생각해봤는데 구직활동이나 도달해야 할 목표로 두지 않고, [취미]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더니, 넌 그렇다면 인생을 취미로 살아보는게 어떻냐, 고 했습니다. 지금에 와선 [취미는 사랑]이란 노래 제목도 생각나고 하는데 그래도 꽤 생각해볼만한 우회로적인 논리가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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