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과정에서 인생에 단 한번도 말하지 않을 이야기들이, 인생에 단 한번은 말한 이야기로 변해가는데 삼 주가 지났습니다. 저는 비밀을 아주 잘 지키는 편이라 듣고 잊어버릴 때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습니다. 제가 들으면 무덤... 까지는 아니더라도 비밀은 제 속에서 삶을 마감해야 하죠. 그걸 꺼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한다면 모를까. 어쨌거나 그런 이야기들을 하고 나니까 정말 몸이 저 끝까지 피곤해지더군요. 그 이상의 뻐근함은 앞으로도 다시 체험하기란 어려울 꺼에요. 이런 저런 상담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가 상담사를 아주 잘만났다 생각이 들더군요. 제 경험만으로는 상담이 좋은 효과가 있으리라고 이야기할 수 없는 것이고, 게다가 장기적으로도 확인해봐야 할 일이 되겠죠. 여튼 상담이 아직 끝나진 않았습니다만 지금까지는 좋습니다.


저는 같은 말을 두 번 하거나, 같은 글을 두 번 쓰는걸 싫어합니다. 예를 들어 듀게에서 썼던 글을 다른 곳에 옮긴다 하더라도 편집해서 좀 다르게 만듭니다. 그리고 말했던 이야기나 비유들을 최대한 다시 들지 않으려 하죠. 인간이 언제나 새로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루하지 않으려 노력할 수는 있겠죠. 그래서 가끔 잊어먹고 있다가 같은 소재를 반복하게 되버리면 아쉽죠. 무언갈 반복해서 이야기해버리면, 이야기를 안주거리 삼는다는 말처럼, 그 이야기에 대해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남이 재미없어할 거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거죠. 글을 한 번 쓰면 최대한 지우지 않는 것과 비슷한 강박입니다. 이런 멍에를 지고 있으면 창작이 더 덜되지 않을까 생각은 들지만, 그럴꺼면 발행하지 않는 형태로 마음껏 쓰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고 그래요.


너무 오래되면 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방문 밖으로 나가지 않았는지 기억나지 않을것 같아서 정리해봅니다. 이게 어떤 의미는 없어요. 벌써 조금 잊혀진 곳도 부분부분 있어서 더 미루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서 빨리 써야겠네요. 가장 먼저 생각나는건 늘어지는 시간감각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의 주기는 24시간에 걸쳐져 있고 적어도 24시간 사이에 6시간 정도 잠을 자죠. 그런데 저는 이틀이나 삼일을 하루처럼 이어져서 활동하다가 잠도 그 정도로 맞춰서 자고 또 일어나고 했던 것으로 기억나네요. 피곤해져서 잠이 들 때까지는 깨어있었다는게 정확하겠어요. 그만큼 피로를 몰아붙이지 않으면 잠이 안 오기 때문에 그랬습니다. 툭 떨어져서 잠들고 나면 다시 일어나졌죠. 그게 낮인지 밤인지는 상관이 없고.


밥은 그래서 거의 먹질 않았습니다. 배가 고프면 먹었는데 그다지 배가 고프질 않았어요. 아주 가끔 배가 고팠죠. 그리고 또 가끔 다른 걸 먹고 싶어지면 햄버거를 주문 시켜 먹었어요. 다른건 그다지 혼자서 주문하기엔 애매하단 생각이 있었고, 한 달에 한 번 쯤은 햄버거를 먹었었네요. 그래서 롯데리아 햄버거는 8000원 이상인 세트를 전부 맛 봤었죠. 정확히 말하면 6000원 정도의 햄버거 세트와 2000원 정도로 치즈 스틱 등의 부가 매뉴를 추가하면 딱 맞았죠. 이게 세트 매뉴가 애매한 숫자는 부가로 맞춰지질 않아서 1.25리터 짜리 콜라를 껴 넣어 시켜먹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뭐, 배가 고플 일이 거의 없었죠.


그래서 일어나 있는 시간에는 뭐했느냐 하면, 주구장창 인터넷 방송을 봤죠, 정확히는 다음팟이요. 태블릿으로 보는지라 아프리카 같은 경우에 채팅과 함께 틀어놓으면 채팅창이 화면을 거슬리게 가리기 때문에 저리 빼고, 다음 팟의 경우 적절한 투명도로 왼쪽에 나열되서 뜨기 때문에 봤죠. 다음팟 방송의 모바일 채팅 시각화 방식은 다른 곳에서도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자 BJ 등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게임이나 만화, 가끔은 영화들을 틀어주는 방송을 봤죠. 자주 봤던건 LOL이었는데 과반 이상을 보진 않았고 항상 특이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 봤었죠. (LOL 프로게이머와 아마추어게이머 등의 뒷 이야기도 실시간으로 여러가지를 알게 되었었는데 대부분 잊어버렸네요.) 그런 것을 멍하니 보며 누워 있으면 다양한 사람들이 시끄럽게 채팅을 하는데 일베식 용어를 쓰는 사람들이 반수 이상은 됩니다. 왜 게임하는걸 구경하면서 저런 이야기를 할까 생각도 하지만 그러려니 하고 보죠. 게임 BJ의 연대기를 쓰라고 해도 적당히 쓸 수 있을 겁니다. 다음팟에서 고화질로 데뷔를 한 사람들이 시청자를 데리고 아프리카로 많이 넘어가니까요. 저의 경우엔 제가 모르는 게임이든 영상이든 중간에 들어가서 추리하는 재미로 봤습니다. 그런 것들을 보고 싶어서 본 건 아니고 보면 시간이 잘 가니까 그랬죠. 태블릿이 없었으면 책을 읽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고보니 태블릿이 없었던 때는 모니터를 침대 쪽으로 기울여놓고 영상을 틀어놓다 잠들었군요. 사실 머리를 쉬려면 영상 볼 때만큼 편안할 때가 없죠. 청각과 시각 양 쪽 다 상상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러고보니 우울해졌던 때가 새벽이 다가올수록 방송이 하나 하나 꺼져가고, 인터넷의 글들도 드문드문 올라오는 그 사이의 공백기간이 길어질 때였군요. 정말이지 같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송을 봤던 거군요. 음.)


그리고 방송이 질릴 때면 인터넷에서 글을 읽던가, 인터넷에서 다운받은 PDF를 읽었죠. PDF의 대부분은 관청에서 나온 자료들이었는데 그 이유는 제가 얻을 수 있는 양질의 정보들은 거기서 밖에 PDF로 주질 않더군요. 흥미로운 자료들이 많았습니다. 아주 가끔 읽던 자료들이 모여서 맥락을 이룰 때 정리해서 듀게에 쓰기도 했었죠. 듀게에 썼던 모든 글이 그런 식으로 만들어지진 않았지만 한 때는 그런 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가끔 듀게에서 꽂히는 질문이 생기면 가설을 세우고 여기 저기를 뒤적거리면 전체의 맥락을 만들어보는데 재미를 들이기도 했구요. 그 당시 제게 남아 있던 욕구는 겨우 호기심 하나 뿐이였던 거죠. 그리고 책을 아주 안 읽은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되면 책을 정시에 반납하기는 거의 불가능해지고, 아주 늦게 반납하죠. 최대 6개월 대출정지를 받아봤네요. 그래도 또 대출 정지가 끝나면 바로 대출합니다.


딱 한 번, MMORPG를 정말 끝까지 달려서 상위권에 들었었죠. 저는 여러 국가에서 서비스 되는 MMORPG 내의 문화에 대해 연구하면 각 국가별 특성이 요약된 비교본을 추려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정말이지 최상위권이 되면 어떤 느낌이 되는지 알겠더군요. 누구도 가보지 못한 곳들을 자기들끼리 얻어가며 수많은 뒤따라 오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뿌려가며 이득을 얻는 거에요. 그리고 미리 경험할수록 경험 기간도 길어지고 어느 누구도 대체 불가능한 인간이 되죠. 이 경험 이후에 얼마 안 있어 그만뒀고, 대부분의 게임과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한 이상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달리면 분명히 이득을 얻고 즐거운 면이 있긴 하지만, 정말 인생동안 그렇게 살아야 하나 싶은 거 말이죠.


아아주 가끔, 3주에 한 번 쯤, 특정한 의지가 솟아서 몸을 단정히 하고 바깥에 나가보는 시도를 하기도 했는데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가끔 그러지만, 그 때는 제 주변의 세계를 인식하는게 매우 위험한 시절이었죠. 한 번 생각하면 끝을 봐야하는데, 그 Q.E.D가 자기 살해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으니까요. 중간에 끊기 위해선 다른 생각을 하던가 생각을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그렇게 지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예상외로 그렇게 길지 않을지도 몰라요. 어쨌거나 그런 시도들은 처참하게 끝나게 마련이고 한참동안 머리 속이 뒤죽박죽이 되기 마련이었죠.


인간이 최소한도로 삶을 수렴시킬 때는 머릿 속에 수많은 스위치들을 하나 하나 내립니다. 청소 안해도 괜찮아, 툭. 머리 안 감아도 괜찮아, 툭. 수염 좀 길면 어때 나갈 때 깍으면 되지, OFF. 더럽다는 건 주관적인 인식상의 문제일 뿐이야, OFF. 그렇게 조명이 꺼지다 보면 몇 개 안 남고 익숙해지면 인식 자체를 안하게 되죠. 그냥 보이지 않고 없는 것들일 뿐입니다. 요새는 예전에 끄지 않았던 것도 하나씩 켜보고 있는데, 어떻게 첫 스위치를 올렸는지 저도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스위치를 ON, OFF 식이 아니라 회전식 단추로 바꿔보려고 노력 중이기도 하죠. 상당히 어렵습니다만.


그래서 일주일에 5000원이나 쓸까, 하는 삶을 살았었죠. 저는 그 모호한 과정들을, 그러니까 저에게 하루라고 가정되는 단위가 2번 지나면 일주일이 지나가 버렸던 그 시절들을 어떤 식으로 수용해야할지 알기 어렵습니다. 별로 긍정도 부정도 하고 싶지 않아요, 앙 쪽다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거든요. 그리고 그런 큰 얼룩이 과거에 있으면 미래에도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바로 보이지 않는 우물, 그거 말이에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 우물에 한 번만 빠진다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빠졌다가 나온 적 있는 사람이 숲을 걷기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주요한 것은 빠지는 순간과 나오는 순간은 어떤 것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데 있어요. 언제 갑자기 다시 빠질지도 몰라, 하고 무섭죠.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란 책에서 가난한 사람은 그저 자원이 부족한 사람으로 상정됩니다. 환경이니 본성이니 하는 이야기는 최대한 피하고, 자원 자체가 없는 사람의 이야기죠. 이 책에서 가난에서 벗어나는 단계를 두 가지 시각으로 바라보는데 하나는 S자 형이고 다른 하나는 L자 형이죠. L의 경우 자원을 선형적으로 늘려갈 수 있다고 가정합니다. 즉, 아주 자원이 적다고 하더라도 적당한 투자를 거치면 조금씩 조금씩 늘리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가정하는 것이죠. 이런 시각은 가난한 사람들이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 말할 가능성이 높죠. S자 형의 경우, 자원의 증가가 S를 그리는데 자원을 더 얻기에 어려운 시점과 쉬운 시점이 어떤 점을 두고 갈립니다. 말하자면 그 점 아래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자원을 투자해서 더 많은 자원을 절대 얻지 못하는 겁니다. 그 점을 넘고 나서는 쭉쭉 올라가구요. 저는 이게 감정 자원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생각할 때 부족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서 선순환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어떤 시점 아래서는 그런 선순환이 불가능한 시점이 옵니다. 그럴 때는 결국 타자의/환경의 개입이 필요하죠. 자원이 적다는 것은 투자에 비례한 위험이 무지 크다는 것이고, 자원 배치도 덩이 덩이로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뜻합니다. 누가 홀로 거기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저도 지금 시점까지 어떻게 오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랬던 때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기도 하죠. 전 선형적인 발전을 믿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내가 예전에는 그랬는데, "란 말을 절대 하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가 긋는 인생이란 선은 언제나 같은 기울기로 평행하죠. 수많은 변수에 의해 다차원으로 나눠진 공간에서 누가 얼마나 일치할 수 있단 말입니까. 제게 그런 시간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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