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는 피곤한데 몸이 저를 계속 각성시키네요. 오늘은 운동을 아침에 하고 저녁엔 안 했는데 이유가 뭘까요. 이로써 자기 전 운동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건 아니라는 건 확인 되었고. 무슨 향정신성 알약이라도 먹은 기분이에요.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먹어봤지만. 안구와 눈꺼풀은 꺼실꺼실하게 마찰하고, 홍채 앞은 살짝 얼큰한 통각이 느껴져요. 발과 허벅지는 시큰시큰하면서 이완되고 있는데, 어깨는 뻐근하고 심장은 초저주파로 느리게 뛰면서 수면을 괴롭히는군요. 친구와 함께 새로운 운동을 해서 근육들이 모두 합창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그마한 풍선 인형 속에 뜨거운 유체를 담아서 이리저리 휘돌아다니는 느낌인데, 몸체가 코끼리처럼 커져서 좀 느려졌으면 좋겠네요. 잠자리에 누웠는데 몸이 민폐를 끼치는군요. 글을 쓰고 나면 잠이 더 안 오겠지만 어쩔 수가 없어요. 요즘에는 창작욕이 하나로 통일되서 해소되지를 않고 그림욕, 단문욕, 장문욕 아주 시장바닥에서 파는 채소 같아요. 흥분을 가장 안 좋게 소비하는 선택인 것 같지만 냉정하게 이런 상태에서 뭔가 할 수 있는건 없죠. 심장이 뛴다기보단, 그 주변의 근육들이 심장에게 약하게 두드려맞는 감각.


며칠동안 아침 여섯시에 자서 정오에 깨는 수면주기로 갔다가 어제는 밤 열두시에 자서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지금까지 깨 있는 상황이죠. 수면의 위치가 계속 뒤로 밀리는 매트처럼 밀려나서 밖에서 새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깨있단 말이죠. 이 놈의 몸은 피로에 쩔어 졸리기 전 까지는 잠들지 않는답니까. 심장한테 꿀밤 쥐어박아주고 싶군요. 아니면 제 머리 속의 신체 제어 담당을 면책시키거나.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거야?!


흥분 상태가 맘에 안드는 점은, 몸이 달아올랐을 때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도 그 감각이 뒤짚어 씌워진다는 것에 있습니다. 정갈한 감정들이 시큰시큰한 심장 박동 때문에 설레이거나 우울하거나 짝사랑에 빠졌다거나 어떤 일에 대해 내 자신이 과도할 정도로 민감하다거나 식의 잘못된 해석 말이죠. 이럴 때 쌓인 설거지라도 본다면 제 자신이 설거지 때문에 무지 화났다고 착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정오에 일어나면 도서관이 저녁 6시에 닫기 때문에 무지 손해 본 기분이에요. 밥 먹고 집을 나서면 1시 반 쯤에나 도착할 테니까요. 그럼 도서관에 적응 될 때 쯤이면 두 시간 정도 밖에 남지 않겠죠. 그럼 수면주기가 엉망인 제 자신을 자책하게 되면서도 포옹하려 할 것이고 양가적인 감정은 절 잡아 뜯겠죠. 아, 이것 때문에 혹시 화가 났나? 혹시 오늘 했던 일들을 반추해보며 이렇게 몸이 놀랄만한 일이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사실 이런 아드레날린 과잉은 반복 투여되는 듯한 기분이니 전후관계라 보기에도 이상하고. 각성효과가 있는 음식을 먹은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뒷풀이로 고기 먹고 집에 왔는데 거기에 과민한 반응을 하는 걸까요. 세 명의 이성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한테 사랑에 빠진걸까요? 아니면 여섯 시간동안 진탕 책들을 뒤지며 한 자료조사가 뇌에 안 좋았다거나? 그럴리가. 기기묘묘한 일입니다. 특정한 입력물이 존재하고 출력이 되는 건지 오작동인지조차 모르겠고. 이 상황에서 팟캐스트나 영화를 보면 꼴딱 4시 아니면 5시까지 일어나 있어야겠고. 무작위 흥분은 어디에 써먹어야 할까요?


+유튜브로 클래식을 들으려 했으나 모바일 기기의 화면을 끄는 동시에 웹 소프트웨어를 켜놀 방도가 없군요. 라디오 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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