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
정권 교체.

저는 이말에 상당히 지쳐있는 사람입니다.
정확히는 이 말이 더 이상 쓰이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입니다.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우리 사회에 절실한 건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시대의 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프레임이란 말이 있죠.
사고의 틀.  혹은 생각의 출발 지점을 프레임이라 할 수 있겠죠.

정치를 흔히 수사적 게임.  즉, 레토릭 게임이라 합니다.
사회적 분위기와 정서를 반영한 정치 언어는 담론을 지배하는 계기를 확보하고 그렇지 못하면 언론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집니다.
대중의 정서를 포착한 정치 언어는 때때로 "시대정신" 으로 불리며 모든 정치 담론의 핵심을 장악하곤 합니다.
따라서 정치인과 정당들은 정치 담론을 지배하기 위해 다양한 수사적 전략을 활용하여 프레임 경쟁을 벌입니다.

프레임을 선점하고 우위를 점하면 정치 담론에서 승기를 잡는데 유리하겠죠.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유명한 저서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에서 이 점을 강조하며 이런 지적을 했죠.
공화당에 선점당한 프레임에 갇히면 어떠한 주장을 내세워도 결국은 공화당의 프레임을 반복. 강조하는 역할밖에 할 수 없다고.

우리 사회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1929년 대공황 이래 자본주의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 역사적 현재라고 생각합니다.
국내로만 국한하면 가계부채는 시한폭탄 그 자체죠.
또한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를 비롯한 각종 불평등.
교육. 보육. 주거. 일자리. 노후. 건강 문제 등등은 어랏 문제되지 않을까? 
수준을 이미 넘어 국민들 모두가 피부로 절실히 느끼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에서 프레임을 선점해서 선거에서 승리했던 것이 바로 무상급식을 매개로 한 보편 복지 화두였다고 생각합니다.
새누리당에서 김종인씨를 영입해 경제민주화란 프레임을 선점했던 것이 상당히 영악했던 것도 빼앗긴 프레임을 가져갔거든요.
물론 이것을 제대로 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_-;;
레이코프의 말처럼 경제민주화는 새누리당이 선점한 프레임이고 야권에서 그것을 따라가는 건 그것을 계속 반복. 강조해주는 것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요.

개인적으로는 김종인씨를 전혀 모르니 그 양반의 속내는 당연히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이 왜 새누리당으로.  왜 박근혜 캠프로 갔는 지에 대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보편적 복지는 지난 몇번의 선거에서 이미 사회적 프레임으로 정착을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쩌면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민주화라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이것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집단이 어딜까요.
아니 이것을 누가 해내는 것이 사회적으로 가장 도움이 될까요.
저는 새누리당이라 생각합니다.
새누리당이 김종인씨의 주장대로 경제민주화를 한다면 이건 정말 사회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또한 이런 흐름은 경제민주화.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정치적 지형 자체에 긍정적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새누리당은 김종인씨를 영입하면서 실제로 경제민주화라는 프레임을 선점했고 나름 잘 끌고 왔었습니다.  
이젠 뭐 거의 과거형입니다만.  -_-;;

새누리당은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 경제민주화를 선점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김종인씨는 새누리당에서 경제민주화가 이뤄지면 그 속도가 가장 빠를 것이라. 혹은 그쪽이 변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라는 판단을 했다고 봅니다.
이런 양쪽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움직이었다고 저는 소소하게 추측합니다.

하지만 대선이 가까워질 수록 박근혜 후보의 과거 인식 문제와 결부되면서 지지도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동력 자체가 점점 더 줄어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는 결국(이란 말을 써도 될 시점이 충분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_-) 에잇. 집토끼 결속만이 승리!
라는 판단을 하고 경제민주화란 프레임은 선점으로 만족하는 선에서 대선을 치루기로 결정한 듯 보입니다.

그렇다면 야권은?
단일화 문제로 시끄럽지만(-_-) 결국 단일화는 이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려는 안캠프쪽에 에휴. 하는 심정이긴 하지만 그쪽 입장이 전혀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후보의 입장과 캠프 구성원들의 입장은 얼마든 지 다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지율이 요동치는 상황이 되면 캠프 구성원들의 입장 이전에 후보 스스로도 내적 갈등이 얼마든 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양쪽 진영 모두 단일화를 하지 않으면 무조건 필패. 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꺼예요.
또한 단일화에 실패하면 누가 정치적으로 손해를 더 보는 지에 대한 계산은 할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미천한 저의 생각으론 만약 단일화를 실패하면 안후보와 캠프측 인사들에게 타격이 더 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치는 때론 이미지가 전부일 때가 있습니다.
단일화 과정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만 볼 때 안철수 후보 쪽은 계속해서 요구하는 이미지입니다.
반대로 문재인 후보는 그것을 계속해서 받아주는 이미지입니다.
누구의 요구가 더 합리적이고 정당한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에서는 - 지극히 제 개인적인 판단입니다 - 문재인 후보가 점수를 따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선에서 중요한 건 어쩌면 대통령 후보보다 캠프에 있는 구성원들인데요.
그들이 대통령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들의 계산으로 캠프의 방향이 설정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요.
문후보 캠프.  넓게 확장하면 민주당은 단일화에 실패해도 살아남습니다.
내부적으로 권력 투쟁이 있고 블라블라 하더라도 야당으로 여전히 살아남아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안캠프 쪽은 단일화에 실패하면 구성원들 개개인이 정치적으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캠프가 정당도 아니고 정치적 포지션을 막강하게 가지고 있는 개개인도 없거든요.
게다가 총선은 아직 멉니다.  -_-;;

단일화에 실패하면 안철수 후보는 당선도 어렵고 이후 정치적 행보를 가져가기는 더더욱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대선 후보 안철수는 지지를 받을 수 있어도 단일화에 실패하고 당선도 되지 못한 안철수는 정치인으로서의 기반이 더 이상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보론 얘기에 안캠프에서 발끈하는 건 매우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가 문재인 후보로 이뤄진다 해도 차기가 분명하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반대는 없다고 봅니다만.
저는 안철수 후보가 -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가 되고 당선된다면 - 이후 내각에서 정치적 경험을 충분히 쌓고 이후 대선에 출마하는 것이
안철수 후보 개인에게도 우리 사회에도 훨씬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  그렇다고 안철수 후보가 양보해야 한다는 건 결코 아닙니다.
단일화 방식 정해서 정당하게 겨루고 선택된 분이 야권 단일 후보가 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다만.
저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준비가 부족한 대통령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지지를 했던 분이지만 좀더 역량을 키운 후 대통령이 되셨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항상 있었거든요.
안철수 후보에게도 비슷한 생각이 있습니다.
대통령은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대통령이나 여당만 바뀐다 해서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관료. 재벌. 보수언론.  그리고 너무나 큰 권력이 되어버린 검찰까지.
이들에 대한 개혁없이는 정권 교체는 가능할 수 있을 지 몰라도 보편적 복지는 커녕 시대 변화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변한다는 건 시민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를 동반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시장국가에서 복지국가로.
여의도 정치에서 시민 정치로 넘어가는 시대 교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후보는 구체적인 내용에선 끄응하는 부분들이(-_-) 있지만 시민 정치로 넘어가야 한다는 부분에 대한 화두는 분명하게 던졌다고 생각합니다.
안철수. 문재인.
누가 단일화 후보가 되더라도 단순한 정권 교체가 아닌 시대 교체. 변화에 대한 프레임으로 선거를 치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박근혜 캠프가 집토끼 결속으로 방향을 완전히 선회하면서 경제민주화를 비롯한 보편 복지와 각종 개혁이 필요한 집단에 대한 프레임을 
야권 후보가 완전히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으로 선거를 이기고 당선 이후 멋있게 해냈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박근혜 후보는 구태 가득한 새누리당 정치인들을 모두 품고 장렬하게 함께 산화해주셨으면 하는 작은 소망까지..

@ drl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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